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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시장질서 대개혁’ 시동…플랫폼·재벌·담합 전방위 개선

입력 2026-08-04 18:30:00 | 수정 2026-08-04 15:03:05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과 갑질을 적발하는 전통적인 법 집행기관을 넘어, 독과점 구조를 해체하고 플랫폼과 인공지능(AI) 시장까지 경쟁 질서를 새롭게 설계하는 ‘시장 개혁기관’으로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핵심추진 과제./자료=공정위



공정위는 4일 2026년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민생 공정거래질서 확립 △경제주체 간 힘의 불균형 완화 △디지털 혁신 생태계 조성 △대기업집단 경제력 집중 완화 등 네 가지 정책 축을 제시했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보호와 기업 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이지만, 세부 정책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독과점 구조개혁’이다.

이는 공정위 정책이 개별 사건 중심의 사후 제재에서 시장 구조를 바꾸는 경쟁정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룰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담합 기업은 이제 ‘시장 퇴출’까지…과징금 시대 넘어 구조개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민생분야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핵심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자료=공정위



이번 업무계획에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담합 정책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가격 담합이나 입찰 담합을 적발하면 과징금과 형사고발을 통해 제재하는 방식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 등록취소와 영업정지를 추진하고, 담합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도 축소하기로 했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시장지배력 남용이나 상습 담합 기업에 대해 지분매각이나 영업양도 등 구조적 시정조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 경쟁당국이 추진하는 ‘구조적 경쟁정책’과 유사한 접근이다. 과징금만으로는 반복되는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기업의 시장 지배력 자체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을 의미한다.

경제계에서는 특히 석유화학·정유·건설자재 등 공급망 산업의 경쟁정책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가 화학제품과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페인트를 비롯해 농산물 유통과 방위산업까지 경쟁제한 요소를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 규제의 범위가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플랫폼 규제 정책, ‘사건 처리’에서 ‘시장 규율’로 진화

플랫폼 정책 역시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그동안 공정위는 쿠팡·배달앱·온라인 플랫폼의 개별 사건을 조사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계획에서는 플랫폼 공정화법과 배달플랫폼법 제정 지원을 공식화하며 제도 기반의 시장 규율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배달앱의 최혜대우 요구(MFN), 끼워팔기, 앱마켓의 거래 제한, 온라인쇼핑몰의 소비자 기만행위 등은 앞으로 단순 조사 대상이 아니라 제도적 규제의 틀 안에서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픈마켓과 배달·숙박 플랫폼을 대상으로 수수료 구조와 정산기간, 입점업체 피해를 전수 조사하기로 한 것은 향후 플랫폼 수익모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입점업체의 협상력이 강화되는 반면 플랫폼 기업들은 계약 방식과 수수료 정책을 재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AI 경쟁정책 시대 개막…빅테크도 공정위 감시망 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디지털시장 혁신 생태계 조성계획./자료=공정위



공정위는 생성형 AI 시장의 경쟁상황과 거래구조를 분석한 정책보고서를 처음 발간하고, AI 시장 전반에 경쟁법을 적용하기 위한 기준 마련에 착수한다. 이는 AI 정책이 산업 육성과 기술 개발 중심에서 시장 경쟁과 소비자 보호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활용하는 ‘애크하이어(Acq-hire)’ 방식까지 경쟁법 심사 대상으로 검토하겠다는 점은 새롭다. 기업 인수 대신 핵심 인력만 확보하는 방식도 경쟁제한 효과가 있다면 규율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AI 유료 구독 서비스의 다크패턴과 허위·과장광고, AI를 활용한 위해제품 유통 감시도 강화된다. 이는 AI를 단순한 신산업이 아니라 소비자 시장과 경쟁질서의 일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정책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재벌개혁도 ‘지배구조 투명성’으로 초점 이동, 중소기업은 협상력 강화

대기업집단 정책은 경제력 집중 완화에 방점이 찍혔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일감 몰아주기를 지속 감시하는 한편 계열사 누락 시 총수 개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자사주를 활용한 우회적 지배력 확대도 규제 대상이다.

또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신규 중복상장 기업에 대해 50% 의무지분율을 적용하고 ESG 공시를 확대하는 등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한다. 이는 단순한 재벌 규제를 넘어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대기업집단 경제력 집중 완화 과제./자료=공정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협상력 강화도 핵심 축으로 계획에 담았다. 중소기업 공동행위를 담합 규제에서 일부 제외하고, 하도급·가맹·대리점 분야에서는 단체구성권과 단체협상권 등 ‘을’의 교섭권도 제도화한다.

특히 조선, 플랜트, 전력 등 국가기반 산업에서의 불공정 하도급을 집중 점검하고, 산업재해 빈발 분야의 안전관리 비용·책임 전가 행위 엄정 제재키로 했다. 

모바일상품권 수수료 전가, 하도급 대금 지연, 안전관리 비용 전가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한 감시도 강화된다.

‘공정한 경쟁’뿐 아니라 ‘공정한 거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공정위의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정책 변화에 맞춰 조직과 권한도 확대해 추진 기반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전속고발제를 개편해 국민과 중앙행정기관, 광역지방정부의 고발권을 확대하고, 지방정부에도 하도급·가맹·대리점·표시광고 분야의 조사·처분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업 규모를 반영한 과징금 체계와 경제분석 기능 강화, 중점조사기획단 신설도 병행된다. 이는 디지털 경제와 복합 경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집행 역량 강화 전략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민생분야 담합을 적발하고 사건 처리기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구조개혁 수준의 경쟁정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독과점 해소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 장기적으로 혁신과 소비자 후생을 높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경제계는 규제 확대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를 우려한다. 플랫폼 규율 강화, AI 경쟁정책 도입, 구조적 시정조치 확대 등이 기업의 투자와 신사업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향후 공정거래법과 플랫폼 관련 입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우리나라 경쟁정책은 사후 제재 중심에서 시장 구조를 설계하는 체계로 한 단계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입법이 지연되거나 산업계의 반발이 커질 경우 정책 추진 동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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