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경영 압박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큰 고정비용 중 하나는 단연 '전기요금'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소상공인 고효율 기기·가전 지원사업'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원 품목을 생활 밀착형 필수 가전으로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다수 사업장에서 24시간 상시 가동되어 전력 소비의 큰 축을 차지하는 특정 품목들이 여전히 에너지 절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향후 제도 개편 시에는 이들을 포함하는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서울·경기 소상공인 78% "지원 품목 확대 필요해"
한국소비자중심기업협회가 서울·경기 지역에서 3개월 이상 사업장을 운영해 온 소상공인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제품 사용 현황 및 지원사업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현재 시행 중인 고효율 가전 지원사업의 대상 품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당초 해당 지원사업은 초기 '냉·난방기' 단일 품목으로 첫발을 뗀 이후, 현장의 수요와 에너지 절감 필요성을 반영해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등으로 꾸준히 품목을 확대하며 진화해 왔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사업장 내 필수 가전의 범위는 이보다 넓어, 제도의 수혜 범위를 보편적으로 넓히기 위한 추가적인 품목 다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업종 불문 필수 가전 '정수기', 추가 지원 품목 선호도 압도적 1위
추가 지원이 가장 시급한 품목을 묻는 문항에서는 정수기가 72.1점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로 꼽혔다. 이어 냉동고(70.6점), 공기청정기(66.2점), 제습기(64.9점), TV(64.4점) 순으로 나타났다.
정수기가 이처럼 높은 수요를 기록한 이유는 사업장에서의 높은 보편성과 특수성 때문이다. 조사 결과 소상공인 사업장의 84%가 정수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응답자의 66%는 영업시간 이후에도 정수기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0%는 정수기가 전기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인식했으며, 지원 품목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로 '대기전력 소비가 크기 때문(64.8%)'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저효율 기기 방치, 고효율 전환 통한 '에너지 절감' 기회 커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 중인 정수기의 에너지효율 실태를 살펴보면 개선의 여지가 매우 크다. 응답자들이 현재 사업장에서 사용 중인 정수기 중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은 단 27%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73%는 2~4등급 이하의 저효율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73%는 이를 1등급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전기요금 절감과 사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정수기 이용 방식이 '렌탈(70%)'과 '일시불 구매(30%)'로 나뉘는 만큼, 향후 정책 설계 시 일시불 구매자뿐만 아니라 렌탈 이용자까지 아우르는 정교한 체계가 요구된다. 실제로 렌탈 이용자의 75%가 렌탈 제품에 대한 정부의 지원 필요성을 강하게 호소했다.
"진화하는 지원사업, 다음 단계는 24시간 상시가동 품목 포함해야"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업종을 불문하고 소상공인이 보편적으로 상시 사용하는 정수기를 지원 품목에 포함하면 정책 체감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며, "이는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전기요금 부담 완화는 물론, 국가적인 에너지 절약 목표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냉·난방기 단일 품목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으로 지원 범위가 넓어지며 제도의 실효성이 한층 높아졌듯이, 추후 제도 개편 및 시행 시에는 24시간 대기전력을 소모하는 '정수기' 등을 신규 품목으로 포함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수순이라는 평가다.
한국소비자중심기업협회는 이번 조사 데이터를 관계 부처에 전달해 소상공인 지원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에너지 효율화와 소상공인 상생을 동시에 이뤄낼 정책적 진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