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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의 땅 과테말라로 간 ‘K-농업기술’…감자·프리홀 생산성 20%↑

입력 2026-08-05 11:15:53 | 수정 2026-08-05 11:19:45
이소희 기자 | aswith5@mediapen.com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극심한 가뭄과 빈곤에 시달리는 중남미 과테말라에서 한국의 농업기술이 식량 생산성과 기후 대응력을 동시에 높이며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공동육묘장에서 모종을 심고 있는 과테말라 현지 농업인들./자료사진=농진청



기술 이전과 함께 현지 농업의 자립 기반을 구축하고, 향후 국산 농기계와 농자재 수출 확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K-농업기술'’의 대표 성공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촌진흥청은 2022년 과테말라에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현장사무소를 설치한 이후 현지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한 결과 감자와 프리홀(강낭콩)의 생산성이 각각 20% 이상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코피아(KOPIA)는 개발도상국에 농업기술 전문가를 파견해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보급하는 우리나라 대표 농업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단순한 원조가 아닌 기술 이전과 현지 역량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업 대상인 과테말라 동부 ‘건조회랑(Dry Corridor)’은 연평균 강수량이 500㎜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표적인 가뭄 지역이다. 강수량 편차가 크고 관개시설이 부족해 농업 생산성이 낮은 데다 병해충 피해까지 반복되고 있다. 전체 인구 약 1900만 명 가운데 56%가 빈곤 상태이며 농촌 빈곤율은 70%를 넘는다.

농진청은 이 같은 현지 여건에 맞춰 육묘 기술, 비닐멀칭, 병해충 방제, 파종기, 빗물 집수시설 등 비용은 크지 않지만 효과가 높은 맞춤형 기술을 집중 보급했다.

대표 사례는 육묘기술이다. 과테말라 농가는 대부분 씨앗을 직접 뿌리는 직파 방식으로 채소를 재배해 초기 생육이 불안정하고 가뭄 피해가 컸다.

코피아 과테말라사무소는 아마티틀란 농촌지도소에 8×20m 규모의 공정육묘장을 설치해 연간 최대 18만 주의 채소 모종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는 연간 12만 주 이상의 모종을 약 300개 농가에 공급하고 있으며, 140개 농가에는 자체적으로 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소형 비가림 육묘온실도 설치했다.

실증마을 농업인들은 육묘 방식 도입 이후 토마토와 오이 등 채소의 생산량이 20% 이상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비닐멀칭 기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자료사진=농진청



감자 분야에서는 비닐멀칭 재배 기술이 성과를 냈다. 감자는 과테말라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3kg에 달하는 주요 식량작물이지만 우량 씨감자와 재배기술 부족으로 생산성이 낮았다.

코피아 사무소는 15개 감자 실증마을에 비닐멀칭 재배 기술을 보급하고 한국형 반지하 저장고를 설치했다. 또 과테말라 농업과학기술청(ICTA)의 조직배양실 현대화와 수경재배온실 구축도 지원해 국가 차원의 씨감자 생산체계 구축을 뒷받침했다.

그 결과 감자 생산성은 헥타르당 11.6톤에서 지난해 14.1톤으로 21.9% 증가했다.

과테말라의 대표 단백질 공급원인 프리홀 생산성도 크게 개선됐다.

코피아 사무소는 꽃총채벌레가 청색에 유인되는 특성을 활용한 청색 끈끈이 트랩을 도입해 해충 피해를 약 70% 줄였다. 여기에 파종기를 함께 보급하면서 노동력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기존에는 작업자 10명이 8시간 동안 0.7ha를 파종해야 했지만, 파종기 도입 후에는 작업자 1명이 1시간 만에 같은 작업을 마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기술 보급으로 프리홀 생산성은 헥타르당 1.01톤에서 1.22톤으로 20.3% 증가했다.

또한 가뭄 대응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도 병행했다. 농진청은 가뭄 피해가 심한 감자·프리홀 실증마을 15곳에 53㎥ 규모의 소형 빗물 집수시설과 스프링클러, 관수호스를 설치해 농업용수 확보를 지원했다.

우기에 내린 빗물을 저장했다가 건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반복되는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형 반지하 저장고에서 농산물을 살펴보는 현지 농업인./자료사진=농진청



코피아 과테말라사무소는 현재 △병해충·가뭄 저항성 프리홀 신품종 확대보급 △병해충 저항성 씨감자 생산체계 구축 △채소 육묘기술 개발 △수경재배 기반 무병 씨감자 대량생산 등 4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프리홀 재배기술은 1508개 농가, 감자 재배기술은 611개 농가에 확산됐으며 종자은행과 집수시설, 저장고, 동력관리기, 파종기 등 생산기반도 함께 구축했다.

농진청은 앞으로 감자·프리홀·채소류 생산성과 농가소득을 30% 이상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지에서 검증된 국산 농기계와 농자재의 보급을 확대해 국내 농산업의 해외시장 진출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최광호 농진청 기술협력국장은 “현지 맞춤형 K-농업기술은 과테말라의 식량난 해결과 농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국내 농기계와 농자재 산업의 해외 진출 기반도 넓혀줄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농업협력 모델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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