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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오디세이' 압도한 '스파이더맨4', 한국은 왜?

입력 2026-08-26 09:02:32 | 수정 2026-08-26 09:02:32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이하 '스파이더맨 4')가 북미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대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시장에서는 '오디세이'의 매서운 추격에 덜미를 잡히며 대조적인 흥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미를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반면, 국내 관객들은 인물의 고뇌와 자성을 담아낸 외로운 영웅 서사에 더욱 깊이 몰입하면서 양국 박스오피스의 판도가 상반되게 갈리는 모양새다.

25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스파이더맨 4'는 누적 관객 수 820만 명을 기록하며 올해 국내 개봉작 중 흥행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관객 동원력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개봉 초기 폭발적인 흥행세를 보였던 '스파이더맨 4'는 현재 평일 하루 평균 4만~5만 명대, 주말에도 15만 명 안팎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며 흥행 동력이 급격히 둔화됐다.

북미 박스오피스를 장악하며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까지 점쳐지는 '스파이더맨 4', 그러나 한국에서는 상황이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사진=소니 픽쳐스 제공



반면 '스파이더맨 4'보다 한 주 늦게 개봉한 영화 '오디세이'는 강력한 뒷심을 발휘하며 박스오피스를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오디세이'는 현재 누적 관객 수 746만 명을 돌파했으며, 평일 하루 평균 17만 명, 주말에는 50만 명에 이르는 관객을 쓸어담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다가오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올해 국내 개봉 영화 흥행 2위 자리는 '스파이더맨 4'에서 '오디세이'로 교체될 것이 확실시된다. 

나아가 '오디세이'는 무난히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을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스파이더맨 4'는 1000만 관객 달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한국 내 흥행 양상은 북미 및 글로벌 박스오피스의 흐름과는 완연히 대조된다. '스파이더맨 4'의 배급사 보도자료 및 미국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스파이더맨 4'는 북미에서 개봉 4주 차 주말까지 8억 5490만 달러(한화 약 1조 1801억 원)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4주 연속 1위를 수성했다. 

이는 전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기록을 뛰어넘은 수치이자, 북미 역대 박스오피스 TOP 3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외신 매체 '플레이리스트(The Playlist)'는 '스파이더맨 4'가 현재 2위인 '어벤져스: 엔드게임'(8억 5837만 달러)은 물론, 역대 1위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9억 3660만 달러)의 기록마저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스파이더맨 4'는 월드 와이드 흥행 수익 22억 달러(한화 약 3조 645억 원)를 돌파하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제치고 전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다. 반면 서구권에서 '오디세이'는 '스파이더맨 4'의 거센 폭풍에 밀려 북미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무르는 등 상대적으로 한계가 뚜렷한 모습을 보였다.

위대한 영웅의 시원한 액션 보다는 고뇌하고 자성하는 외로운 영웅의 모습을 그린 '오디세이'가 한국의 관객들에게는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전문가들은 이 같은 태평양 너머의 온도 차를 두고 한·미 양국 관객들이 공유하는 문화적 정서와 영웅 서사에 대한 기대치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권 관객들은 전통적으로 선과 악의 명확한 대립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수호하고 화려한 볼거리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전형적인 영웅물'에 열광하는 경향이 강하다. 압도적인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를 구원하는 스파이더맨 특유의 역동성과 오락성은 서구권 관객들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확실한 쾌감을 전달하는 요소다.

반면 한국 관객들은 단순한 정의 구현이나 화려한 액션 쾌감만으로는 쉽게 움직이지 않는 독특한 정서적 특성을 지닌다. 한국의 관객층은 개인의 내면적 갈등, 구조적 부조리 속에서의 자성, 그리고 인간적인 한계와 외로움을 짊어진 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고뇌하는 영웅'에 훨씬 더 깊은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비극적 운명에 맞서 자신의 선택을 번민하고 인간 존재의 내면을 탐구하는 '오디세이'의 서사적 깊이가 한국 관객 특유의 공감 정서를 자극하며 강력한 구전 효과와 장기 흥행 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결국 직관적인 쾌감과 대중적 상징성을 앞세운 '스파이더맨 4'가 북미 박스오피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사이, 깊이 있는 서사적 울림과 영웅의 인간적 고뇌를 포착해 낸 '오디세이'는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박스오피스 판도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다. 

양국 관객의 정서적 온도 차가 만들어낸 이번 흥행 결과는 향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국가별 맞춤형 서사 전략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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