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축인 엔비디아가 현지시간으로 26일 2분기(5∼7월)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국내외 증시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는 단순한 개별 기업의 분기성과 공개를 넘어 글로벌 기술주 전반의 투자 심리와 국내 반도체 밸류체인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시장은 이미 시장 눈높이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실적 수치 자체보다 컨퍼런스콜에서 제시될 구체적인 사업 가이던스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협상력, 그리고 핵심 경영 변수들에 주목하고 있다. 내용에 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물론 국내 증시 전반에도 작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1일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GTC 타이베이 행사에서 베라 루빈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사진=앤비디아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 기준으로 엔비디아 실적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엔비디아의 최근 주가 흐름은 뚜렷한 기대감과 경계감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4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2022년 9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긴 연속 하락 기록을 내기도 했다. 연이은 주가 조정으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으나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25일 2.17% 반등에 성공하며 8거래일 만에 하락 고리를 끊어냈다.
다만 연초 이후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엔비디아의 상승률은 약 1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같은 기간 61% 급등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PHLX)의 상승 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이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평균 목표주가를 308달러 안팎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고점 부담과 실적 발표 직후의 주가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최근 8개 분기 실적 발표일 중 6차례나 주가가 하락했으며, 최근 4개 분기 연속으로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빠지는 '징크스'를 겪고 있다.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 따르면 25일 기준 엔비디아의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 서프라이즈 확률은 96%, 매출총이익률이 74∼76% 구간에 안착할 확률은 93%,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800억 달러(약 111조 원)를 넘어설 확률은 95%에 달한다. 반면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220달러 선 위에서 마감할 확률은 43%에 그치고 있다. 이는 호실적과 주가 상승이 직결되지 못했던 최근의 흐름을 이미 투자자들이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금융정보업체 LSEG를 비롯해 시장에서 보고 있는 엔비디아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약 922억 달러(약 128조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최근 7개 분기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배 이상 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인 3분기(8∼10월) 매출 가이던스 컨센서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2.8% 늘어난 1042억 달러(약 14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분기와 3분기 조정 매출총이익률 역시 7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숫자' 자체에는 이번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이후 나올 컨퍼런스콜에서 어떤 내용이 발표되느냐에 따라 엔비디아는 물론 반도체 업종 전반의 주가 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의 대규모 투자구조를 둘러싼 '순환금융' 논란은 이번 컨퍼런스콜의 핵심 쟁점으로 손꼽힌다.
엔비디아는 최근 오픈AI의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 20년 장기 임대계약에 최대 1050억 달러(약 146조원)를 보증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아폴로 글로벌을 비롯한 6개 대형 금융사와 함께 5000억 달러 규모의 제3자 자본 조달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올해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자본지출(CapEx)이 7300억 달러(약 1012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 엔비디아가 업계 내의 '중앙은행' 같은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인공지능 편중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런 반면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오픈AI가 직접 임대료를 부담하는 정상적인 사업 구조이며 장기적인 기반시설 투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발표와 컨퍼런스콜 역시 단기적으로 시장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발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국내 증시와 반도체 업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단순한 분기매출 규모보다는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와 메모리 가격 관련 언급을 핵심 지표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약 엔비디아가 급등한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부담을 자체 흡수하면서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를 낮춘다면,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공급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우위에 있음을 입증하는 신호가 되어 국내 반도체 종목에 강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엔비디아가 75% 안팎의 높은 이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이는 원가 상승분을 빅테크 고객사에 원활히 전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 부분이 인공지능 서버투자 수요의 견고함을 증명해 국내 반도체 소부장 밸류체인 전반의 실적 가시성을 지속해서 뒷받침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4분기 연속 실적 서프라이즈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하락한 적이 많기에 좋은 실적보단 젠슨 황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으면서 "총이익률의 추가확대 여부, 컨퍼런스콜에서의 젠슨 황 발언, 중국 정부의 H200 수입 허용이 매출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