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재난의 한복판, 서서히 식어가는 차가운 문명 위로 타인의 생명을 깨우는 가장 뜨거운 온기가 퍼져나간다.
부산 연극의 단단한 자존심을 지켜온 극단 가마골의 2026년 신작 연극 '체온'(작 모건강, 연출 김하영)이 지난 7월 부산 초연의 뜨거운 흥행 성원에 힘입어 오는 9월 4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역 연극의 튼튼한 토대 위에서 동시대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온 극단 가마골이 선사하는 이번 상경 공연은, 속도와 자본의 광풍 속에 식어버린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되짚고 연대의 참된 의미를 타진하는 묵직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부산에서 흥행에 성공한 연극 '체온'이 그 여세를 몰아 서울 대학로에서 막을 올린다./사진=가마골 제공
연극 '체온'은 덮쳐오는 대형 산불이라는 극단적 재난 상황에 내몰린 장애인 4명의 서사로 포문을 연다. 불길을 피해 생존을 향해 이동하는 인물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언어와 거침없는 행동으로 비극과 희극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여기에 속도와 자본을 상징하는 '불'을 찬양하는 숯쟁이, 젊은 주주, 소방대원 요답, 그리고 산속의 낯선 존재들이 차례로 얽혀들며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거세게 흔든다.
작품은 산불 속에서 희생되어 가는 요답의 '체온'이 다른 존재에게 전해지며 멈춰 있던 감각이 기적처럼 깨어나는 과정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문명의 화염과 정작 식어버린 인간성의 대조를 통해, 파멸의 위기 속에서도 타인을 살리고자 하는 인간의 모순적이면서도 숭고한 연대 가능성을 묻는다.
이번 서울 공연은 제작 극단 가마골을 필두로 김하영 연출, 김남석 드라마트루그, 최우정 음악감독, 오재익 안무가 등 탄탄한 분야별 창작진이 의기투합했다. 무대 위에는 배우 황근복, 김상훈, 임나래, 박석진, 김하영, 황혜림, 양현석, 조정명, 서현우가 올라 한층 밀도 높은 열연을 펼친다.
김하영 연출은 "대형 산불과 전쟁, 변동성이 극에 달한 사회 등 한없이 뜨거워진 세상 속에서 참된 인간다움과 서로에게 전달되는 온기의 의미를 함께 사유하고자 했다"라며 "지역 극단이 서울 대학로 무대에서 선보이는 이번 상경 공연이 이 시대에 연극이 왜 존재하는지 묻고 답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