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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판매 질주 현대차·기아, 하반기도 웃을까... '환율 복병'

입력 2026-09-02 16:20:46 | 수정 2026-09-02 16:22:31
김연지 기자 | helloyeon610@gmail.com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수준의 판매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환율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바뀌면서 하반기 수익성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엔화 약세까지 이어지면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도 부담 요인으로 떠오른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제네시스를 포함해 92만383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역대 상반기 최대 실적이다. 현대차는 2.7% 늘어난 48만9656대, 기아는 3.4% 증가한 43만727대로 양사 모두 상반기 기준 최대 판매 기록을 새로 썼다.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판매 호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졌다. 지난 7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16만5284대로 전년 동월 대비 5.0% 증가하며 7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8만9427대로 3.7%, 기아는 7만5857대로 6.7% 각각 늘었다. 양사 모두 미국 진출 이후 가장 많은 7월 판매량이다.

8월 전체 판매량은 17만8405대로 전년 동월보다 0.6% 소폭 감소했지만 친환경차 판매는 오히려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5만7735대로 15.5% 늘었고,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47.7% 증가한 5만57대로 처음 월간 5만 대를 넘어섰다. 기아 역시 8만3793대를 판매하며 미국 진출 이후 역대 월간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판매 흐름은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 상반기 실적 받친 '고환율' 약화…원·달러 1300원 초반 전망도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견조한 판매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성을 둘러싼 환경은 상반기와 달라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면서 양사가 상반기에 누렸던 고환율 효과가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올해 2분기 실적에 적용한 평균 원·달러 환율은 1502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 높았다. 당시 원화 약세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매출과 이익을 끌어올리며 미국 자동차 관세를 비롯한 비용 부담을 일부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 흐름은 정반대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장중 1367.9원까지 내려가며 약 13개월 만에 1360원대에 진입했다. 전날인 1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1.8원 오른 1370.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지만 2분기 평균과 비교하면 약 132원 낮은 수준이다. 

자동차 업체는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만큼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원화로 환산할 때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영향을 받는다. 다올투자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00원 변동할 경우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약 2조2000억 원, 기아는 약 1조3000억 원 증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미국 판매량을 늘리더라도 원화 환산 과정에서 얻는 이익이 상반기보다 줄어들 수 있다. 특히 미국 자동차 관세를 비롯한 비용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일부 완충했던 고환율 효과까지 축소되면 판매 호조에도 수익성 방어 부담은 커질 수 있다.

◆ 엔저 부담까지…일본 완성차와 경쟁도 부담

엔화 약세도 변수다.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한국과 일본 완성차 업체를 둘러싼 환율 여건에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원·엔 환율은 최근 100엔당 850원대까지 내려왔다. 지난 6월 5일 962.24원과 비교하면 1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원화와 엔화 가치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원화와 엔화의 가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비동조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 특히 현대차·기아와 일본 업체들이 SUV와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 시장에서는 환율 격차가 가격 정책과 인센티브 운용 여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차·기아로서는 달러 환산 효과가 줄어드는 동시에 일본 업체들의 엔저 효과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환율 하락이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실적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현지 생산과 부품 조달을 확대하면서 현지 통화로 매출을 올리고 비용을 지출하는 자연 헤지 효과가 커졌기 때문이다. 생산 거점 다각화 역시 특정 통화의 변동에 따른 영향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 성장세가 이어지는 만큼 하반기에는 판매 성과를 수익성으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 자체는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환율 여건은 상반기와는 분명히 달라졌다"며 "관세 등 비용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환율 효과까지 줄어들면 판매가 늘어도 수익성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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