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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풀고 하나 묶고”…또 발목 잡힌 대형마트 규제완화

입력 2026-09-02 15:31:18 | 수정 2026-09-02 15:31:18
김성준 기자 | sjkim11@mediapen.com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가 소상공인 반발에 막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핵심 과제로 꼽는 의무휴업 규제 개선은 더딘 가운데, 새벽배송 허용을 두고도 각종 상생 요구가 더해지면서 또 다른 규제와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매대에 채소류가 진열돼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2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와 관련해 소상공인 측에서 제시된 상생 요구안에는 상생협력기금 조성, 새벽시간 농·축·수산물 소량판매 제한, 기업형슈퍼마켓(SSM) 신규 출점 제한, 대형마트 상품의 도매가 공급 등이 담겼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상당수 요구를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새벽시간 농·축·수산물 단일 품목의 1만 원 이하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은 새벽배송의 핵심 상품군인 신선식품 경쟁력을 떨어뜨려 규제 완화의 실익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새벽배송은 일반 온라인 주문보다 신선식품 수요가 상대적으로 큰 만큼 채소와 계란 등 소액 상품 판매를 제한하면 소비자가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소량 구매 수요가 늘어난 소비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일반 배송과 비교해 신선식품 비중이 높은 편인데 1만 원 이하 상품 판매를 제한하면 상당수 신선식품 판매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채소 등 각종 식재료는 대용량이 아니면 1만 원을 넘기기 어려운 상품이 많다”고 말했다.

상생기금 조성과 대형마트 상품의 도매가 공급 요구도 부담으로 꼽힌다. 추가 비용 부담은 물론 대형마트의 상품 조달 경쟁력까지 공유하도록 하는 방식이어서 규제 완화의 실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새벽배송 허용은 대형마트 업계가 요구해 온 규제 개선의 핵심과도 거리가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새벽배송 허용보다 매월 이틀 적용되는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점포 영업과 소비자 이용 측면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 사이 영업시간 제한과 매월 이틀의 의무휴업을 적용받는다. 정치권에는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폭넓게 완화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지만 현재 규제 완화 논의는 새벽배송 허용 여부에 집중돼 있다.

관련 법안은 지난 5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소상공인과 노동계 반발까지 이어지면서 당초 규제 완화 기대와는 달리 논의가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신규 출점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 닷새 만에 철회되기도 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0일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때 단순 거리뿐 아니라 실제 생활권 등을 고려하도록 했지만 같은 달 25일 거둬들여졌다. 

대형마트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장기간 이어지는 사이 유통시장의 경쟁 구도는 크게 달라졌다. 2012년 도입된 영업규제는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면 소비 수요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규제에서 벗어난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성장하는 사이 전통상권 보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대형마트 규제가 온라인과의 경쟁 격차만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KDI가 지난 5월 발표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지역의 대형마트 매출은 증가했지만 전통시장 등 다른 오프라인 업태에서는 뚜렷한 매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형마트 매출 증가분 역시 일부 온라인 소비가 오프라인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KDI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소비 이동이 활발해진 유통환경을 고려해 의무휴업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유통시장 매출 흐름도 이 같은 변화를 보여준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주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2% 감소한 반면 온라인 유통 매출은 8.5% 증가했다. 전체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2022년 53%에서 지난해 59%, 올해 7월 60.8%로 높아진 반면 대형마트는 같은 기간 13%에서 9.8%, 8.1%로 낮아졌다.

유통시장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대형마트 규제 개편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요구하는 의무휴업 완화는 진전이 더딘 데다 새벽배송 허용 역시 이해관계 조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규제 완화의 향방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에는 규제 완화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다시 속도가 늦춰진 상황”이라며 “오랜 기간 관련 논의가 반복돼 온 만큼, 실제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규제 완화를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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