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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KAI, ‘동상이몽’ 넘을까…지분 확대 속 ‘갑론을박’

입력 2026-09-02 17:31:11 | 수정 2026-09-02 17:31:16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미디어펜=박준모 기자]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방산업계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화가 KAI와 협력을 강화할 경우 항공·엔진부터 지상·해양에 이르는 방산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사업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내 방산산업에서 한화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경쟁이 위축되고, 산업 생태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장기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온 KAI의 경영방식이 실적 위주의 오너 경영방식과 차이가 있다는 점도 업계 내 우려가 존재한다. 

한화가 KAI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방산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과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사진은 KAI의 KF-21 모습./사진=KAI 제공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화가 KAI 지분 15.89%를 취득한 것과 관련해 기업결합 심사에서 승인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한화의 지분만으로는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한화는 앞으로도 KAI의 지분을 추가로 매수 가능성도 제기되며, 협력 관계 역시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KAI 협력에 수직계열화·수출 경쟁력 제고 기대

먼저 한화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K-방산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항공엔진부터 지상무기, 군사장비, 함정 등 다양한 방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KAI는 한국형 전투기 KF-21을 비롯해 FA-50, 수리온 헬기 등 항공체계 개발 및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양사의 역량이 결합될 경우 항공엔진과 항공 체계의 수직계열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제품 개발부터 생산, 후속 MRO(유지·보수·정비) 사업까지 원스톱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강점이 될 수 있다. 

한화의 방산 수출 확대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데, KAI가 보유한 전투기·헬기 등 항공 분야의 개발 및 생산 역량까지 더해질 경우 지상무기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항공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완성 무기체계와 엔진, 항공기 등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 수주 과정에서 패키지 제안이 가능해지는 만큼 국가별 방산 수요에 대한 대응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오너 기업으로의 전환은 방만한 운영을 줄일 수 있고, 투자 및 자금 운용에 있어 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빠른 의사결정으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방산업계 내 한 관계자는 “한화와 KAI의 협력은 글로벌 방산업계의 대형화 트렌드와도 부합한다”며 “양사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사업 효율성 제고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독과점 우려·경영 문화 충돌 우려도…KAI 노조 역시 ‘반발’

다만 한화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가 지상·해양·항공·우주 등 방산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KAI까지 인수할 경우 특정 기업집단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산의 경우 일반 제조업과 달리 정부와 군을 주요 고객으로 하고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경쟁이 축소되면 장기적으로 산업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중소·중견 부품 협력업체의 자율성이 위축되는 등 국내 방산 생태계 전반의 자생력이 저해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시장에서도 건전한 경쟁을 통해 기술력을 검증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한화가 KAI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방산 사업의 상당 부분을 한화가 차지하게 되는 만큼 시장 독과점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기업으로 사업이 지나치게 집중되면 국내 방산 생태계의 다양성과 경쟁 기반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KAI의 경영 방향과 한화의 사업 전략에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변수다. KAI는 항공기 개발 사업 특성상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와 장기간의 기술 축적이 필요하다. 항공체계 개발은 수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초기 투자 부담도 크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수익성을 확보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투자를 통한 사업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 

실제로 KAI는 올해 상반기까지 연구개발(R&D)에 2942억 원을 투입했다. 매출의 13.2%에 해당하는 규모다. 항공기 개발은 막대한 초기 투자와 장기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한 만큼 이 같은 투자는 KAI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R&D 중심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개발 인력도 전체 인원이 40%에 달할 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화는 사업 재편과 투자 확대를 통해 빠르게 사업 규모와 수익성을 키우는 전략을 펼쳐왔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중장기 기술개발을 최우선으로 하는 KAI와의 경영방식과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KF-21은 전투기 중에서도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개발 완료까지 10년 6개월이 걸렸다”며 “첨단 방산 R&D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국가 안보와 기술 자립을 위한 인내심 있는 투자가 핵심으로, 양사의 경영 철학 차이를 메울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 KAI 내부에서는 한화가 10년 6개월의 KF-21 개발 기간 동안 KAI 인수를 시도하지 않았으면서 개발 완료와 동시에 인수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성과만 취하려는 행위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너 기업으로 전환 시 성과가 없는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대폭 축소될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KAI 노조의 반발 역시 한화가 협력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KAI 노조는 공정위의 지분 승인 결정 이후 곧바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2일에는 공정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 대해 규탄하며 노조의 의견을 듣고 재심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노조 측은 “향후 한화가 KAI 지분을 추가로 확대하거나 임원 선임 등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에 나설 경우 공정위는 이번처럼 형식적인 판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공급망 독립성, 경쟁사업의 공정성, 핵심정보 보호, 국내 방산 생태계에 미칠 영향까지 포함한 실질적이고 엄격한 기업결합 심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손 떼려면 공정 경쟁해야

업계 내에선 정부가 KAI로부터 손을 떼려면 최소한 공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 15.89%를 인수했지만, KAI의 최대주주는 여전히 26.41%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최대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로 76.79%의 지분을 갖고 있다. 

결국 KAI는 여전히 대한민국 정부의 입김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기업이고, 이는 정부 주도의 방산 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향에 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이런 부분을 인정해 한화가 KAI의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분을 넘긴다면 우려가 현실이 되는 만큼, 업계 내에서는 지분 매각 시 방산 산업에 관심 있는 재계와 기업에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방산 산업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에 따라 미래 방산 지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KAI 지분 확대가 향후 방산업계의 판도를 바꿀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화가 시장 독과점과 산업 생태계 위축 우려를 해소하고, KAI의 R&D 중심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노조와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향후 방산 지형 재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방산 기업으로 분류된 것은 사실상 삼성 테크윈을 인수한 이후다. 아직 독자적 방산체계 및 시스템이나 상품이 있다고 말하기엔 애매하다”면서도 “최근 K-방산이 세계 무대에서 뜨고 있는 만큼, 한화라는 그룹이 갖고 있는 시스템과 장점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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