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성장 투자 재원 마련과 글로벌 고객사 수주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조 원 규모 유상증자가 금융당국 심사 고비를 넘은 가운데 3508억 원 규모 유럽 장기 CMO(위탁생산) 계약까지 확보하면서 투자와 수주가 맞물리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일 유럽 소재 제약사와 2억6218만2000달러(약 3508억 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CMO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6년 7월 22일부터 2033년 12월 31일까지다. 고객사와 제품명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계약은 기존 계약의 증액이 아닌 신규 계약이다. 상반기 기존 고객과의 계약 규모를 잇달아 늘린 데 이어 하반기 신규 장기계약까지 확보하면서 기존 고객 물량 확대와 신규 수주가 동시에 진행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 3조 원 성장투자, 생산능력·사업영역 확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추진하는 유상증자는 운영자금 확보보다 생산능력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회사는 총 3조9억 원을 조달해 2조7062억 원을 글로벌 펩타이드 CDMO(위탁생산개발) 기업인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에 투입하고 2948억 원은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발행 예정 신주는 227만 주로 기존 발행주식 대비 증자 비율은 4.904%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하며 일반공모 이후에도 남는 실권주는 공동대표주관사가 인수하는 구조다.
자금의 대부분을 투입하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는 기존 항체의약품 중심의 사업 영역을 펩타이드로 넓히는 작업이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은 유럽과 미국, 인도 등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가 완료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생산 거점도 확대될 수 있다.
송도에서는 기존 생산시설 확충도 이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에 이어 6~8공장을 순차적으로 건설해 항체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생산능력 확대와 신사업 진출을 동시에 추진해 대형 CDMO 사업자로서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유상증자 절차 역시 현재까지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심사 과정에서 별도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없이 고비를 넘기면서 조달 과정의 불확실성이 일부 낮아졌다는 평가다. 다만 아직 구주주 청약과 실권주 일반공모가 남아 있어 현 시점에서 유상증자 흥행이나 조달 완료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 장기수주로 뒷받침되는 확장 전략
폴리펩타이드그룹 인도(암베르나트) 공장./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글로벌 고객사의 장기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투자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이번 유럽 제약사 계약은 2033년 말까지 생산과 공급이 이어지는 장기 계약으로 중장기 생산 물량과 매출 가시성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계약을 포함한 창립 이후 누적 수주액은 219억 달러로 확대됐다.
올해 수주 흐름도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을 동시에 겨냥하는 양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유럽 소재 제약사와의 기존 계약을 두 차례 증액했다. 해당 계약 규모는 당초 2796억 원에서 3499억 원, 이후 4007억 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이번 신규 계약까지 더하면서 올해 신규 및 증액 계약은 6건으로 순증액 기준 약 9212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런 흐름은 생산능력을 먼저 확대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과 기존 수주 기반을 바탕으로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함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CMO 사업에서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질수록 향후 생산시설 가동률과 매출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향후 핵심은 확대되는 생산능력과 신규 사업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이 중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항체 CMO 사업에서는 안정적인 수주를 이어가면서 펩타이드 CDMO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가치 희석 부담도 신사업 성장과 생산시설 확대 효과가 얼마나 빠르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유상증자 청약 절차는 신주배정 기준일 10월 6일, 구주주 청약 11월 9~10일, 실권주 일반공모 11월 12~13일 등으로 예정돼 있으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 30일이다. 아울러 폴리펩타이드그룹 공개매수는 9월 15일 시작해 10월 12일 종료될 예정이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