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지난 1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처음 소집하는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1700명에 이르는 한국 선수의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취임 일성을 밝혔다.
모레노 감독은 14일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9월과 10월 A매치 4연전에 나설 대표선수 30명을 공개하고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대표팀 모레노호는 오는 24일 에콰도르(수원), 28일 우루과이(서울), 10월 2일 베네수엘라(울산), 6일 우즈베키스탄(용인)과 4연전을 치른다. 모레노 감독은 오는 11월 A매치 2경기 포함 6경기까지 대표팀을 이끄는 것으로 계약돼 있지만 이후 평가를 통해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모레노 감독이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이날 발표된 명단에는 기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룬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등이 합류한 가운데 김민수, 정승원은 모레노 체제에서 깜짝 발탁됐다. 박태준과 김건희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모레노 감독은 대표선수 발탁 배경과 자신의 축구 철학, 지난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소회와 자신에 대한 비판적 평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다음은 모레노 감독 기자회견 일문일답]
-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맡은 소감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이후 스페인어) 먼저 기회를 주신 대한축구협회에 감사드린다. 따뜻하게 맞이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축구팬들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6경기를 이끌 수 있는 건 큰 영광이다. 성실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정직한 자세로 일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
- 대표선수 선발 기준은?
한국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선발 자격이 충분한 선수 중에서도 같이 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축구적인 기준이다. 1700명의 한국 선수를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여러 데이터를 기준으로 추려 나갔다. 한국축구에 가장 잘 맞는 경기 모델과 플레이스타일, 한국선수의 특성과 프로필을 바탕으로 선발했다.
코칭스태프가 함께 논의해서 하고자 하는 축구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판단하고 결정했다. 이름이 아니라 경기력이 기준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계속 관찰대상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대표팀 선발은 이름이나 과거에 뭘 했는지가 아니라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균형 잡힌 선수를 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을 마주쳤을 때 뛰고 싶다는 열망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선수여야 한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선수다.
- 대표팀의 경기 모델은 무엇인가? 6경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구현할 수 있을까?
시간이 길지 않아서 대표팀에서 특정 모델 구현은 어렵다. 함께 훈련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치 않다. 클럽에서도 경기 모델을 완성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팀에서는 감독이 요구하는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선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각 포지션별로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했다. 공격과 수비 상황에서 어떤 역할들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정했다. 그리고 분석하고 선발하는 과정에서 대표팀에 맞는 특성과 능력을 갖춘 선수를 중점적으로 찾았다.
기본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할 것이다. 최근 2년간 K리그 분석한 결과 팀들이 가장 많이 쓰는 포메이션이다. 선수들과 같이 소집기간 동안 할 일은 선수 선발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어떤 선수가 잘하는 점과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개선할 점을 알려주고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
- 한국대표팀의 지난 월드컵 경기를 봤을 것이다. 손흥민,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가?
(선수의 활용법에 대해서는) 선수들에게 먼저 내 결정을 전달한 뒤에 소통하고 말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손흥민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서 선발했다. 두 선수는 현재 소속팀에서 자신의 포지션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대표팀에 선발된 것도 소속팀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이 있기에 선발했다.
모레노 신임 감독 대표팀 명단 발표 및 취임 기자회견 현장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 지난 월드컵을 리뷰하면서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만약 본인이 사령탑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나는 동료 감독을 존중한다. 나의 원칙 중 하나는 개선해야 할 부분은 외부가 아니라 팀 내부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해당 경기들을 분석했다. 선수들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면밀히 살펴봤다. 전임 감독이 부족했던 것을 공개적으로 평가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 김민수, 정승원은 깜짝 발탁으로 여겨진다. K리그에서 잘하고 있는 이승우를 뽑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선발하지 않은 선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하나하나 말하면 끝이 없다. 선수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은 공개적인 자리보다 해당 선수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소속팀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선발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팀에서 하고 있는 역할을 보고 뽑았고, 마지막 10경기를 보고 분석해서 판단한 것이다. 경기력과 팀 내 역할을 위주로 선발했다.
- 한국은 월드컵 성과가 나오지 않아 새 감독님이 오시게 됐다. 경기 외적으로도 대표팀 내부 분위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분위기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관련하여 협회로부터 설명을 들은 적이 있나?
그런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 받았고, 관련된 정보는 파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배움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패했을 때는 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반면 승리하면 그런 문제가 완화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최상의 환경과 조건에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해서 경기장에서 최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다.
어려운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에 개인적인 일화를 말하고 싶다. 지난 주 열 살된 내 아들이 발목을 다쳤다. 한 달 동안 축구를 못하게 돼 실망스러운 일인데 내가 아들에게 말한 것이 있다.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자 팀에 심어주고 싶은 정신이다. 아들이 다친 날부터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넘어졌으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이야기해줬다. 미리 앞서서 한 달 후를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부상을 딛고) 일어나서 다음 한 발을 디디라고 말했다. 그런 정신으로 우리 선수들에게도 기다리는 팬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기에 같이 일어서서 한 발 한 발 나가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
- 1700명 선수의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말씀하셨다. 한국 선수의 특성, K리그의 특징을 어떻게 파악했나?
기술적인 능력, 공을 소유하는 능력은 인상적이었다. 반면 수비에서는 전방에서 적극적으로 압박하기보다 상대 공격을 기다리면서 내려서 역습을 시도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플레이의 강도와 적극성도 장점이다. 포지션별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공격 지역에서 뛰는 선수들의 재능이다.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의 선수들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한국축구는 이 부분에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 러시아 소치 감독 시절에 팀 운영과 선수 발탁에서 AI 활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설명을 부탁한다.
화제가 되었고 확산이 된 부분이 있다.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팀 운영이나 선수발탁에서 AI에 의존한다는 것은 순전히 거짓이다. 축구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기술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기술을 판단하고,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지 의존하는 게 아니다. 10분 정도만 시간을 들여서 파악해보면 당시 상황이 왜곡되고 나에게 피해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전히 거짓이다.
질문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여러 팬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라는 건 이해한다. 국가대표팀에 부임하고 첫 기자회견이라는 뜻깊은 자리인 만큼 너무 길게 이어가고 싶지 않다. 이 자리에서는 부차적인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팀과 선수 선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 6경기 결과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열심히 준비하고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서 경기장에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 경기 내용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 승리하는 것은 어렵다. 좋은 결과를 위해서는 우리가 할 축구를 제대로 하면 된다. 각 선수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알려주고, 동시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설명할 것이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