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500억 원이 넘는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나홍진 감독의 SF 영화 '호프'가 북미 극장가에서 강렬한 첫발을 내딛으며 해외 시장을 통한 손익분기점 돌파와 제작비 회수에 청신호를 켰다. 국내 흥행에서의 아쉬움을 딛고 해외 시장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호프'는 지난 9일(현지시간) 북미 전역 1560개 스크린에서 대대적으로 개봉해 첫 주에만 약 500만 달러(한화 약 66억 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1560개라는 상영관 수는 2019년 아카데미를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역대 한국 영화 중 가장 큰 개봉 규모다.
개봉 첫날 110만여 달러(약 15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한 '호프'는, 13일까지 누적 수익 492만여 달러를 기록하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국내 흥행 저조를 딛고 북미 시장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5월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당시 세계 평단의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글로벌 기대작으로 떠올랐던 '호프'는 지난 7월 국내 개봉 당시 거대한 제작비 대비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비무장지대(DMZ) 인근 호포항에 정체불명의 외계 존재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기이한 사투를 그린 영화는 나홍진 감독 특유의 압도적인 미장센과 긴장감을 자랑했으나, 극단적인 호불호와 난해하다는 평가 속에 국내 누적 관객 수 457만 명에 머물렀다. 순제작비만 500억 원 이상 투입되어 손익분기점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던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북미 시장에서의 대규모 개봉과 초기 흥행 성과는 투자·배급사 측에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북미 관객들의 초기 호기심과 관람 만족도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경우, 시장의 절대적 크기를 고려할 때 국내 흥행 성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아가 북미 흥행 성과는 향후 순차적으로 개봉을 앞둔 유럽, 남미, 아시아 등 글로벌 주요 시장으로의 연쇄 확산을 견인하는 강력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향후 흥행의 최대 관건은 국내 관객 사이에서 갈렸던 호불호와 서사적 장벽을 현지 관객들에게서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에 달렸다.
북미 156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호프'가 북미를 넘어 글러벌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관심이 모인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전문가들은 "북미 관객들은 나홍진 감독 고유의 어둡고 독창적인 세계관과 압도적인 긴장감을 장르적 쾌감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장르물에 매료된 팬덤의 확산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한편, "독창적인 미학 뒤에 숨은 난해한 철학적 메시지가 대중적인 구전 효과(입소문)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분석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이러한 흥행 열기에 힘입어 나홍진 감독과 주연 배우 조인성, 정호연은 현지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스크리닝 레드카펫 행사에서 현지 매체 및 관객들과 만난 나 감독과 배우진은 오스틴,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관객과의 대화(GV)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내에서의 아쉬움을 씻어내고 북미를 시작으로 한 글로벌 판로에서 '호프'가 거대한 제작비 회수를 넘어 한국 영화의 새로운 글로벌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