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노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에서 제출한 이른바 '김옥숙 메모'가 수사의 단초가 되면서 약 30년 만에 다시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세 번째 검찰 조사를 받는다./사진=연합뉴스 제공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소정수)는 노 관장에게 참고인 소환을 통보하고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노 관장이 2024년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제출한 메모를 토대로 비자금 조성 경위와 관련 자금의 성격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옥숙 메모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1998~1999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자필 기록이다. 메모에는 '선경 300억 원' 등 총 904억 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SK그룹 측에 전달돼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으나, 최 회장 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김 여사가 거주하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와 노재헌 주중한국대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 노태우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재단 관계자와 차명계좌 관련 의혹을 받는 노 전 대통령의 전직 비서관 등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관장은 과거에도 외화 반입 사건과 뇌물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 중이던 1990년 2월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20만 달러를 미국으로 반입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1993년 1월 미국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국내에서도 1994년과 1995년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미국 검찰은 해당 자금이 한국 정치권에서 나와 스위스 은행을 거쳐 미국으로 반입됐다고 주장했다. 노 관장은 1994년 국내 검찰 조사에서 결혼식 축의금 등을 자금 출처로 설명했으며, 이듬해 대검찰청 조사에서는 부친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고 스위스 계좌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6년에는 이양호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36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를 전달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급 청탁 의혹이 제기됐다. 노 관장 측은 보석류를 이틀 뒤 돌려줬다고 해명했으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해당 의혹을 내사한 뒤 종결했다.
이번 수사에서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은닉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5·18기념재단 등은 2024년 10월 김 여사와 노 관장, 노 대사 등을 비자금 은닉 및 조세포탈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과거 추징금을 미납하던 시기에 거액의 자금을 별도로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장에는 김 여사가 2000~2001년 차명으로 약 210억 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 여사가 2016~2021년 동아시아문화재단에 기부한 147억원과 노태우센터에 출연한 5억원도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의혹의 대상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비자금 은닉 여부와 자금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