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한국은 글로벌 사업에서 브랜드와 연구개발 기술을 발전시키는 테스트베드입니다.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군이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된다면 사업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열린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 실장이 햇반 브랜드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은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열린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다진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해외 사업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CJ제일제당은 2028년까지 햇반 국내외 브랜드 매출 1조5000억 원대(이하 소비자가 환산 기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햇반 매출은 1조1000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1996년 출시 이후 올해 말까지 누적 매출은 약 1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1996년 국내 최초의 무균포장밥으로 출발한 햇반은 초기 비상식에서 1~2인 가구 증가와 함께 일상식으로 소비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건강 관리와 식단 변화에 맞춰 잡곡·영양강화 제품을 늘리는 동시에 해외에서 한국식 밥의 수요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 백미 성장 둔화에 잡곡 확대…“50대 이상 수요 전환 관건”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햇반'이 박스에 포장되고 있다./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품밥 시장은 약 5% 성장했다. 백미는 3% 증가에 그친 반면 잡곡밥은 13% 성장했다. 햇반 국내 즉석밥 사업에서도 잡곡밥 매출 비중은 2019년 10%대에서 지난해 30% 이상으로 증가하며 핵심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
CJ제일제당은 국내 백미 구매자 수가 사실상 정체된 데 비해 잡곡밥에는 신규 수요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백미 고객의 구매 빈도와 수량은 늘고 있지만 신규 유입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잡곡밥의 소비자 침투율은 약 15%로 백미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김 실장은 “향후 5년 안에는 잡곡밥의 소비자 침투율이 백미와 같은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젊은 세대보다 50대 이상이 집에서 건강하게 지어 먹던 잡곡밥을 언제, 어떤 계기로 상품밥으로 넘어오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20~30대에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50대 이상에는 집에서 먹던 잡곡 조합을 세분화한 제품을 제안할 계획이다. 젊은 층은 밥을 먹는 빈도 자체가 낮아지는 만큼 메뉴 선택지를 늘리고, 중장년층에는 기존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잡곡밥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110g 소용량 '햇반 미니밥' 3종을 출시했으며, 오는 12월에는 '햇반 단백질 잡곡밥'을 선보일 예정이다. 식물성 단백질을 쌀알 형태로 가공한 '단백쌀'을 활용해 단백질 함량을 높인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이같은 '성형쌀'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식이섬유 등 영양성분을 강화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국내 상품밥 시장은 이제 점유율 싸움보다는 시장 파이를 얼마나 크게 만드느냐의 싸움”이라며 “기존 백미 판매를 늘리기보다 잡곡밥 소비층 확대와 제품 다변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 국내 넘어 미국으로…'스티키 라이스' 앞세워 일상식 공략
CJ제일제당 김숙진 식품마케팅실 실장(왼쪽)과 오예진 수석연구원(오른쪽)이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햇반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사업은 우선 미국에 집중한다. 햇반은 2017년 비비고 브랜드로 미국 가공밥 시장에 진출한 뒤 최근 5년간 해외 매출이 연평균 약 30% 성장했다. 전체 브랜드 매출 중 해외 비중은 2021년 8%에서 지난해 15%로 늘었고, 2028년에는 약 25%까지 높인다는 구상이다.
핵심 상품은 한국식 찰진 밥인 '비비고 스티키 화이트 라이스(bibigo Sticky White Rice)'다. 밥알이 잘 떨어지는 장립종과 파우치형 즉석밥에 익숙한 미국 시장에서 '용기형 한국식 찰진 밥'으로 차별성을 높였다. 햇반의 미국 가공밥 시장 점유율은 현재 11.9%다.
김 실장은 “처음에는 미국에서 햇반을 교포들이 주로 사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실제로는 현지 일반 소비자들이 고기나 그레인볼 등 평소 먹는 음식과 함께 '건강한 탄수화물'로 햇반을 즐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4.6%가 쌀을 구매하는 이유로 건강을 꼽았다.
CJ제일제당은 쌀을 먹는 미국인에 비해 햇반 소비자가 아직 적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 주 1회 이상 쌀을 먹는 소비자 비중은 2023년 37%에서 지난해 45%로 증가했지만, CJ제일제당이 파악한 미국 소비자 대상 햇반의 침투율은 약 2%에 그친다. 기존 장립종 중심의 쌀 소비층을 한국식 '찰진 밥'으로 끌어들일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김 실장은 “미국인 100명 중 딱 두 명이 저희 밥을 먹고 있다”며 “기존 장립종 쌀을 먹는 소비자까지 확대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20배 넘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공밥 시장 점유율을 넘어 전체 소비자로 대상 범위를 넓히며 성장 기회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미국 내 제품군 확대는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당장은 백미 외 잡곡밥이나 장립종 등 제품군을 늘리기보다, '한국식 찰진 밥'의 차별성과 간편성을 앞세워 소비 기반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 판매용 햇반 백미 제품을 부산과 진천에서 생산해 전량 수출하고 있다. 현지 공장 설립은 공급량 확대 등 향후 필요성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유럽 진출도 미국에서 공급·판매 기반을 구축한 이후 구체화한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은 “한국에서는 햇반의 제품군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국내에서 개발한 제품을 차근차근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하면서, 우리의 식문화만 강요하지 않고 현지 식문화에 맞는 다양한 밥을 선보이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