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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안주 없다…이재용이 취임 4주년에 ‘로봇’ 낙점한 이유

입력 2026-10-29 11:10:26 | 수정 2026-10-29 14:27:32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취임 4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시선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단기적 성과를 넘어 차세대 격전지인 ‘로봇’으로 향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4주년 당일인 지난 27일, 별도의 대외 기념행사나 메시지를 내는 대신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울R&D캠퍼스에 위치한 ‘RX(로보틱스 익스피리언스)사업추진실’을 방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2026년도 제36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미래 승부처로 낙점한 로봇 연구개발 현장을 직접 찾아 내년 1월 ‘CES 2027’에서 공개할 기술 준비 상황과 휴머노이드 경쟁력을 점검한 것이다.

이 회장의 이번 현장 행보는 사상 초유의 실적 발표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결 기준 매출 195조3000억 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 원의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며 글로벌 테크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썼다.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4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축포가 터지기 직전, 정작 총수는 축제 대신 미래 R&D 최전선으로 발길을 옮긴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행보를 두고 반도체 호황에 안주하지 않고 AI 혁명의 최종 종착지인 ‘피지컬 AI(Physical AI)’ 시장을 선제 타격하겠다는 결단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회장이 사상 최대 실적 속에서도 로봇을 차기 핵심 축으로 찜한 이유는 분명하다.

◆ 스마트폰·가전 성숙기 돌파…포트폴리오 재편할 ‘슈퍼 폼팩터’

우선 기존 세트(DX) 부문의 성장 한계를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오랜 양대 축이었던 스마트폰(MX)과 생활가전(DA)은 이미 전 세계적인 보급률 포화와 중국 기업들의 거센 가성비 추격으로 구조적 성장 둔화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이번 3분기 실적에서 스마트폰과 TV·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패널·메모리 등 부품 원가 상승과 시장 둔화 여파로 8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106조5000억 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이익을 내며 가려졌을 뿐, 완제품 사업의 경고등은 이미 켜진 셈이다.

더 이상 화면을 접는 폴더블 폼팩터나 온디바이스 AI 기능 추가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교체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위기의식이다. 반면 스스로 공간을 인식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은 스마트폰의 뒤를 이어 인류의 일상과 공간을 지배할 차세대 디바이스다. 

냉장고, 세탁기, TV 등 전통적인 백색가전에 자율 이동과 공간 제어 기술이 결합하면 단순 가전을 넘어 '지능형 서비스 로봇'으로 홈 생태계 자체가 진화하게 된다. 이 회장이 DX부문의 삼성의 완성품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승부수로 로봇을 택한 이유다.

◆ 반도체 ‘사이클 덫’ 피할 수요처이자 테스트베드

로봇은 삼성의 본진인 반도체 사업의 ‘미래 10년’을 담보할 핵심 열쇠이기도 하다. 

현재 반도체 호황을 이끄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용 D램은 글로벌 빅테크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에 의존하고 있어, 설비 투자 주기에 따른 사이클을 탈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 증설 중심의 투자는 필연적으로 속도 조절과 조정기를 맞이하기 마련이다.

반면 실시간으로 주변을 인지하고 물리적 행동을 제어하는 자율 휴머노이드 로봇 1대에는 스마트폰 수십 대 분량의 저전력 NPU(신경망처리장치), 고성능 이미지 센서, 초고속 메모리가 집약된다. 

로봇 완성품 생태계를 쥐는 것은 삼성의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메모리를 대규모로 소비할 거대한 내부 수요처이자 가장 강력한 테스트베드를 확보하는 일과 직결된다.

◆ ‘피지컬 AI’ 하드웨어 DNA 결집…2030 자율공장 승부수

소프트웨어 중심의 생성형 AI 경쟁이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구동되는 ‘체화된 AI(Embodied AI)’로 전환되는 글로벌 흐름도 맞물려 있다. 피지컬 AI는 알고리즘뿐 아니라 정밀 모터 제어, 배터리 효율, 초정밀 센서 융합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회사로 편입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정밀 구동 부품 및 로봇 팔 기술에 자사의 정밀 로봇 손 특허와 AI 비전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등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RX사업추진실을 신설해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조직을 일원화한 것 역시 하드웨어 역량을 결집해 테슬라(옵티머스), 현대차그룹 계열 보스턴다이내믹스(아틀라스) 등 글로벌 선두권과의 기술 격차를 단숨에 좁히겠다는 의지다.

나아가 로봇은 삼성 제조업 자체의 원가와 수율을 혁신할 생산 무기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주요 제조 팹(Fab)을 AI와 로봇이 24시간 자율 제어하는 ‘무인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을 밟고 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기술적 한계와 글로벌 제조 인력난 속에서 고도화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투입은 원가 경쟁력 격차를 벌릴 핵심 카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취임 4주년에 우면동 R&D 현장을 찾은 것은 반도체 호황에 안주하는 순간 미래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냉철한 위기의식의 방증”이라며 “반도체-부품-완제품-제조 혁신을 하나로 꿰뚫는 삼성의 차세대 융합 엔진이 바로 로봇”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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