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전통 제약사들이 화장품과 디지털헬스케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서고 있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소재와 기술, 기존 브랜드와 병·의원 영업망을 활용해 인접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전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그룹은 나인앤컴퍼니와 합작법인 아이디나인을 출범시키고 기능성 스킨케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고 있으며 대웅제약과 동아에스티는 기존 병·의원 영업망을 활용해 디지털헬스케어 제품 공급을 늘리고 있다.
◆ 연구 소재부터 소비재 브랜드까지…화장품 사업 키우는 제약사
일동제약그룹은 프로바이오틱스 연구개발 역량을 화장품 사업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인앤컴퍼니와 합작법인 아이디나인을 출범시키고 2027년부터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핵심 소재는 프로바이오틱스 기반 화장품 원료인 세라글로우다. 일동제약그룹은 해당 소재가 피부 장벽의 주요 지질 성분인 세라마이드 생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관련 특허와 연구논문을 확보한 만큼 기존 미생물 연구에서 축적한 기술을 화장품 원료로 활용하고 완제품 사업화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동제약그룹은 기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퍼스트랩의 유통망도 넓히고 있다. 일동헬스케어는 이달 퍼스트랩 제품 18종을 이마트 와우샵에 입점시켰다. 신규 합작법인을 통한 제품 개발과 기존 브랜드의 판매 채널 다변화를 병행하면서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모습이다.
동국제약은 소비재 사업을 이미 상당한 규모로 키운 사례다. 동국제약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5099억 원, 영업이익은 534억 원이다. 이 가운데 헬스케어 사업부 매출은 2029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9.8%를 차지했다.
동국제약은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에 활용해온 병풀 정량추출물(TECA) 기술과 브랜드 인지도를 화장품 사업에 접목했다. 센텔리안24를 중심으로 크림과 세럼, 마스크팩, 미용기기 등으로 제품군을 다변화했으며 해외 유통망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화장품 제조·개발과 미용기기 생산 관련 기업 지분을 인수해 사업 기반을 보강한 점도 특징이다.
또한 동국제약은 이달 12일 사명을 'DK 센텔리안'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오는 11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관련 정관 변경안을 다룰 예정이다. 헬스·뷰티 사업의 성장과 글로벌 시장 공략 의지를 기업 정체성에도 반영하려는 행보다.
◆ 병·의원 영업망에 디지털 기술 결합…새로운 매출원 확보
(왼쪽부터) 이영신 씨어스테크놀로지 대표, 한상욱 아주대학교의료원장,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 조재호 아주대학교병원장이 스마트병원 개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웅제약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제약사의 의료기관 영업망이 새로운 사업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의료기기나 인공지능(AI) 기술을 모두 개발하기보다 전문 기술기업과 협력해 제품을 확보하고 기존 거래 병원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은 씨어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의 국내 유통·판매를 맡고 있다. 웨어러블 센서로 환자의 심전도와 심박수, 호흡수, 산소포화도 등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의료진이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대웅제약의 디지털헬스케어 매출은 2026년 상반기 327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웅제약은 이달 아주대병원 7개 병동, 342병상에 씽크 운영을 시작했다. 대웅제약이 밝힌 올해 10월 기준 누적 도입 규모는 전국 218개 의료기관, 2만54병상이다. 아주대병원은 향후 적용 범위를 최대 1100병상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동아에스티 역시 전문의약품 영업망을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하이카디와 안저 기반 AI 진단 솔루션 닥터눈, 연속혈당측정기 등으로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다. 이달에는 솔티드와 AI 보행분석 솔루션 '뉴로게이트'의 국내 독점 판매 계약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가 유통과 영업·마케팅을 담당하고 솔티드가 제품 공급과 기술 지원을 맡는다. 척추·관절 분야에서 구축한 영업망을 활용해 신규 제품의 의료기관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종근당도 피부질환 관련 일반의약품 브랜드 더마그램을 통해 기존 약국 유통망과 피부관리 수요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더마그램 피디알엔 크림은 이달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대상 약국 쇼핑 콘텐츠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는 의약품 판매를 위해 구축한 유통망을 피부관리 제품을 찾는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는 채널로 활용되는 사례다.
제약사들의 신사업 진출은 기존 사업과 동떨어진 분야에 뛰어들기보다 연구개발 성과와 브랜드 인지도, 영업망을 인접 시장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만 소비재 사업은 제품 경쟁력과 유통 채널 확보가, 디지털헬스케어는 의료기관 도입처 확보와 실제 사용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각각 과제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은 연구개발과 영업 과정에서 축적한 자산을 활용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신사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시장 진입을 넘어 실제 매출과 수익성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