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업무 이관 반대 심한데...
입력 2013-02-04 16:37:11 | 수정 2013-02-04 16:37:11
박 당선자의 통상업무 이관에 대해 찬성하는 이는 거의 없고 반대하는 목소리만 드높다. 모 대학 교수는 ‘통상업무 이관’을 놓고 그리하면 세상이 뒤집어질 것 같이 ‘법석 떠는‘ 걸 보고 가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펜을 든다. 자고로 지식인이 그럴듯하게 사실을 왜곡하면 세상을 오도한다.
세상이 아무리 복잡하고 분화돼도 언론사는 미세한 부서 이름의 변화는 있지만 수십 년 동안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문화부, 스포츠부로 나눠져 변하지 않고 있다. 언론사는 항상 빠듯한 재정형편에 적은 수의 기자들로 급변하는 세상을 쫓아가야 하는 까닭에 최적의 명확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라는 전통적 부서명칭의 유지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고 기자는 보고 있다. 언론사라면 ‘통상업무’를 어디 부서에 소속해야 할 것 같은가 정치부일까, 경제부일까. 당연히 경제부라고 기자는 본다.
통상업무는 무역을 포함한 경제외교로 볼 수 있으므로, 그 상위 대분류는 ‘외교’가 아니고, ‘경제’다. ‘문화외교’라고 해서 외교부가 할 건가, ‘군사외교’라고 해서 외교부가 할 건가.
그렇다고 외교부가 통상업무를 터치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외교부가 통상업무만을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통상’이란 어색한 이름 떼내어 ‘정치’와 ‘통일’과 ‘통상(경제)’와 ‘군사’와 ‘문화’와 ‘과학’과 ‘스포츠’를 모두 다뤄야 한다고 본다. 외교부는 국가 부처 중에서는 전문영역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고 그런 까닭에 선임부처이다. 회사로 치면 수석 부사장인 셈인데, 수석 부사장이 굳이 마케팅 이사라는 타이틀까지 가지겠다는 것과 진배 없다. 전문영역이 없으므로 모든 전문영역을 다 리드 할 수 있고 의견을 제시하고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외교부의 ‘협상’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통상업무의 잔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또한 억지이고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20세기 전반기에만 해도 ‘협상’는 외교관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협상’은 어떤 부처도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협상기술’은 MBA의 필수과목에 포함돼 있을 정도로 이제는 중소기업 사장에서부터 M&A를 전문으로 하는 대기업 임원과 컨설턴트, 변호사들의 주업무가 돼 있다. 그리고 매일의 뉴스보도에서 교육외교, 자원외교, 과학외교, 문화관광외교, 스포츠외교란 용어가 일상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판에 협상의 전문성을 내세우며 외교통상부의 잔류를 얘기하는 건 현실을 모르는 소치다.
또 통상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기면 ‘산업보호와 규제’위주로 치우치기 쉽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발상도 외교부 출신들의 ‘오만’이다. 이는 마치 외교부 출신은 외교관계를 고려해 ‘수준 높은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데 반해 산업부 공무원은 ‘편협한 애국적 감상주의’에 경도될 거라는 인식을 깔고 있다. 이는 매우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외교부 공무원들은 국내외를 왔다 갔다 하면서 ‘외교’업무에만 종사했기 때문에 세상 물정을 잘 모르기 쉬운데, 산업과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경제 현장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외교부 출신보다는 훨씬 세상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21세기 인재는, ‘멀티(multi-)’여야 한다. ‘협상기술’은 전공과목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부처나 다 해야 하는 필수 과목인 시대에 살고 있음을 상기해주고 싶다. 외교부는 ‘협상기술’을 자기들만의 전공이라고 우기지 말고 전 부처를 다 조정할 수 있는 선임부처로서 모든 분야를 두루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도록 해야 한다. 외교부의 고유업무라고 할 수 있는 ‘국제관계’는 업무 성격상 원래부터 멀티이고 제너럴하지 않은가.
외교부 공무원은 어떻게 보면, 확실한 전공이 없다는 면에서 작가와 기자와 비슷하다. 작가와 기자는 전공이 없으므로 어떤 분야든 글을 쓸 수 있다. 엊그제 퇴임한 힐러리 클린턴은 변호사 출신 정치인인데, 20세기 이래 최고의 미국무장관으로까지 칭송될 정도로 탁월한 외교업무를 보여줬다. 힐러리 클린턴의 4년간에 걸친 정력적인 활동과 최근 며칠 동안 행한 고별 연설들을 보면서 우리 나라에는 이런 멋진 외교관이 없는가 하고 생각해봤다. ‘부처 이기주의’에 빠지기에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너무 많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외교부가 통상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겨줬다고 해서 오불관언(吾不關焉)하라는 것이 아니다. 외교부는 선임부처로서 통상업무뿐만 아니라 국방, 교육과학, 문화관광스포츠 등을 다 고려하여 통합적인 판단과 조정, 리드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