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성폭력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을 가해자의 판결문에 기재해 송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개인정보가 노출된 성폭력 피해자는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위자료 등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A(25·여)씨는 최근 여성의 전화와 민변 등의 도움을 받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광주지법에 냈다.
A씨는 자신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한 B(30)씨에게 지난해 10월 광주지법 목포지원이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기재한 1심 판결문을 보내면서 심리적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를 국가가 손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A씨는 B씨를 고소하면서 성폭력 피해에 대한 형사 배상명령도 함께 신청했다. 배상명령이란 형사 사건의 피해자가 별도의 피해 입증을 하지 않고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피해 사실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B씨와 합의했으며 법원은 이를 근거로 성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기각하고 형사 배상명령 신청도 각하 판결했다.
법원이 같은 내용을 담은 1심 판결문을 B씨에게 송부하면서 배상명령 신청인란에 A씨의 인적사항을 상세히 기재한 것이다.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등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등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소송을 낸 A씨 측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송 촉진법), 대법원 예규 등을 근거로 처리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명령 신청인을 명확히 밝히려면 인적사항을 기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변 광주·전남지부가 소송 촉진법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도 재판부에 신청할 방침이어서 A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담당한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서 서로 충돌한 두 개 조항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소아 민변 소속 변호사는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헌법소원도 제기할 방침"이라며 "법원의 과실을 분명히 밝히고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 등 입법적인 보완도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