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투수 홍성용의 특별했던 데뷔전 ‘나는 투수다’...박찬호 극찬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맞대결이 열린 지난 12일 잠실구장. 10-1로 크게 앞선 NC는 9회말 마지막 수비를 앞두고 투수를 교체했다.
사실상 승패가 갈린 경기의 마지막 이닝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른 좌완 투수 홍성용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1군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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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뉴시스 자료사진 |
홍성용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야구 명문인 천안북일고를 졸업한 홍성용은 2005년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이듬해 곧바로 경찰청 야구단에 합격해 군 복무를 해결한 홍성용은 다시 LG로 돌아왔지만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LG와는 연은 2008년으로 막을 내렸다.
순식간에 소속팀을 잃었지만 야구를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일본 독립리그행이었다.
13일 LG전을 앞두고 만난 홍성용은 "함께 LG에서 방출된 박가람에게 연락이 왔다. '일본에서 1년에 100경기 정도 뛰는 리그가 있는데 월급도 준다'고 하더라. 나도 가고 싶었고 부모님도 야구를 계속 하길 원하셨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 간사이 독립리그 06BULLS에서 기량을 갈고 닦던 홍성용은 지난해 큰 변화를 맞이했다.
한 케이블 방송사가 실시한 투수 발굴 프로그램 '나는 투수다'는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였다. 프로그램 내내 진지한 태도로 임한 홍성용은 심사위원이던 박찬호에게 극찬을 받기도 했다.
10월에는 꿈에 그리던 프로팀 유니폼을 입었다. 연초부터 꾸준히 관심을 보였던 NC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마지막 기회를 얻은 홍성용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겨울을 보냈고 예상보다 빨리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홍성용은 "마운드에 오를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경기를 끝내고 더그아웃을 보니 감독님 밖에 보이지 않더라. 나에게 기회를 주셨으니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홍성용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박용근에게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허용하긴 했지만 나머지 세 타자는 모두 플라이로 돌려 세웠다.
NC 선수들은 승리구를 시즌 첫 승을 거둔 이재학이 아닌 홍성용에게 선물했다. 오정복이 관중석에 공을 넘겼지만 모창민이 이를 다시 받아와 홍성용의 손에 쥐어줬다.
홍성용은 "나에게 주는 줄 몰랐다. 처음에는 재학이한테 공을 가져다주라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선배들이 나보고 가지라고 하더라"며 고마워했다.
9년 만에 치른 감격적인 데뷔전에 주변의 반응도 뜨거웠다. 가장 좋아해준 이는 역시 부모님이었다.
홍성용은 "끝나고 휴대폰을 보니 어머니한테 연락이 왔더라. 전화를 드렸는데 나보다 더 좋아하시더라"면서 "일본팀 선수들에게도 축하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웃었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질을 보유한 홍성용의 장점은 제구다. 지난해 독립리그에서는 전반기 50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볼넷은 4개 뿐이었다. 평균자책점도 0.88로 빼어났다.
스스로에 대해 "난 특별하지 않다. 좌완이지만 구속도 140㎞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소개한 홍성용은 "볼넷을 정말 싫어한다. 주자가 2,3루에 있어서 어렵게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면 어쩔 수 없겠지만 볼넷은 내주기 싫다"고 강조했다. 전날 박용근에게 내준 볼넷에 대해서도 무척 아쉬워했다.
김경문 감독은 홍성용을 두고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활용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홍성용은 팀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평범하면서도 당찬 각오를 밝혔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1군에 뛰는 것을 꿈에서만 생각해봤지 실제로 현실이 될 줄은 몰랐다"는 홍성용은 "내가 경기에 못 나가도 팀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 어떻게든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