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는 무심천을 따라 청주를 가로지르는 대형 도로입니다. 시내와 인접한 부분에서는 차량이 서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도로 주변 인적이 드물고, 하천을 따라 길이 곧게 난 편이라 과속하는 차량이 많은 도로입니다.
지난 10일 새벽 무심서로에서도 인적이 상당히 드문 아일공업사 앞에서 뺑소니 사망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로 숨진 강모씨(29)는 결혼한지 이제 2년 된 예비아빠였습니다. 임신 7개월된 아내의 임용고시 준비를 위해 화물차 운전대를 잡은 새별아빠는 작별의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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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피의자 허모씨(37)의 윈스톰 차량이 30일 충북 음성군 허씨의 부모 집에서 발견됐다. /사진=뉴시스 | ||
생의 마지막 날, 크림빵 한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향하며 아내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케이크는 못 사고 대신 크림빵 샀어. 미안해. 그래도 우리 새별이한테만큼은 열심히 사는 훌륭한 부모가 되자”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마지막이었을 줄은 그도, 그의 아내도 상상할 수 없었겠죠.
사고소식과 가슴아픈 사연이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언론에 의해 수면위로 오르자 범인을 잡기 위한 노력은 각계각층에서 쏟아졌습니다. 네티즌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유력한 차종을 짚어냈고, 경찰은 뺑소니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수사본부까지 설치해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팀까지 나서 당장이라도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결정적인 제보는 없었습니다. 새별아빠를 치고 달아난 차종이 BMW라는 단서만으로는 쉽게 조사범위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보름 넘은 시간이 흘렀고, 경찰은 29일에서야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CCTV에서 새별아빠를 친 차종이 BMW가 아닌 윈스톰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전과는 다른 결정적인 증거가 등장하자 수사는 급물살을 탔습니다. 29일 오후 5시 경찰의 브리핑을 통해 용의차량은 ‘BMW가 아니라 윈스톰’이라고 발표하자 2시간 뒤 피의자 허모(37)씨의 부인이 ‘남편이 범인’이라며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즉시 수사대를 보냈으나 허모 씨는 이미 도주한 뒤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과 함께 경찰서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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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빵 뺑소니 사건 용의자 허모씨가 30일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조사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 ||
범인 검거 소식이 전해지자 강모씨의 아버지는 “자수해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의 용서에 온 국민이 함께 눈물 흘렸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용서는 다시 분노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용의자들이 늘 하는 말, “술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 때문입니다.
용의자 허모 씨는 경찰 진술에서 “사람을 친 줄 몰랐다. 자루나 조형물 같은 것인 줄 알았다”며 “사고 나흘 뒤인 14일에야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고 사람을 치어 숨지게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의 주장은 ‘사고 당일 부인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점’과 ‘24일 파손 부품을 구입해 직접 수리한 점’ 등으로 반박됐습니다.
피해자 강씨 아버지의 분노는 30일 오후 내내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충격 직전 브레이크등에 불이 들어왔다는데 어떻게 사람인 줄 몰랐냐. 엄연한 살인행위”라며 “아들의 키가 177㎝에 거구였는데 이를 어떻게 조형물이나 자루로 볼 수 있냐”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더 안타까운건 “양심껏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라. 그러면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용의자 허씨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 혐의를 적용해 조사 뒤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소주 4명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진술이 나온 만큼 음주와 과속에 대한 혐의도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난다’는 변명이 이번에는 꼭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홀로 남은 새별엄마를 도우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는 남은 가족을 위로하고 도울 방법을 찾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또 이승훈 청주시장은 29일 강씨의 부인을 찾아 “심적으로 받은 슬픔과 아픔을 이겨내고 아이를 생각해 기운을 내달라”고 위로했습니다. 청주시는 유족에게 긴급 복지지원비를 지급했고, 향후 국민기초수급자로 지정해 계속 지원할 방침입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가족의 상처가 아물수 있을까 싶은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꼭 힘을 내서 '새별이한테만큼은 열심히 사는 훌륭한 부모'가 되어달라는 진심만은 꼭 전하고 싶습니다. 온 국민의 마음이 같을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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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 청주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망사고자 강모(29)씨의 아버지 태호(58)씨가 30일 "죄를 인정 안하면 절대 용서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청주 흥덕구 무심서로 사고 현장에서 "용의자나 그 가족을 이해 못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어떻게 그런 식으로 변명 하느냐"고 분개했다. / 사진=뉴시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