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생산적인 신뢰구축 미비…제어장치 없는 지방공기업의 '노사담합' 가능성 커
   
▲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시 근로자이사제와 같이 사용자의 경영권을 제약하는 기업 상층기구에의 참가를 논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에 대한 명확한 규명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근로자대표의 이사회 이사로서의 참여는 사용자의 소유권 침해문제, 노사간의 힘의 균형성 붕괴 문제 그리고 회사법상의 한계 문제로 인해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우리 상법은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며 주주와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이른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으므로, 근로자대표를 이사로 선임하는 유럽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 근로자이사제는 근로자대표가 기업의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함으로 인해 회사의 이익 대변자 역할과 근로자 대표로서의 역할이 상충하는 이중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용자측만이 아니라 노조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상층기구의 참여와 관련하여 독일의 노동이사제 때문에 독일내 주식회사의 수가 독일기업 전체의 1%에 불과하고, 이에 비추면 주식회사가 전체법인의 97%를 초과하는 우리에게 적용이 확산될 경우 기업들이 자본조달을 하는데 큰 커다란 장애요인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이 단점으로 지적되는 시장경제질서 및 주주자본주의 체제와의 괴리, 신속한 의사결정 지연, 근로자대표의 전문성 부족과 책임소재 불분명 등과 더불어 더 큰 문제라고 판단된다.  

“독일의 공동결정제도는 독일사회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수용된 것은 아니고 지금도 제도의 찬반을 둘러싼 논의가 완전히 종식된 것이라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즉  1976년 공동결정제도를 확대하는 공동결정법 제정시 노사의 반발을 초래, 사용자측은 공동결정이 기업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1977년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나 1979년 공동결정제도 전체에 대한 합헌 판결을 받았으나, 또 공동결정제도가 자본시장의 반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등 기업에 유리한 것인지 여부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과 실증분석이 시도되기도 하였는데,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나아가 주주자본주의와 사용자측에 의한 도전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으며, 경영협의회(종업원평의회)도 기업에 필요한 제품혁신 등 보다는 기업내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만 주력했다는 비난도 있는 등 도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1)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지방공기업에 독일식의 공동결정제도가 도입될 경우 노동이사제 등을 통한 지방공기업의 노사담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될 경우 제어 장치도 거의 없으며, 자칫 국가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는 혼란의 초래도 배제할 수 없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수 있다./사진=서울시 제공


특히 독일의 근로자이사제를 비롯한 공동결정제도의 운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이고, 이러한 신뢰는 외부환경과 여건으로부터 올 수도 있다. 독일은 2차대전 후 근로자이사제와 같은 공동결정제도의 수용이 필요불가결 했고, 그 후 근로자이사제 유지 존속은 이를 되물릴 수가 없는 만큼 오랜 세월동안 실험을 통해 누적 구축된 신뢰관계가 작용한 것이다. 

경영참여의 필요성과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근로자이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 현행 근로자대표제도의 문제점과 한계에 비추어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지지하는 입장, OECD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서 협력적 참여적 노사관계 모델 도입 운영의 여러 가지 장점들을 열거하면서 근로자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 등은 근로자이사제의 도입 시행시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신뢰구축이 갈등 봉합식이나 담합식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신뢰구축으로 전제될 경우에만 올바른 주장으로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공기업의 경우 공공기관경영평가 등을 수단으로 감시를 통해 공공기관 방만경영과 불합리한 단체협약 개정 등 건강한 공공기관 경영문화 정착이 잘 구축되어 가는 과정 중에 있다. 이들 공공기관의 그간의 경영경험에 비추면 지방공기업에 독일식의 공동결정제도가 도입될 경우 노동이사제 등을 통한 지방공기업의 노사담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될 경우 제어 장치도 거의 없으며, 자칫 국가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는 혼란의 초래도 배제할 수 없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수 있다.

노동이사제 등 독일식 공동결정제도 도입은 현존하는 노사관계 생태계, 우리 자본시장기업의 실태,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단지 정치적 퍼포먼스로 도입 시행되는 것은 큰 위험을 떠안고 거대한 실험을 하는 것이다. 

낮은 수준의 노사협력도 내실있게 작동되지 않는 현실에서 독일식 노동이사 등 공동결정제 방식의 제도 도입은 현존하는 제도를 충실히 활용하여 건전한 관습을 정착시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짜집기식으로 제도 개선을 도모하는 것은 몸에 안 맞는 옷을 억지로 만드는 것과 같다. 결론적으로 ‘이사회’에의 근로자대표의 참여(서울시 근로자이사제)는 도입시 효과 및 문제점 등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를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노사관계 및 노사협의회 운영이 보다 성숙해진 단계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이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박원순 서울시장의 근로자이사제와 같이 사용자의 경영권을 제약하는 기업 상층기구에의 참가를 논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에 대한 명확한 규명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사진=미디어펜


1) 김호균, 독일 공동결정제의 현황과 과제,  EU학연구 제11권 1호, 한국EU학회, 2006, 99쪽 이하 참조.


(이 글은 2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강석호 의원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공공기관 근로자이사제 도입, 어떻게 봐야 하나’ 정책토론회에서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패널로서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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