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NPT탈퇴·핵무장 결행…미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북핵 접근법 예상
   
▲ 김태우 건양대 교수, 전 통일연구원장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기조와 한국의 핵선택

대선주자들의 핵무장 주장

필자는 젊은 시절 이런 저런 계기로 “한국이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다시 유학길에 올라 핵문제를 전공하여 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하지만, 1989년 학위를 마치고 귀국할 즈음 필자의 생각은 한국의 핵무장이 무모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수학 과정에서 힘이 지배하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핵정글에서 핵무장이 엄청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해서 필자는 북한의 핵개발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핵무장이 아닌 “국제규범상 허용되는 범위 내의 핵잠재력”만을 주장했고, 그것이 ‘평화적 핵주권론’이었다.

즉,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이 금지하지 않는 농축과 재처리까지만 확보하여 한국 원자력 산업의 선진화도 기하면서 원자탄의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Pu239)을 생산할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1) 그럼에도 1991년 노태우 정부는 농축‧재처리 포기정책을 발표했고 한국의 학계와 사회도 필자의 평화적 핵주권론을 과격한 주장으로 평가했었다. 북한이 아홉 번 째의 핵보유국이 된 현재에는 한국의 대선 주자들과 전문가들이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있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파 성향의 네티즌들이 무조건적‧즉각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가운데, 일부 좌성향 네티즌들은 “통일되면 북핵도 우리 것”이라는 통일에 의한 핵무장론’을 주장하는데 여기에는 북핵과 무관하게 남북교류를 해야 한다는 진보적 대북관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무장을 주장하는 정치인으로는 원유철, 정몽준, 김문수, 송영선, 노철래 등 정치인들이 있는데, 이 중에서 원유철 김문수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곧 선언할 것으로 추정되는 정치지도자들이다.2)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핵무장에 반대하면서 북핵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정치인 및 전문가들의 핵무장론은 대체로 조건부‧단계적 핵무장론이고 외교적이다. 즉, 이들은 북핵 문제가 소멸하면 한국도 핵무장을 포기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고, 핵무장 과정도 북핵 상황의 악화에 연계하여 단계적으로 진척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아울러 실제 핵무장을 원하기보다는 중국과 북한에 경고를 주어 북핵의 포기를 끌어내고자 하는 외교적 의도를 담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즉각적 핵무장론은 국제핵정치의 현실을 도외시한 맹목적인 주장이고, ‘통일에 의한 핵무장론’은 주변국들이 핵보유 통일한국의 등장을 허용할 것이라는 허황된 가정에 근거한 이상론이며, 엄중해지는 북핵 위협을 별개로 두고 남북교류에 힘쓰자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이다.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조건부‧단계적 핵무장론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일치하는 측면을 가지지만, 국제핵정치의 현실을 고려하여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대목들이 많다. 요컨대, 지금 한국은 섣불리 핵무장을 결행해도 안 되고 북핵 위협을 방치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를 지속하는 중에 유엔제재나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북핵 접근이 북핵 해결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버전의 평화적 핵주권’일 것이다.

   
▲ 북핵 문제가 해결되어 핵무장이 필요하지 않는 안보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은 불가피하게 NPT 탈퇴와 핵무장을 결행해야 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고심해야 마땅하다./사진=연합뉴스

북핵사태의 안보적 함의

현 북핵 사태는 한국안보와 관련하여 크게 세 가지의 함의를 가진다. 첫째, 핵탄두 및 투발수단의 고도화, 다섯 번에 걸친 핵실험, 핵군사력 운용체계의 구축, 가중되는 대남 핵위협 등 북핵 사태를 종합할 때 이는 분명히 한국의 안보위기이며, 대부분의 국민과 정치인들이 위기를 위기로 알지 못하고 있음은 더욱 더 큰 위기이다.

둘째, 군사적 억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북한정권의 핵보유 의지가 강력하고 중국이 이중플레이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핵 해결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강력한 현상타파 세력으로 부상한 중국이 현상유지 세력인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신냉전 구도가 심화됨에 따라 중국이 대북압박을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며, 이 보다는 중국이 공식적으로는 대북제재에 나서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북한정권의 생존을 지원하는 중북 간 핵공모(核共謀)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한국안보의 동맹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해온 군사동맹으로서의 한미동맹을 보다 한국이 보다 많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동등한 동맹으로 그리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 인류보편적 가치들을 공유하는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한국 국민의 오랜 염원이자 양국 간의 합의였다. 자고로, 대치하는 핵보유국과 비핵국 사이에서 비핵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은 ‘패배’ 아니면 ‘굴복’ 뿐이다.

한국이 이러한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음은 최강 핵보유 동맹국인 미국이 방위공약과 핵우산을 통해 공백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맹의 와해나 핵우산의 약화는 한국안보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실망스럽게도 한국안보의 동맹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작금의 북핵 사태는 한국에게 새로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국은 북핵이라는 비대칭 위협 앞에 일방적으로 취약한 상태(unilateral vulnerability)로 노출되어 북한정권의 의도적 핵사용 위협에 시달려야 하며, 동시에 돌발사태(Black Swan), 핵무기 분실(Broken Arrow) 비인가 발사(Unauthorized Launch), 핵안전사고 등 예기치 않은 핵위협에도 노출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접근 예상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의 새로운 북핵 접근법이 예상되고 있지만, 이것이 신속한 북핵 해결을 가져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세중 트럼프 후보는 북핵 관련 상반된 발언으로 혼란 초래했었다. 그런가하면 한국, 일본, 나토(NATO) 등 동맹에 대해서는 “안보무임승차론” 제기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북핵 해결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한 불만을 표출했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핵없는 세계(NWFW)' 기조, 대북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2015년 이란핵합의(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p Action)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은 ‘북핵 우선’과 ‘한미동맹 중시’를 선명하게 내보이는 양상을 띠고 있다. 취임직후 대통령의 첫 일성은 “북핵 위협 대처 새로운 방어체계 개발”이었으며, 상원의 첫 청문회 의제도 북핵 이었다. 취임 후 2주일만인 2017년 2월 2~3일에는 매티스(James Mattis) 국방장관이 방한하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안보실장, 유병세 외교장관, 한민구 국방장관 등과 회담을 기지고 동맹 건재 및 북핵 중시를 표방했으며, 사드(THAAD)의 금년 중 배치를 재확인하고 2017 키리졸  브-독수리 훈련을 강화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의 취임 후 첫 일성도 “테러, 중국, 러시아, 북한이 미국의 4대 위협세력”이라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행보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기조는 미북 빅딜, 북핵 해결을 위한 대중(對中)압박 강화, 대북 직접제재 강화, 선제공격, 레짐 체인지 등 5가지 정책 대안으로 압축된다. 문제는 아래 도표에서 보듯 5가지 모두 ‘신속한 북핵 타결’을 끌어내기에는 무리라는 사실이다.

   
▲ 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북핵 기조.

이상의 분석은 대단히 비관적인 결론들을 불가피하게 한다. 첫째, 한국에게 있어 상당기간 동안 '북핵과 더불어 살기(Living with the Bomb)'는 불가피한 운명이며, 이에 군사적 억제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커질 것이다. 둘째, 트럼프 행정부 초기의 한미동맹 중시 행보에도 불구하고 미국사회의 탈세계화 및 경제민족주의 추세를 감안한다면, 한국은 동맹의 유지발전을 위한 노력과 함께 방위공약의 약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셋째, 신냉전 구도가 지속되는 한 중국이 안보보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은 없다. 중국과의 비적대 우호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국의 당연한 외교 과제이지만, 북핵을 사실상 방조하면서도 사드와 관련해서는 주권침해적 대한(對韓) 압박을 서슴지 않는 중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이렇듯 나라가 내우외환의 악재들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대선 주자를 포함한 지도자들이 국가생존을 위한 핵선택권을 고심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핵무장이 경제와 동맹에 주는 충격 
 
그럼에도 한국은 핵선택권을 고심하기에 앞서 무조건적‧즉각적 핵무장 강행이 왜 무모한 대안인지를 유념해야 한다. 즉, 한국의 핵무장이 초래할 국제제재, 한미동맹에 미치는 충격, 중국 및 러시아의 대응 등을 예상해보아야 한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석유 매장량에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가진 자원부국이지만,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 제1위의 제조업 생산국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미만이다. 그런 이란도 국제제재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대이란 제재가 절정에 달했던 2012~2014년 사이에만 이란은 석유수출 급감으로 1,600억 달러의 외화 손실을 입었다. 2011~2012년 동안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은 1,180억 달러에서 2013~2014년동안 560억 달러로 급감했는데, 하루 400만 배럴의 생산능력을 가진 석유 생산은 120만 배럴로 감소했다. 동 기간동안 GDP 규모가 20% 감소하고 리알화의 가치는 56% 하락했으며, 물가는 40% 인상되고 실업율은 20%를 넘어 국민의 원성이 높았다. 그것이 2013년 온건중도 실용주의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된 배경이었고, 2015년 7월 14일 마침내 JCPOA에 합의했다.3) 

국제재제에 대한 한국경제의 내구성은 이란의 그것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

한국은 경제기적을 통해 세계 15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나 한국경제는 수출주도형으로서 지나치게 높은 대외의존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4년 한국경제의 무역의존도는 약 88% (수출 40.6%, 수입 37.2%)로서 이란(수출 20.9%, 수입 12.6%)보다 훨씬 더 높다.

최근의 불황과 함께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2015년도 무역의존도는 다소 줄었으나(수출 38.2% 수입 31.7%)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며, G20에서 단연 최고이다. 또한 한국의 수출은 수출품목과 수출시장의 분포에 있어서도 매우 편중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도체, 일반기계,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철강제품 등 10대 주요 수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2014년)이며, 중국(약 25%), 미국, 일본, 베트남, 홍콩, 베트남 등 10대 수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이다.

여기에 더하여 한국의 발달된 복합적 민주주의 제제와 사회 분열상은 국제재제에 대한 한국의 내구성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신정체제(theocracy)와 민주체제(democracy)가 혼합된 상태에서 이슬람의 가치와 제도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이란과 달리 한국은 이견의 표출과 시위가 용이하고 이념갈등이라는 고질병을 앓는 나라이다. 이런 한국이 국제제재로 인한 수출 감소, 실업율 제고, 외화 고갈, 복지자금 고갈, 인프레이션, 해외유학 및 취업 제한, 해외여행 제한 등의 후유증들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며, 핵무장이 통제불능의 이념대결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한국의 일방적 핵무장은 동맹의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중러로부터 예상하지 못한 강도의 안보압박을 초래할 수 있다. 현 동아시아 신냉전 하에서 중국이 북핵을 사실상 방조하면서 해양세력에 대항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은 여전히 동맹국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기존의 반확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핵우산(nuclear umbrella)‧확대억제(extended deterrence)를 제공하고 있다.4)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이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안보의 핵심축의 하나인 동맹의 약화는 치명적일 수 있다. 동맹의 약화는 방위공약 신뢰성의 저하, 핵우산의 약화 또는 철수, 미군의 부분적 또는 전면 철수, 동맹의 와해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당장 예상될 수 있는 것은 핵우산의 약화일 것이다.

미 핵우산이 주 메시지는 ‘북한이 한국에게 핵공격을 가하면 미국이 대량 보복한다“는 것으로서 북핵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군이 역량을 갖추어야 할 선제와 방어 그리고 응징 중에서 응징 부분을 담당한다. 한국군은 지금까지 북핵 억제를 위해 주로 선제(Kill-Chain)와 방어(KAMD 및 THAAD)에 치중해 왔고, 현재 방어역량의 강화를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는 국내외의 심각한 찬반 논란에 휩싸여 있다.

국방부가 응징에 해당하는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의 구축을 발표한 것은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2017년 9월 9일이었다. 자고로 응징 역량이란 대치하는 두 국가 간의 충돌을 막는 핵심적인 억제요소이다. 어느 한쪽만이 다른 쪽을 공격할 수 있는 일방적 취약성(unilateral vulnerability) 상태에서 억제란 근본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대치하는 두 국가 간에 억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취약한 ’상호 취약성(Mutual Vulnerability)가 확보되는 것이 기본이며, 이는 상호간 응징보복 역량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때문에 한국군이 재래전력을 통해서라도 대량응징보복 체계의 구축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5) 그럼에도, 미 핵우산이 여전히 주요 응징수단인 현 시점에서 핵우산의 약화나 철수는 한국에게 치명적인 일방적 취약성을 남기게 된다. 

한국의 핵무장이 중러의 과격한 대응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더 이상 1990년대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화평굴기(和平崛起)의 시대를 지나 본격적으로 대국굴기(大國崛起)와 중화패권(中華覇權)를 추구하는 강력한 현상타파 세력으로 부상했으며, 이런 중국이 한반도의 핵확산에 침묵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현재에도 중국은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을 빌미로 경제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이 말고도 방공식별구역(ADIZ)의 중첩, 중국어선의 불법 어업, 황해의 해양경계선의 미획정,6) 이어도 관할권 등 미결 현안들이 많아 다양한 외교적 압력을 가해올 수 있으며, 한반도를 겨냥하는 핵미사일의 증강 배치, 북해함대의 증강, 군사훈련을 위시한 노골적인 무력시위 등 직접적인 군사적 압박을 가해올 수도 있다. 중러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양세력에 대결하는 신냉전 하에서 러시아가 중국의 기조에 동조할 개연성도 충분하다. 

   
▲ 지금 한국은 섣불리 핵무장을 결행해도 안 되고 북핵 위협을 방치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를 지속하는 중에 유엔제재나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북핵 접근이 북핵 해결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사진=(좌)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우)황교안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새로운 버전의 평화적 핵주권

작금의 북핵 상황을 종합할 때, 한국이 대응적‧자위적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함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며, 한국사회에서 핵무장론이 표출되는 것 또한 외교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다. 핵무장 이외에는 국가생존을 담보할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한국은 실제로 NPT에서 탈퇴하고 핵무장을 결행하여 ‘상호 취약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는 준비해야 할 대상이지 당장 실행해야 할 정책은 아니다. 즉, 지금으로서는 ‘최후의 선’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핵무장이 수반할 경제와 안보상의 불이익에 유의하면서 그것들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 가지의 결론이 가능하다. 첫째, 대외의존적 경제구조, 동맹 의존도가 높은 안보체제, 핵보유국들에 둘러싸인 지전략적 불리점, 한국사회의 분열상 등을 종합할 때 핵무장이 초래할 외교‧경제‧안보 상의 국익손실이 핵무장을 통해 얻는 안보이익을 초과한다면 결코 핵무장을 결행해서는 안 된다.

둘째, 그렇다면, 동맹의 와해, 국제제재, 중러의 압박 등 세 가지 모두를 초래하는 핵무장은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선택이 되지 못한다. 핵무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동맹의 유지는 전제조건이며,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 준비에는 고난도 동맹외교가 필수적이다. 셋째, 모든 것을 종합할 때 한국의 차기정부가 고려해야 할 핵선택권은 ‘새로운 버전의 평화적 핵주권’일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초반의 ‘평화적 핵주권’의 핵심은 미국은 반대하지만 NPT상에서는 금지대상이 아닌 농축과 재처리를 확보하여 제1세대 원자탄을 생산할 잠재력을 양성하자는 것이었지만, ‘새로운 버전의 평화적 핵주권’은 상향된 목표들을 좀 더 정교한 시나리오에 따라 추구하되 NPT탈퇴와 실제 핵무장은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 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은 미 전술핵의 재반입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면서 동맹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한미원자력협력협정, 미사일가이드라인 등 핵잠재력의 장애요소들을 개정 또는 폐기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투발수단들을 확보하면서 제1세대 원자탄 생산 뿐 아니라 제2세대 수소탄을 생산하는 잠재력을 겨냥해야 하고, 갑자기 최악 상황이 도래하는 경우 ‘취약성의 창’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즉각적인 핵무장이 가능한 기술적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당연히, 핵실험을 하지 않고서도 핵무기를 유지‧관리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평시에 확보하고 있어야 하며, 이 업무들을 관장하고 마스트플랜을 수립하는 컨트롤 타워 조직도 필요하다.

최후의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핵을 보유할 것인가 하는 것은 한국의 핵무장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이스라엘식 불확실 전략(ambiguity strategy)를 벤치마킹할 태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NPT를 거부하고 핵무장을 상태이지만 핵실험 등 가시적으로 핵보유를 공개한 적이 없으며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도 없으며, 미국과의 동맹관계도 여전히 굳건하다. 이 방식을 통해 한국은 동맹와해의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제재를 위한 증거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버전의 평화적 핵주권’은 여기까지를 준비하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어 핵무장이 필요하지 않는 안보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은 불가피하게 NPT 탈퇴와 핵무장을 결행해야 하는 상황을 상정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고심해야 마땅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무신경은 결국 국가와 국민의 불행으로 귀결될 것이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 전 통일연구원장

   
▲ 북핵을 사실상 방조하면서도 사드와 관련해서는 주권침해적 대한(對韓) 압박을 서슴지 않는 중국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사진=연합뉴스


1) 필자가 최초로 한국의 핵무장 잠재력을 주장한 글은 “핵확산 이론과 한국 핵무장의 이론적 당위성," 한국국방연구원,『국방논집』제11호 (1990년 가을) 이었으며, 이후 수십 편의 연구보고서, 발표문, 칼럼 등을 통해 평화적 핵주권론의 확산을 시도했음. 

2) 학계에서는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 등이 있으며, 언론계에서는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목소리를 내왔다. 정성장, “대통령 결심하면 18개월 내 핵무장 가능,” 신동아, 2016년 3월호; 「송대성 우리도 핵을 갖자」 서울: 기파랑, 2016 등 참조.

3) 이란 핵합의의 주요 내용은 이란의 1만9천개 원심분리기를 6014개로 감축할 것, 보유중인 농축우라늄을 농축도 3.67%이하의 저농축 우라늄으로의 전환할 것, 아라크 중수로를 무기급 플루토늄(WGPU) 생산이 불가능하도록 재설계할 것, 향후 10년간 모든 농축활동을 포기하고 핵분열 물질을 반입하지 않을 것, 과거 및 현재의 모든 핵활동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사찰에 공개할 것 등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기간 동안 및 당선 이후 ‘가장 잘못된 합의’로 비판함으로써 합의의 장래가 다시 불투명해진 상태임.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포함한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자 이란은 즉시 미국인의 이란 입국을 금지시켰으며, 이어서 2017년 1월 29일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여 미-이란 관계는 더욱 악화됨.

4) ’핵우산 (Nuclear Umbrella)‘라는 표현은 1978년 한미 국방장관회담(SCM)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매년 공동발표문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어 왔으며,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는 ‘확대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용어가 빈번히 사용되면Extended Deterrence(ED)는 NATO 출범과 함께 미국이 유럽을 소련의 핵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개념으로 출발했음. 이는 “미국에 대한 핵공격시 반드시 보복한라”라는 억제 개념을 유럽 동맹국들에게 확대 적용한 것으로 사실상 핵우산과 동의로 사용될 수 있음. 한편, 필자는 한국 국방부가 Extended Deterrence 를 ‘확장억제’로 표기하는데 데해 이의를 제기하여 ‘확대억제’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있음. 이는 미국이 자국을 위한 억제개념을 동맹국인 한국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간의 넓힌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확장’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임. 

5) 이러한 이유에서 필자는 2010년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군구조개선소위 위원장으로서 응징보복 위주의 ‘능동적 억제전략(또는 적극적 억제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한국형 3축체제 구축’을 건의한 이래 북핵 억제를 위한 응징역량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개진했음. 김태우, ”능동적 억제전략하 3축체제 구축,’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보고」 2010. 12. 6.; “능동적 억제전략과 해군의 역할,” 2010년 11월 18일 제65주년 해군창설 기념 세미나 발표문; “북한 핵미사일과 적극적 억제,” 2013년 9월 26일 안보전략연구소 세미나 발표문; ”북핵대응, 한국형미사일방어와 킬체인만으론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2015년 1월 30일 시론; ”응징, 방어 그리고 선제(Deterring the North Korean Bomb: Retaliation, Defense & Preemption),“; ”선제-방어-방호-응징’ 전단계 군사적 억제가 핵심,” 중앙선데이 2016.1.10. 등 참조.

6) 한국이 국제관례에 따른 중간선을 기준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를 확정하기를 원하는 반면, 중국은 해안선 길이, 영토의 크기, 역사적 권리, 대륙에서 황해로 흘러들어간 퇴적물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비례성 원칙'을 주장하고 있음.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5일 개최한 대선포럼 정책토론시리즈, 『2017년 대선후보에게 바란다 - 북한, 안보 분야』에서 김태우 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장)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김태우]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