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참가자와 전문가 거론 실제 인터뷰는 한 줄도 실리지 않는 보도
'익명의' 전문가 뒤에 숨긴 기자의 사견(死見)
 
~라고 전해졌다
~라고 알려졌다
~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이 표현들의 공통점은 인물에 대한 특정(特定)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뉴스를 접한 독자 또는 시청자는 '누가’ 그렇게 전했는지, 또 '누가’ 그렇게 알렸는지, '누가’ 그런 지적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
 
표현 그 자체보다 더 문제인 것은 기사에 넘쳐나는 '익명의’ 제보자와 전문가들이다. 뉴스의 목표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기사에 '익명’이 넘쳐나면 독자들은 그게 기자의 상상인지, 사실인지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보도를 할 때 원칙적으로는 발언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발언자를 익명으로 처리하는 것은 예외적인 상황이다. 해당 발언을 한 사람이 그 발언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 그럴 때뿐이다.

<기사개요>
● 매체 : SBS
● 기사명 : 60대 이상 절반가량 '탄핵 반대'…"삶과 朴 정권 동일시"
● 기자: 손형안 
● 보도일자 : 2017년 3월 18일
 
'익명의 전문가' 뒤에 숨은 기자
 
SBS 손형안 기자가 보도한 뉴스를 한 번 보자. 뉴스에 대한 신뢰와 무너져간다는 시대지만 그래도 '이건 해도 너무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단번에 든다.
 
SBS 손형안 기자는 '익명의 전문가들’의 분석에 기대 “60대는 박정희 정권, 산업화, 전후 경험을 한 고리로 엮어 박근혜 정권과 동일시한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애착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향한 적대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이게 집회 참가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종북좌파 등 레드 컴플랙스 같은 틀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손 기자는 집회 참가자들과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고 밝혔지만, 기사에는 박 정권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는 집회 참가자의 인터뷰나 실제 전문가의 인터뷰는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손형안 기자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저 분석이 정말 어떤 '전문가의 분석’이 맞느냐고. 익명의 취재원에 대한 진실 여부는 기자 본인만이 알고 있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손형안 기자가 본인의 분석이자 사견(私見)을 '익명의’ 전문가를 팔아 전달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만약 기자의 사견이라면, 이는 사회에 통용될 필요가 없는 죽은 의견(死見)이다. 

   
▲ 60대 이상 절반가량 '탄핵 반대'…"삶과 朴 정권 동일시"라는 SBS 기사를 보면 익명 뒤에 숨은 언론보도의 행태가 드러난다./사진=연합뉴스

 
'익명' 뒤에 숨은 전문가
 
더 큰 문제점은 이런 의견을 냈다는 전문가마저 '익명' 뒤에 숨어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일반인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들이 가진 전문지식을 인정해서다. 전문가의 의견은 길거리를 지나는 아무나 잡고 하는 '시민 인터뷰’와는 그 무게가 다르다. '전문가’ 딱지가 붙는 것만으로도 그 의견은 귀를 기울일만한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름도 못 밝히고 내야 할 의견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름도 밝히지 못할 정도로 떳떳하지 못한 의견이라면, 그 의견은 '전문적인 의견’이라고 인정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런 의견은 술자리에서 하는 뒷담화나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을 요청한 전문가의 의견을 보도한 기자의 의도는 무엇인가. 자신의 생각과 같으니 일단 전달하고 보자는 것인가. 시청자는 그 의도를 알고 싶다.
 
시청자는 기본적으로 기자가 갖췄을 거라고 기대하는 기자로서의 사명의식과 개인의 양심을 믿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신뢰가 형성되려면, 우선 기자가 사실을 전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취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익명’을 팔았더라도, 보도하는 순간에는 사실 전달이라는 외피를 갖춰 입어야 한다. 특히나 '듣는 60대’가 동의하지 않을 의견이라면 더욱 그렇다. 태극기 집회에 나온 60대를 폄훼하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익명의 전문가’ 뒤에 숨어서는 안 됐다. 
 
익명의 전문가가 있음에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면 이는 손 기자의 직무유기다. 익명의 전문가가 없는 데 있는 척 기사를 내보냈다면 이는 사기다. 손형안 기자에게 묻고 싶다. 전자인가, 후자인가. /이슬기 자유경제원 객원연구원

   
▲ 기자는 집회 참가자들과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고 밝혔지만, 기사에는 박근혜 정권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는 집회 참가자의 인터뷰나 실제 전문가의 인터뷰는 한 줄도 실리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언론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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