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행감사는 무엇을 했나…향후 국민연금 선택이 관건
   
▲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대우조선해양은 황금의 알을 낳는 거위인가?

대우해양조선은 거의 17년 동안 5만 명의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많은 낙하산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왔다. 일자리를 보장받은 사람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이 거위는 결코 죽지 않는다. 죽게 생겼으면 국민의 세금으로 다시 살려 놓는다.

이제 이 거위가 다시 병들어 죽게 생겼다. 살리자니 수술이 필요한데 수술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1년 반 전 이미 큰 수술비를 지급했다. 이제는 이 거위를 없애야 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 수술비용은 엉뚱한 사람들이 부담해서 살려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금융위는 지금 지원을 끊으면 바로 도산한다며 2조 9천억원(출자전환을 신규대출로 보면 5조 8천억원, 상환유예까지 포함하면 6조 7천억원)의 지원을 결정했다. 4조 2천억원을 투입하면서 최종지원이라고 공언한 지 겨우 1년 반만이다. 도산했을 때의 손실은 금융위는 59조원이라고 추산했고, 산업자원부는 17조원으로 파악했다.

손실이 너무 크면 현실감이 없다. 59조원과 17조원이 무슨 숫자놀음 같다. 손실이 분명 발생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엄중한 책임을 져야할 곳으로 지정된 한 곳 있기는 하다.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대우해양조선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묵인, 방조, 지시를 한 점이 드러난 국내 2위인 이 회계법인에게 업무정지 1년의 중징계처분을 했다. 이로써 안진은 통상 3년 단위로 감사계약이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 매년 매출 200억원 이상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우조선의 부실은 모두 회계법인의 탓인가. 그동안 감사원, 금융감독 당국자들, 사실상 주인노릇을 한 은행 감사실은 도대체 무얼 했나. 

   
▲ 대우해양조선은 거의 17년 동안 5만 명의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많은 낙하산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 왔다. 일자리를 보장받은 사람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사진=미디어펜


얼마 전에 파산한 한진해운은 남의 집에 알 낳는 거위였나. 산은 회장은 “구조조정 자금은 회사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고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한 물류 혼란에 대해 “한진그룹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1조원에도 못 미치는 자금지원을 칼같이 거절하면서 한 말이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7위의 물류기업은 그래서 역사 속으로 침몰했다. 대우조선에 대하여 똑같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이 불멸의 괴물이 누구에겐가 황금알을 낳아 주기 때문인가.

한진해운이 몰락의 길로 들어설 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하루 하루 절박할 때는 보고만 있다가 드디어 망하고 나니 ‘가슴 아프다’고 했다. 99척의 배가 하역을 못해 바다에 떠 있었다. 한국은 세계 각국의 정부와 하주로부터 비난과 망신을 당했다.

해운업은 전문가적 경험이 중요하다. 전문가 양성에는 오랜 시일이 걸린다. 이 회사를 하루 아침에 파산시킨 것은 뼈아픈 손실이다. 다행인지, 이번에는 구조조정 담당부서인 산업자원부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다만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뿐이다.

드디어 공은 대우조선 회사채 3,900억원을 보유한 국민연금에게 넘어갔다.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달라는 것이 대우조선의 주문이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채권은 이자를 받지만 주식은 이익이 있으면 배당을 받는다. 이익이 없으면 배당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것이 주식이다. 이것이 국민연금에게 남는 장사일까? 하긴 망하는 기업의 채권이든 주식이든 그게 그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 40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7위의 물류기업 한진해운은 역사 속으로 침몰했다./사진=한진해운 제공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의 정당성ㆍ당위성ㆍ형평성ㆍ실효성과 관련된 제반 자료를 산업은행과 대우조건 실무진에게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국민연금으로서는 당연한 요구이다. 삼성물산 합병사건처럼 이 문제가 언제 어떻게 국민연금 관계자를 곤경에 빠뜨릴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는 애국이나 선의(善意) 같은 것이 통한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대우조선의 정성립 사장은 말했다. 한국에서 초대형 조선소 3개는 너무 많으며 궁극적으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BIG 2체제로 가야한다고. 사장의 말씀은 믿음이 간다. 잠수함기술 등 최첨단 군사기술을 가진 대우조선은 점진적으로 BIG 2 체제 내에 흡수되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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