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구조요원과 장비가 미비해 골든타임을 놓쳐 15명의 사망자를 낸 영흥도 낚싯배 사고에도 불구하고 해양경찰청은 오히려 내년도 구조분야 예산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해경청 2018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전체예산은 1조2719억 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5% 증가했으나 수색구조 역량강화 예산은 131억 5000만 원에서 55억 2000만 원으로 58% 감소했고 연안구조 장비도입 예산은 198억 4000만 원에서 155억 7000만 원으로 21.5% 줄었다.

수색구조 성패 관건은 현장의 장비와 인력 보강이라는 점이 이번 사고에서 여실히 드러났지만 해경은 오히려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이번 사고에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천해경 영흥파출소 고속단정(리브보트)에는 구조요원이 없고 잠수장비가 부재해 골든타임을 1시간 가까이 허비했다.

사고해역 담당인 인천구조대가 출동지령(6시6분)이 내려진지 1시간30분이 지나 현장에 도착해 수중수색을 시작한 이유도 구조장비가 미비해 육로로 먼 길을 돌아오느라 그랬다.

현장에 뒤늦게 도착한 인천구조대와 평택구조대 모두 신형보트를 수리하고 있었다.

해경은 내년도 예산에서 연안구조정 12척 구매에 136억 2000만 원, 해경파출소 계류장 13곳 신설에 19억 5000만 원을 쓰기로 했으나 이 또한 현장의 실정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와 갑판원 김모(46)씨는 3일 오전 6시5분 인천시 영흥도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9.77t급 낚싯배 선창1호를 들이받아 낚시꾼 등 15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5일 인천시 서구 북항 관공선부두에 정박한 급유선 명진15호에서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전국의 해경파출소 95곳 중 72곳은 현재 민간과 계류장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소방차와 응급차 등 비상시 즉각 출동해야 하는 차량이 일반주차장에 주차한 격이다.

해경은 내년에 배정한 예산으로 파출소 13곳에 전용 계류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이지만 이것이 그대로 실행되어도 전용 비율은 38%(95개 중 36개 계류장)에 그친다.

이뿐 아니다. 전국에 파출소 보다 더 촘촘히 자리 잡고 있는 해경출장소 236곳 중 219곳에는 구조보트 1대도 없다.

올해 해경은 구조보트 구입으로 61억 원을 예산에 반영했지만 내년에는 전액 삭감했다.

해경은 18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2015년 9월 돌고래호 사고 이후에도 구조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해 구조 골든타임을 놓쳤다.

차후에도 낚싯배의 충돌·전복 사고 등 유사사례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우려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