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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연재]소설 손양원:용서-애양원 교회-4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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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3-08 08: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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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구 소설가·정신과전문의
이념의 전선이 판치던 시절,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양아들로 입적해 키우며 진정한 용서의 길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 목회자 손양원. 분열과 갈등, 증오로 치닫는 이 시대에 그가 던지는 울림은 감동을 넘어 가슴 묵직한 과제를 던진다. 미디어펜은 소설가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신용구 원장의 '소설 손양원:용서'를 연재한다. 소설을 통해 진정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우리사회의 병폐인 갈등과 증오를 치유하는 길을 묻는다. 필자인 신 원장은 용서의 의미를 새삼 일깨워준 손양원 목사님께 감사를 드리고, 독자들 역시 손양원 목사의 인생을 통해 용서의 진정한 의미를 가슴에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편집자 주]

   

애양원 교회-4
 
손양원은 진주 부흥회를 마치고는 곧장 서울로 올라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초량 교회의 부흥 집회를 다시 주재하는 등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바쁜 일정을 소화했고, 무리를 했는지 크게 몸살을 앓았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앓아눕는 바람에 팔자에도 없던 요양을 범일동 집에서 하게 되었는데, 먹고 자는 것이 보약인지 이레 동안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요양을 했더니 핏기도 없이 늘 파리하기만 했던 그의 얼굴에도 제법 윤기가 났고 늘 어두웠던 아내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슬하에 자식을 아홉이나 둘 정도로 두 사람은 유난히 금슬이 좋았다. 그 사이에 초량 교회 장로들이 두어 차례 더 다녀갔다. 그들의 정성도 하도 간절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가 좀 미안했다.

그래서 손양원은 부산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마루턱에 걸터앉아 성경책을 보다가, 소쿠리에 가득 담긴 구멍이 숭숭 난  양말을 기우고 있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했다.

"양순씨, 애양원 식구들이 날 보고 자꾸 초량 교회 담임 목사로 자리를 옮기라고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당신이 알아서 해야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초량 교회에서는 내 사례비도 두둑하게 챙겨 준다고 해요, 원한다면 동인이 미국 유학도 보장한다고 했소. 그러면 당신도 이젠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호호, 참, 당신 그 말 진심으로 하는 거예요?"
"아니, 언제 내가 거짓말 하는 것 본 적 있소?"
"지금 거짓말 하고 계시잖아요?"

그의 아내는 자신을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는 작달막한 사내를 사랑이 넘치는 눈길로 은근히 흘겨보며 기도 안찬다는 듯이 까르르 소리 내어 웃었다. 그의 귀에는 이 세상에서 아내의 웃음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가 없었다. 그녀의 웃음은 지금도 자신은 충분히 행복하다고 남편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의 마음이 자신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너무 고마워 바느질을 하고 있는 그녀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고생 탓인지 아내의 손이 거칠었다. 오 년 만에 잡아 보는 손이었다.

"고맙소."
"뭐가요?"
"모두 다"

   
▲ 전라남도 여수시 율촌면에 위치한 손양원 목사 순교기념관. /사진=애양원 홈페이지

아내를 바라보는 그의 두 눈알이 금방 붉어졌다. 아내와 혼인을 한지 이십년이 넘었다. 결혼 이후로 그는 아내에게 항상 미안했고 그에 상응한 부채의식도 늘 갖고 있었다. 특히 좋은 남자를 만나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아녀자들을 볼 때면, 자신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희생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봇 물 같이 터져 나오곤 했다.

혼인 생활을 하면서 자신은 그 동안 한 번도 아내에게 세속적인 행복을 주어 본 일이 없었다. 얼굴이 쭈글쭈글한 시골 할머니도 하나씩은 다 갖고 있는 자그마한 분갑 하나 사준 일이 없었다.

자신의 아내는 남편을 잘 못 만나 고생을 바가지로 하고 있는 여자였다. 남편의 변변치 않은 벌이에도 9남매를 먹이고 입히고 게다가 시댁 어른들까지 돌볼 수 있었던 것은 일개미 같은 아내의 부지런함 때문이었다.

아내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기도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허리를 펼 촌각의 시간조차 없이 호미를 들고 바삐 움직였다. 그럼에도 불평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웬만한 일에는 절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보기 드물게 강단이 있는 여자였다.

이 때문에 만약 그녀가  초량 교회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졌다면, 애양원 식구들의 당부가 아니었다 해도 자신 역시 초량 교회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아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 법인데, 아깝지 않겠소?"
"뭐가요?"
"물질이 넉넉하면 그 동안 못해 보던 것도 맘대로 할 수 있고, 아이들도 더 잘 키울 수 있고......" 
"맘에도 없는 말 하지 마세요, 애양원 식구들을 떠나서 당신이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어요?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이 조선 천지에 당신 말고는 애양원에 가서 봉사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아내의 말은 문제의 정곡을 찔렀다. 세상에는 수많은 목회자가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애양원 교회를 맡아 줄 목회자는 아직 없었다. 모든 목회자가 입으로 하느님을 열심히 믿고 입으로 사랑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과 마음은 모두 세상 욕심에 다 가 있었다.

손양원은 자신보다 이 세상에서 더 재수 좋은 남자는 없다고 생각하며, 허파에 바람 든 사람처럼 피식 가벼운 웃음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며 슬그머니 다가앉아 아내의 잘록한 허리를 꼭 감싸 안았다. <계속> /신용구 소설가·정신과전문의
[신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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