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드루킹 침묵에도 "의미있는 측근들 진술 많이 확보"…스모킹건 확보가 의혹 규명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이 진술을 거부하면서 입을 닫았지만 지난 27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측근 김모씨(43·초뽀)와 강모씨(47·트렐로)가 허익범(59·사법연수원13기) 특별검사팀에게 자백에 가까운 진술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조계는 특검팀이 핵심측근들의 진술 내용과 앞서 확보한 드루킹의 USB 파일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대로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인배 정무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초뽀 김씨와 트렐로 강씨가 27일 구속된 후 드루킹 김씨는 28일 "변호사 없이 어떠한 진술도 하지 않겠다"며 특검 소환 2시간 만에 서울구치소로 복귀했고 국선변호사 선임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이에 특검 관계자는 29일 "수사 내용을 말해줄 수 없지만 드루킹 입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 다른 구속 피의자들로부터도 의미있는 진술을 많이 확보했다"면서 최근 소환조사에 응한 측근 파로스 김씨·둘리 우모씨·초뽀·트렐로 등이 수사에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드러냈다.

드루킹과 측근들이 '각자도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특검은 수사기한(8월25일)을 앞두고 후반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특검은 지난 10일과 16일 각각 느릅나무출판사와 파주 컨테이너창고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경공모 휴대전화 21대·관련서류·PC 4대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고, 드루킹이 체포되기 직전 관련기록(60GB 자료분량)을 보관해 은닉해왔던 USB를 제출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압수물 분석 등을 토대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밝힌 특검은 29일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수사의지를 피력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특검 수사 상황에 대해 "핵심 측근들이 드루킹의 의중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에 협조하려는 기류로 보인다"며 "측근 중 한사람인 윤모 변호사도 의혹과 관련해 상세한 진술을 하고 있다고 전해진 것을 보면 예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경수 지사는 의혹을 재차 부인하는 입장이지만, 특검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 진술을 통해 김 지사가 2016년 10월 매크로프로그램 시연회에 참석해 드루킹과 독대했다는 의혹에 관한 당일 행적을 재구성하면서 이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밝혀내야 한다"고 관측했다.

법관 출신의 법조계 인사는 "특검이 드루킹으로부터 많은 부분에 대해 진술을 받았기 때문에 드루킹 김씨가 묵비권을 행사하든 말든 수사는 계속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스모킹건이 없다면 김 지사 혐의를 포착해내어 기소까지 가기 어렵다"며 "물증 없이 관계자 진술에 의한 정황 참작만으로는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정치권 인사들을 구속 기소해 현 정부 핵심까지 다가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며 "드루킹과 김경수측 간에 오고 간 금전 및 대화내용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조직적 댓글 조작에 대한 '정치권 연루' 의혹은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묻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검은 지난주 노회찬 의원 투신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수사 본류에 대해 흔들림 없이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은 30일 오후2시 경공모 핵심 회원인 '서유기' 박모씨를 비롯해 초뽀·트렐로 등 구속 피의자 3명을 동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간다.

현 정권 인사들과의 공모 규명에 집중하고 있는 특검이 여러 진술들과 확보한 물증을 어떻게 꿰어맞춰 사법처리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은 8월25일 부로 종료된다.

   
▲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가 7월18일 서울 서초동에 마련된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