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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국공립유치원 40% 확대의 함정
예산·부지 확보 어렵고 지역별 '취원율 편차' 커…저출산 추세에 '국공립 과다공급' 세금 부담도
승인 | 김규태 기자 | suslater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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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10-25 16: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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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15년 넘게 1.5명 이하의 '초저출산' 늪에 빠져 있다. 연도별 출생아수는 2002년 50만 명의 벽이 깨진 후(49만5000명) 2005년 43만8000명, 2014년 41만9000명, 2017년 35만8000명을 기록했다./연합뉴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5일 2022년으로 설정한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의 목표 시한을 한해 앞당겨 2021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초 내년도로 잡은 국공립유치원 500개 학급 신증설 목표를 2배 수준인 1000학급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및 부지의 추가 확보가 첫번째 벽으로 꼽힌다.

기존 학교 부지에 함께 짓는 병설유치원에 비해, 단설유치원은 독립시설과 부지를 따로 확보해야 하고 1개소를 짓는데에 적게는 50억에서 1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이 들어간다.

지역별로 국공립 취원율 편차도 커 유아교육 소비자인 학부모들이 체감하기에 국공립유치원들을 어디에 신설해야 할지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교육청·교육지원청 통계를 기준으로 전국(평균 25%)에서 가장 많은 유치원이 소재한 경기도의 경우, 국공립 취원율이 24.4%지만 연천(50.3%)·가평(68.3%)·양평(73.5%)에 비해 안산(13.2%)·용인(17.2%)·평택(19.2%)·부천(19.7%)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 지역일수록 취원율이 낮다.

서울(18.0%)을 비롯해 부산(15.8%)·대구(17.5%)·광주(18.3%)·대전(18.8%) 또한 취원율이 낮아, 이를 올리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지가가 비싼 대도시 인구밀집 지역에 부지를 마련해야 하고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국공립 신설을 위한 예산·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현실적인 난관으로 꼽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추세가 국공립유치원의 지속가능한 운영에 복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크다.

20년 뒤인 2035년 영유아 수는 2015년 영유아에 비해 4분의 3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통계청 발표가 있다. 일종의 인구절벽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 국공립 신설의 함정이다.

한국은 15년 넘게 1.5명 이하의 '초저출산' 늪에 빠져 있다. 연도별 출생아수는 2002년 50만 명의 벽이 깨진 후(49만5000명) 2005년 43만8000명, 2014년 41만9000명, 2017년 35만8000명을 기록했다. 올해 8월까지의 누적 출생아 수(22만6000명)는 전년보다 8.7% 감소하면서 역대 최소치로 나타났다.

이미 지역별로 줄어드는 수요(영유아 원아 수) 보다 공급(신증설하는 공립유치원 및 기존 사립유치원)이 초과되어 문 닫는 유치원이 늘어나고 있다. 요양병원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폐원을 선택하는 유치원들이 많아졌다.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유치원들이 문 닫게 된 것이다.

문제는 사립유치원이 곳곳에 따라 점차 망해가지만, 국공립은 문닫을 일이 없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이다.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며 국공립에 일하는 원장, 원감, 교사 모두 교육공무원들이기 때문이다.

당정이 25일 밝힌 목표대로 2021년까지 예산을 쏟아부어 최소 2600개 학급을 신·증설하면 22만5000명이 국공립 유치원에 다닐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저출산 추세로는 어차피 줄어들 수요(영유아 수)에 비해 과도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 교육은 헌법상 규정한 의무교육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공교육이 아니다.

놀이학교 등 유아사교육기관을 비롯해 어린이집·유치원 등 만 3~5세가 다닐 수 있는 형태도 다양해 학부모 선택에 달려있는데, 당정은 굳이 예산을 쏟아부어 국공립을 신설·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정은 이날 매입형·장기임대형·공영형 등 사립유치원을 국공립화하는 방안도 다양하게 내놓았지만, 지난 수십년간 사재를 출연해온 사립 4000여곳 자산을 어떻게 매입해 운영할지도 불확실하다.

영세 사립을 교육청이 직접 매입해 운영하는 매입형 유치원의 경우 활용 예산에 한계가 있고, 운영비를 공립 수준으로 지원받되 개방이사를 선임하는 공영형 유치원의 경우 기존 설립자가 자의로 경영할 수 없어 사립유치원들 대부분이 지원을 꺼린다.

지난 수년간 사립유치원 문제에 몰두해온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전 특임교수는 이와 관련해 "추가 건축비 부담이 없는 사립유치원을 활용하면 국공립 40% 확대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으로 우리나라 모든 아이가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앞서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아온 사립유치원의 횡령 혐의에 대해 '비리'라고 규정짓고 "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국공립 확대계획을 내놨지만, 실제로 이에 소요될 예산이 정확히 얼마나 들어갈지 밝혀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책이 현재의 '저출산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10년뒤 어떤 결과를 낳을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 연도별 공립 단설유치원 수./자료출처: KDI Focus 2013년 8월 20일 통권 제34호(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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