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 쓰면 들어준다" 적자기관도 무리하게 추진
임금·처우까지 '내 몫' 요구해 공공부문 재원부담 눈덩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급식조리원을 비롯한 전국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 2만2004명이 3일부터 사흘간 일제히 총파업에 들어가며 아이들을 볼모로한 밥그릇 투쟁에 나섰다.

17개 광역 시도교육청은 이날 전국 1만438개 학교 중 26.8%인 2802곳에서 단축수업을 하거나 대체급식을 제공했다고 밝히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번 파업은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교육당국과 비정규직 근로자(교육공무직)측은 전날 오후1시부터 7시까지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문제는 이번 급식대란 사태가 문재인 정권의 1호 공약인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 다른 공공부문에서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요금 수납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 강원랜드, 부산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한국전력 및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직접고용이냐 자회사·사회적기업이냐를 놓고 정규직 전환 분쟁을 겪고 있다.

구조적으로는 정규직 전환방식을 노사 합의에만 맡겨둔 정부의 애매모호한 가이드라인 때문에 "떼 쓰면 들어준다"는 근로자측 속내와 맞물려 임금·처우까지 '내 몫'을 요구하는 정규직화에 각 공공기관들의 재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교육공무직측은 이번 급식대란을 계기로 문정부 임기 내에 임금을 '9급 공무원의 80% 수준'으로 달성하기 위해 기본급 인상과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어주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 17개 광역 시도교육청은 3일 전국 1만438개 학교 중 26.8%인 2802곳에서 단축수업을 하거나 대체급식을 제공했다고 밝히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사진=성북구 홈페이지 제공(2012.7.19 '친환경 무상급식 좋아요' 보도자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7년 7월 파견·용역직의 경우 안전업무는 '직접고용이 원칙'이라는 전제를 뒀지만 그 외에는 직접고용·자회사·사회적기업 방식 중 노사 협의를 거쳐 결정하라고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이러한 갈등을 조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뿐 아니다. 적자기관들 마저 무리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기존 정규직들과의 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공무원과 동종의 일을 하는 공무직(비정규직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를 없애려는 서울시의 '공무직 채용 및 복무 등에 관한 조례안'이 시 공무원노조의 반발로 시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공무직 처우가 고시를 거쳐 선발된 공무원과 동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관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정규직 전환 후가 더 큰 문제"라며 "전환 후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가 없다 보니 정부나 업체가 오히려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문제에 걸려 어려울 것이라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고용과 관련해 노조측과 분쟁을 겪은 한 공공기관 임원은 "한정된 재원으로는 비정규직측의 임금 기대치를 제대로 맞추기 힘들다"며 "유사직종 임금인상률과도 비교해 고려해야 하고 수입을 초과해 인건비를 지출하기 힘들다. 어느 곳이든 재원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대노총에서는 노조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정규직 전환 후 이들이 기존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요구하게 되면 막막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번 급식대란은 5일 총파업이 마무리된 후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 밥그릇' 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문정부 대표 국정과제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로 인해 임기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