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사태까지…검찰 반발 심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20년 법조 분야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맞대결이 시작과 끝 모두를 장식했다. 문재인 정부의 역점과제였던 '검찰개혁'은 제도적 토대를 닦은 한해였지만, 추-윤 갈등으로 그 빛이 바랬다.

우선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기 자신 및 가족 비리 혐의로 낙마하면서 그 후임으로 추미애 장관이 들어섰다. 추 장관은 올해 1월 3일 취임하자마자 '코드 인사'를 단행해 윤석열 총장의 측근 모두를 잘라냈다.

추 장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문재인 정권 비리를 정면으로 겨냥한 검찰 수사를 막고자, 소위 '윤석열 찍어내기'에 열중했다.

지난 8월 2번째 인사를 통해 추 장관은 윤 총장 측근 전부를 정리하고 자신의 측근이나 문재인 대통령 라인으로 꼽히는 검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추 장관은 2차례 인사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현 정권을 겨냥해 수사를 벌인 검찰 수뇌부와 지휘라인을 좌천시켰고, 동시에 정권에 코드를 맞추는 검사들을 중용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급기야 추 장관은 주요 대형사건에서 윤 총장의 지휘를 배제하는 수사지휘권 행사를 거듭 행사하며 윤 총장을 압박했다.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역대 2번째이고, 한 장관이 2차례 행사한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추 장관의 강공에 윤 총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추 장관의 기행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윤 총장이 거듭 물러서지 않자 추 장관은 72년 헌정 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징계'를 청구해 검찰은 물론 법조계 안팎을 뒤흔들었다.

윤 총장 징계에 반대하는 평검사 회의가 전국 59개 모든 검찰청에서 열렸고 법조계 안팎에서 거센 저항이 일어났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현직 고검장·검사장·부장·부부장검사 등 거의 모든 간부까지 참여해 추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거의 모든 법조인 단체가 추 장관의 검찰총장 징계에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추 장관은 자신이 전원 지명권을 행사해 구성한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를 통해 '정직 2개월'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윤 총장은 즉각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고심 끝에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직 양측이 공방을 펼칠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법조계는 법리를 따져보나 윤 총장 징계의 근거가 된 혐의를 살펴보나 윤 총장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업무 복귀한 윤 총장은 앞으로 문재인 정권의 치부를 들추는 수사 지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등 원전 조기 폐쇄를 둘러싼 의혹이 만만치 않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본격 출범해 주요 사건을 이첩받기 전까지 검찰은 최선을 다해 수사를 마무리 짓고 기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최종 후보에 추천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12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추-윤 갈등 외에 가장 큰 법조 이슈는 공수처 출범이었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법은 패스트트랙을 거쳐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7월 15일 시행에 들어갔지만, 실제 출범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다수당 지위를 앞세워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안을 상정해 지난 10일 통과시켰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변경해 야당과의 합의 없이 여당 뜻만으로 공수처장을 뽑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개정안 내용이었다.

현재 김진욱 후보로 공수처장 지명이 된 상태이고, 김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임명된다.

지금까지 헌정 역사상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온 검찰의 권한을 분산해서 고위공직자 수천 명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를 새로 발족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검찰개혁의 또다른 변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등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수사 및 기소 시스템에 큰 변화가 일어날 예정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내년부터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나 경찰공무원이 저지른 범죄로 한정된다.

다만 현행 법상 공수처-검경-국정원 등 각 권력기관 간의 상호 견제가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제도적인 보완이 이어져야 한다는 법조계 지적이 많다.

공수처가 중국 공안과 같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정권 수호에 앞장서는 권력기관이 될지, 소위 공룡경찰로서 경찰이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통제하는 기관이 될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권의 남은 수명은 이제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향후 초대 공수처장과 윤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큰 변곡점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