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사 아니라 공무원 시각 강제 지침"
정은경 "집합금지 형평성 논란 보완 논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3차 대유행 사태를 놓고 문재인 정부의 개인 방역 강제지침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각각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에 이어 전국적으로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불거졌는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제멋대로 기준이 국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상대적인 형평성은 물론이고 행정상 편의에 따를 뿐 근거 없는 비과학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문제의 핵심이다.

정부 방역 기준에 대한 반발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인들과 연말 모임(6명이서 자리를 2개로 나눠 식사)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사건 때문이다. 당시 식사 자리에서 접촉한 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황운하 의원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황운하 의원 사건에 대해 중앙사고수습본부는 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식당을 갔는데 우연히 지인을 만난 경우까지 (방역수칙)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해명해 실소를 자아냈다.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사진=연합뉴스
5일 사단법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광주시지부에 따르면, 광주지역 지부 소속 유흥업소 700여 곳이 이날 오후부터 간판에 불을 켜고 가게 문을 여는 단체행동을 한다. 업종을 구분하는 유흥시설 5종 집합 금지 내용의 방역 수칙에 반발해서다.

이들은 "확진자가 낮에 식당에서 안 나오고 저녁에 유흥업소에서만 나온다는 법칙이 있느냐"며 "업종을 가려가는 방식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집단행동 배경을 설명했다.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방역 수칙에 반발하는 전국의 헬스장 업주들도 청와대 국민청원 제기에 이어 집회 개최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기준은 중구난방이다. 태권도장은 교습소로 등록되어 있어서 9명 이하로 영업이 가능하지만 합기도는 체육시설이라 영업이 불가능하다. 발레교습소 또한 9명 이하로 영업 가능하지만 필라테스는 1대1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체육시설이라 역시 영업이 불가능하다. 복싱장은 영업 가능하지만 킥복싱은 영업 불가능한데, 그 이유는 킥복싱은 격렬해서다.

전국의 헬스장 업주들은 자신의 SNS이나 홍보용 인스타그램을 통해 줄지어 정상오픈을 인증하면서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들고 일어났다. 같은 실내체육시설이지만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방역 기준에 형평성이 없다며 항의 차원에서 다시 문을 열고 있다. 헬스장 업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재오픈했다는 인증샷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면서 "미친 정부에 한마디 하고자 한다. 주인(국민)이 머슴(정부)한테 월급(세금)을 주는건 일 똑바로 하라고 주는거다"며 "K방역이 어쩌구 저쩌구 자화자찬만 늘어놓더니 이게 뭐냐. 머슴들 월급주는 주인들 다 굶어죽어간다. 지금이라도 운영금지 때린 수도권 자영업자들 모두 다 정상으로 돌려놔라. 더 이상 빙X 같은 머슴들 말 들어주고 싶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어 오 회장은 "고위공직자들 월급 2달씩 반납해서 운영금지 때려 벼랑 위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에게 돌려줘라"며 "내일부터 방역수칙 지키면서 정상오픈 합니다. 자영업자 여러분 내일부터 모두 다 정상적으로 오픈합시다"라고 밝혔다.

카페 업주들도 마찬가지다. 오는 17일까지 정부가 수도권 2.5단계-비수도권 2단계 강제 조치를 연장하자, 카페 업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홀 영업을 중심으로 카페를 운영하던 사장들은 많게는 90%까지 매출이 줄었다"며 "정부 방역정책에 일관성·공정성이 결여되어 업종별 위화감만 조성되고 있다. 변호사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온갖 벌금과 폐쇄 조치로 사실상 강제로 지켜야 하는 정부의 제멋대로 방역 조치가 문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감염내과 과장인 김 모 교수는 5일 본보의 취재에 "현 정부 방역 기준은 환자를 향한 것이 아니다"며 "공무원들의 행정 처리 편의대로 설정하다보니 코로나라는 질병을 억제하는 방향이 아니라 행정적 절차나 부처 카테고리에 기준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가 관리하는 학원과 문광부가 주무부처인 실내체육시설, 버스 전철 열차 항공기 택시 등 여러 대중교통시설에 대한 취급이 전혀 다르다는 점인데 의료진 시각에서 보면 완전히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강제 조치"라며 "생각해 보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5인 이상 모임에만 전파되는가. 아니다. 어느 공간이든 실내 밀폐-밀집된 곳이면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정부가 같은 기준을 강제적으로 적용하려면 실내 모든 엘리베이터에 4인 이하만 타라고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사무실이든 어느 가게든 식당이든 간에 4명 이하만 모이라고 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2명 이상이 머무르는 공간이면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다. 그런데 4명 이하라고? 5명부터는 모여선 안된다고? 그리고 주민등록등본 상에 기재된 가족 식사 자리는 5명 이상이라도 괜찮다고? 바이러스가 가족 여부를 따지나? 애초에 말이 안되는 헛짓거리를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흉부외과 B모 교수 또한 본보 취재에 "상식적인 의사들이면 누구나 고무줄 방역 기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공무원 기준에서 바라보면 당연한 강제 규제이겠지만 바이러스가 퍼지는 과정과 실제 매커니즘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 정부의 방역 기준이 현실에 전혀 안 맞는다는 점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10개월간 정부가 한 짓은 1~2주씩 방역 기준을 조정하거나 연장해 강제로 적용한 것 뿐"이라며 "그 기준도 공무원들 행정 편의에 따라 한 것이다. 바이러스가 사람마다 다르게 피해가나? 아니면 장소나 인원수에 따라 다르게 감염되나? 코로나가 시간대를 따지나? 대통령이고 뭐고 간에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지 온 국민이 체감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에 대해 전국적인 반발이 일어나자, 방역당국은 집합금지 보완을 시사하며 달래는 분위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4일 브리핑에서 "방역당국 입장에서 굉장히 송구하다"며 "현장의 의견 등을 반영해서 수정·보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5일 열린 백브리핑에서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나 운영 제한으로 큰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에게는 송구하고 감사드린다"며 "다음 주 일요일까지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난다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조치를 부분적으로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고무줄식'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업종 및 집단별로, 연말연시 모임을 제대로 갖지 못하는 가족별로 분노와 불만이 쌓여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