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 이후 이해충돌방지법 처리 외쳤지만 결국 3월 국회 처리 무산
“입법 필요하다”던 국민의힘, 신중론 내세우면서 졸속 법안 스스로 인정
“최우선 추진” 강조한 민주당, 그동안 단독 입법과 달리 야당 탓만 하는 중
LH 일부 직원들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공정이 파괴되는 또 다른 현장을 목도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상실감이 극에 달하고 있고, 그런데 LH 투기 의혹 파문은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진즉 입법됐더라면 공직자들에 의해 공정이 깨지는 ‘배신의 시대’는 방지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난 19대 국회부터 국회에 발의만 되면 제대로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폐기됐던 이해충돌방지법에 관한 연속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시리지 순서 : ① 제3자·친척까지 막으려면 ② 미공개 정보 제한이 핵심 ③ 9년 묵은 이해충돌방지법, 입법까지 첩첩산중 ④ '제 목에 방울달기' 이번에는 다르다? ⑤ 국민권익위 복안은 ⑥ 전문성과 이해충돌 사이에서 ⑦ 결국 국회의 '추악한 민낯' 드러낸 입법 장난 [편집자 주]

[미디어펜=조성완 기자]'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역시나'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여야는 앞다퉈 이해충돌방지법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했지만, 결국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3월 임시국회 통과가 불발됐다.

국민의힘이 제정법이라는 이유로 ‘신중론’을 제기하자 그동안 절대 의석을 앞세워 수많은 ‘단독 입법’을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도 ‘합의’를 강조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 소관 이해충돌방지법안은 지난 17일 공청회, 23일 소위원회를 열었지만 여야 합의 불발로 지난 25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23일 세부 내용에 대한 축조 심사에서는 전체 26조의 절반 분량인 12조까지만 논의하는 데 그쳤다.

쟁점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 범위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의 포함할지와 직무상 비밀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할지 등이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지 국세청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부총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사진=연합뉴스

공직자 범위는 당초 정부안에서는 차관급 이상, 공공기관장을 공직자로 정했으나 여당을 중심으로 공직자 의무 재산등록에 해당되는 1급 이상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원까지 범위를 확장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직무상 비밀 범위에 대해서도 LH의 경우 미공개 정보를 취득한 부서가 아닌 직원이 땅 투기를 벌인만큼 해당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소위에서 최대한 논의하고 의결하자”고 말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너무 속도가 빠르다. 새로 만드는 법이니 신중히 처리하자”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원의 사적이익 추구를 막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22일 여야가 법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과 함께 처리돼야 한다는 이유로 계류돼 있다.

법안 통과가 미뤄지면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이해충돌방지법을 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다면 국회의원은 자신이 적용대상이 되는 법안만 방치한다는 비난을 자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오른쪽)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당초 “이해충돌방지법은 LH와 관계없이 필요한 부분,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주호영)”면서 앞다퉈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뒤늦게 ‘제정법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여론에 편승하기 위한 졸속 법안’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했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는 SNS에 올린 ‘언행일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민의힘' 당이 계속해서 신중한 심의를 핑계로 이해충돌방지법을 무산시키려 한다면, 국민의힘을 배제하고라도 신속하게 비교섭단체와 힘을 합쳐 국민이 요구하는 입법을 성사시켜야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공직자 투기 및 부패방지 5법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김태년)”고 의지를 불태웠던 민주당은 “야당의 소극적인 자세에 유감을 표한다(홍익표)”, “국민의힘 반대로 본회의 문턱도 밟지 못 했다(우원식)” 등 ‘야당 탓’만 하고 있다. 

그동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대북전단금지법 등을 비롯해 부동산 관련 입법까지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단독 입법’을 강행하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지난 25일 ‘미디어펜’과 만나 “그동안 본인들에게 필요한 법안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했던 민주당”이라면서 “이해충돌법을 두고 야당 탓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선택적 협의’를 내세운 뻔뻔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