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8가지 구체적 행위기준 '제안'…입법시 최우선 고려할 점은?
LH 일부 직원들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공정이 파괴되는 또 다른 현장을 목도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상실감이 극에 달하고 있고, 그런데 LH 투기 의혹 파문은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진즉 입법됐더라면 공직자들에 의해 공정이 깨지는 ‘배신의 시대’는 방지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난 19대 국회부터 국회에 발의만 되면 제대로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폐기됐던 이해충돌방지법에 관한 연속 기획 기사를 마련했다.

시리즈 순서 : ① 제3자·친척까지 막으려면 ② 미공개 정보 제한이 핵심 ③ 9년 묵은 이해충돌방지법, 입법까지 첩첩산중 ④ 입법 방치한 건 국회의원 자신들 ⑤ 국민권익위 복안은 ⑥ 전문성과 이해충돌 사이에서 ⑦ 결국 국회의 '추악한 민낯' 드러낸 입법 장난 [편집자 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공직자 부동산 불법 투기' 사태가 대한민국을 강타하면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곳은 단연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다. 지난 2013년부터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을 시도해 온 정부 부처이기 때문이다.

특히 권익위 의도대로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됐다면 직무 관련 정보를 통한 공직자의 사익 추구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권익위가 내놓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은 공직자의 직무 수행시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되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인 '이해충돌'을 사전에 예방 관리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사적 이해관계자에 대한 신고, 그에 따른 회피 및 기피, 공직자의 민간 활동 내역 제출 및 공개, 직무 관련자와의 거래 신고, 외부활동의 제한, 직무상 비밀 이용 금지, 징계 벌칙 및 과태료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3월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직유관단체 대상 2021년 반부패 청렴정책 추진지침 전달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권익위원회 제공
구체적으로는 ①공직자 직무 수행 중 자신이나 가족의 이해관계가 개입될 경우에는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회피하도록 하고, ②금전 부동산 거래 시 기관장에게 미리 신고할 의무를 지닌다.

또한 ③직무상 비밀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④고위직은 임용 전 3년 동안 민간부문에서 활동한 내역을 제출하고 소속 기관장은 그 내용을 공개한다.

이어 ⑤공공기관이 고위공직자의 가족을 특별 채용하거나 고위공직자의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와 수의계약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입법부,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경우 사적인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직무에서 배제하게 되면 의정활동에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6월 현행 이해충돌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러한 우려에 대해 보완한 상태다.

관건은 앞으로다. 국민 여론이 워낙 높아 이해충돌방지법은 무리 없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가 8가지 구체적인 행위 기준을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완해야 할 사안이 녹록치 않다.

우선 법안은 공직자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이 직무상 비밀에 대한 정의가 문제다. 이번 사태에서 불거진 부동산 관련 미공개 정보의 경우, 직무상 비밀에 포함되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법조계는 법정에서 유무죄 혐의를 다툴 사안의 경우 엄밀하게 따지면 포함되지 않아 무죄로 결론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19일 본보 취재에 "국회 정무위 소위와 공청회에서 많이 나온 얘기"라며 "더 논의가 필요하고, 권익위는 이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향후 미공개 정보까지 확대 포함하도록 적극 개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두번째로는 법안이 징계 벌칙 및 과태료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것이 사후 처벌, 사후약방문에 그쳐 사전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의구심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행 공공주택특별법 및 부패방지법에도 징역형과 벌금을 물리게 되어 있는데 이번과 같은 사태를 막지 못했다"며 현행법으로도 사전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막기 어려운데,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막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신고 후 기관장이 모든 내역을 볼 것이고 어떤 사적 이해관계에 빠졌는지 한번 더 걸러서 보게 된다"며 "직무적으로 해태할지 배제할지 사전적으로 걸러지면서 위험의 소지가 있는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패라는게 실제 드러나는게 쉽지 않다"며 "실효성에 대한 것도 공청회에서 언질을 받았다. 검토해서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법안 처리에 지지부진했던 국회는 국민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17일 법안 공청회, 18일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열어 심의에 나섰다. /사진=미디어펜
마지막 법안의 구멍으로는, 직무상 정보를 사전에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꼽힌다. 자발적인 신고 의무만 지워서 공직자의 그릇된 사적 욕심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문제다.

관계자는 역시 본보 취재에 "최대한 꼼꼼하게 예방하려고 만들고 보완하는 과정"이라며 "관계장관 회의도 많이 하고 있다. 범부처가 나서서 구조적인 병폐를 고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해충돌방지법만 갖고서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며 "공직자들의 재산등록 정보 대상을 넓혀서 재산 공개 자체를 강화하고, 광역단체 및 정부부처 차원에서 정기 조사하는 것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가지 종합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병합 심사해 위원회 대안으로 수정 의결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14건 및 LH법 개정안 10건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매년 위반 행위(토지거래 내역 포함)에 대한 정기조사를 해 발견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개선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처벌도 강화했다. 이익의 규모에 따라 징역형을 가중하고, 범죄로부터 발생한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게 했다.

당초 권익위 법안의 적용 대상에는 국회의원을 비롯해 중앙정부 및 지자체 공직자가 모두 포함된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지난 15일 이와 관련해 "200만 공직자들에게 적용되며, 이번과 같은 사익 추구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국회가 조속한 입법으로 국민 공분에 응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시간의 문제다. 공을 들여 법의 맹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공직자의 부정부패라는 적폐를 일소할 때다. 권익위 법안이 이에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