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권한 '지방 이양' 요구…집값 보다 공급규제 완화 초점 맞춰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임대차 3법·대출 규제·보유세 강화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놓고 온 국민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야당 소속 5개 광역지방정부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권영진 대구시장·이철우 경북지사·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8일 서울시청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공동 논의' 회의를 열고 정부에게 공시가격 결정권을 지방정부에 이양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제공하고, 올해 공시가격을 동결하며, 감사원 조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올해 정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9% 올리면서 국민의 과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올해 공시가에 대한 이의신청 건수(4만여건)가 4년 전에 비해 30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공급대책의 대전제를 유지하기로 해 정부의 부동산규제 틀을 사실상 지속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특별위원회가 1주택자 보유세 완화·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조정·주택담보대출(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논의할 뜻을 내비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기존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는 것을 재확인하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이날 "주택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심의·인허가 등 일련의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호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오세훈 시장에게 전선을 쳐주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 사진은 4월 18일 서울시청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공동 논의'를 갖기 전 사진촬영 포즈를 취한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 왼쪽부터 원희룡 제주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사진=서울시 제공
관건은 서울시장·부산시장 등 4·7 보궐선거에서 민심이 확인되었지만, 정부가 아직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또한 규제에 대한 일부 완화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에 불과하다.

중앙정부를 비롯해 174석을 장악해 입법을 관장하는 슈퍼여당은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만큼은 한 목소리다.

문제는 최근 집값 상승을 우려해 재건축단지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나선 오 시장이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부동산 규제 완화를 내세웠던 오 시장의 '모순'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주 시정 업무보고에서 "가격 안정화 예방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을 즉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시 관계자는 19일 본보 취재에 "빠른 시간 내 준비되는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로 지정할 것"이라며 "기존 구역 연장 또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시 관계자는 "재건축단지 위주로 집값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루가 시급하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집값을 잡겠다는게 아니라 민간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오 시장의 공약을 현 정부가 발목 잡고 있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몇년간 주택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은 명백히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라는게 국민들 인식이다. 민간 거래에 개입해 전월세 임대계약을 힘들게 한게 대체 누구인가. 젊은 부부가 누구 때문에 은행권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는가"라며 "집값 상승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속히 정부와 대척점을 세워서 명확한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론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새 대통령을 뽑는 내년 대선은 11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대상 청문회에서 최대 쟁점이 될 사안은 단연 '부동산'이다.

오 시장이 문 정부와 대척점을 세우겠다는 결기를 보일지 주목된다. 서울시장 재선을 위해서도 그렇다. 잔여임기 1년간 자신은 최선을 다했지만 문 정부가 막아서서 이루지 못했다는 가시적인 연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