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대유행에 상인들 직격탄…휴가철 특수 실종에 못살겠다 호소
자영업자들, 오늘밤 광화문·시청서 1인 차량시위 "희생 강요" 항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경기요? 어휴 말도 마세요. 좀 살아나려다가 손님들 얼씬도 안 해요. 하필이면 여름 대목에 이 난리인지 원. 기자 양반, 기사 쓸려면 잘 좀 써주세요. 5인이든 3인이든 집합금지 자체가 상인들에겐 피 말리는 짓입니다. 그 와중에 영업시간 제한은 왜 하나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저녁에 더 창궐하고, 2명일 땐 안 걸리다가 3명일 땐 걸리는 겁니까."

열대야가 예년에 비해 3주 먼저 빨리 시작한 가운데 전국은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었지만, 수도권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실시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초 일어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가 최근 4차 대유행이 일어나면서 간신히 살아남았던 상점들은 재차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 7월 14일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마스크를 쓴 손님들이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해당 카페에 테이블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다. /사진=김규태 기자
인천 송도지구의 한 상인은 14일 본보 취재에 고초를 토로했다. 그는 "정부 조치는 시민 안전을 위한다면서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여름철 실내에서 에어컨을 많이 틀수밖에 없어 바이러스 감염이 늘어날 것은 예견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차라리 이럴려면 전국 모든 지역이 3주간 셧다운을 해서 외출금지를 완벽히 해서 확진자를 가려내고 깨끗하게 정리했으면 좋겠다"며 "거리두기 4단계를 2주간 할거라는데, 그게 지난해 처럼 찔끔찔끔 1~2주씩 계속 연장될지 누가 아느냐"고 물었다.

이어 "이렇게 수도권만 잡으면 손님들이 아예 다른 지역으로 원정 방문을 가는 풍선효과도 있는 것 아니냐"며 "2주 내로 잡히리라는 보장이 없는 이상, 우리 같은 영세 업장에게 여름 특수는 시작도 못하고 끝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광화문과 서울시청 구간에서 1인 차량시위를 갖는다.

비대위는 지난 12일 정부의 방역조치에 반발하는 입장문을 내고 "지난 2년간의 확진자 대유행은 종교단체, 집회 및 시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의한 감염확산이었고 늘 자영업자에게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으로 희생을 강요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대위는 "정부의 방역수칙 기준을 확진자 중심에서 입원환자 및 사망률을 적용한 치명률 중심으로 변경하라"며 "영업시간 제한을 폐지하고 자율과 책임 중심의 방역수칙으로 변경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밝힌 현황 자료(2021년 7월 14일 0시 기준)에 근거해 코로나 확진자에게 사망률을 적용한 치명률을 계산하면, 80대 이상 18.6%, 70대 5.5%, 60대 1.0%, 50대 0.2%, 40대 0.06%, 30대 0.03%, 20대 0.01%이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확진자가 되더라도 60대 이하부터는 사망할 확률이 1% 미만으로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70대 노령층이더라도 확진자 18명 중 1명만 사망에 이른다.

경기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이나 업종 구분 없이 택시기사 및 헬스장, 여행사 등 일반소비 서비스 대부분의 영역에서 위축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강원도 속초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이날 본보 취재에 "지난 3~4일 사이에 예약 취소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제 본격적인 여름철 휴가 시즌 시작인데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일단 이번 주 일주일을 지나봐야 정확한 피해 규모가 나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거리두기 4단계 발령으로 인해 오는 25일까지 샤워실 이용이 금지되고 러닝머신 속도를 6km/h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헬스장도 고민이 많다.

   
▲ 7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진단검사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민규 기자
서울 동대문구의 한 헬스장 사업주 이 모 씨는 이날 본보 취재에 "러닝머신 속도를 제한하는 방역당국 이유가 웃긴다"며 "숨이 가빠지는걸 막겠다고 그러는데 그 의학적인 근거는 없다. 헬스장에서 어떻게 일일이 고객들을 단속하거나 속도 상승을 가로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씨는 "다른 유사 영업장을 살펴보면 사우나, 골프장, 워터파크 모두 샤워를 할 수 있는데 왜 헬스장만 하지 못하게 하는가"라며 "마스크를 쓴 채 샤워하면 되는 것 아닌가, 왜 전면 금지해야 하며 헬스장만 씻지 못하게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내 전문여행사 대표인 정 모 씨 또한 본보 취재에 "얼마나 어디까지 버텨야 할지 고민이 크다"며 "계속 증가 추세인데 4단계 거리두기를 강제하는게 2주로 끝나겠는가. 최소 한달은 갈 것이라는게 현실적인 예상"이라고 밝혔다.

정 씨는 "국내여행 수요 급락은 기정 사실이나 마찬가지"라며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통해 근근이 이어져온 여행사들에게 이번 거리두기 4단계 강제 조치는 사실상 사형선고"라고 전했다. 그는 "여행객 모객을 해도 매출을 올리기 힘든 실정"이라며 "여행쪽은 사실상 셧다운, 완전 봉쇄나 마찬가지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신규 확진자가 일일 평균 2000명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일상생활을 고리로 지역이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감염경로 또한 오리무중인 경우가 30%를 넘어 사실상 기존 방역 체제가 와해된 상황이다.

정부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호소를 들어줄지 주목된다. 그들이 코로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 아니면 위기를 넘지 못하고 줄줄이 폐업을 신청해 눈물을 흘릴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