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탄소 중립’ 강조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국회
국회는 법안 논의 정체, 차기 대권주자도 기후위기는 뒷전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살 곳을 잃은 '북극곰의 눈물'이 이제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가 바꾸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새로운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헤게모니 다툼,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편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과 냉철한 전략이 요구된다. 미디어펜은 '기후위기 리포트' 심층 기획시리즈를 통해 '신기후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짚어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성완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탄소중립은 오히려 우리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후 위기 대응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법안을 다루는 국회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의 확장 버전인 ‘한국판 뉴딜 2.0’을 발표했다. 기후 위기를 포함한 ‘그린 뉴딜’ 관련 법안은 16개이며 그중 ‘녹색전환 및 기후위기대응법’은 △그린뉴딜기본법 △기후위기대응법 △기후기술개발촉진법 △신재생에너지법 △전기사업법 △환경영향평가법 등 6가지다.

이 가운데 통과된 법안은 기후기술개발촉진법과 신재생에너지법 등 2가지다. 나머지는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당과 정부는 올해 초 한국판 뉴딜의 체감 가능한 성과를 위해 10대 입법 과제를 2월 중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21.5.29./사진=청와대

이뿐이 아니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 앞다퉈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17일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탄소중립 관련 기본법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기후위기 대응법,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기후위기 대응 기본법, 심상정·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탈탄소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 특별법, 기후위기 대응 정의로운 녹색전환 기본법 등이다.

환노위는 지난 2월25일 입법 공청회를 열어 그린피스와 유럽연합(EU) 측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지만 법안 처리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탄소 녹생성장 기본법(녹색성장법)과의 상충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월 제정·시행된 녹색성장법은 핵심은 저탄소 녹색성장에 필요한 기반을 조성하고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도록 해 저탄소 사회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발의된 기본법들 중 강 의원의 기후위기 대응 정의로운 녹색전환기본법과 이 의원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은 녹색성장법이 폐지된다는 전제 하에 발의된 법안이다. 반면 심 의원의 탈탄소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한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 특별법은 녹색성장법에 의거해 발의된 법안이다.

환노위는 지난 5월 24일 녹색성장법 폐지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녹색성장법 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이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 5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전환K-뉴딜위원회 출범 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여야는 표면적으로는 기후 위기 관련 법안 처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5일 관훈클럽토론회에서 “부동산, 백신, 반도체, 기후위기 대응, 한반도 평화의 '5대 핵심 과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정부·여당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야의 초당적인 협력을 절실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기후위기 공론화에 나섰다. 환경 에너지 정책을 전공한 김용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수정당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한다”며 기후위기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세계 환경을 날 메시지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일에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 통과 전망은 녹록치 않다. 하반기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서 정치권의 모든 이슈는 대선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출마를 공식 선언한 대선 후보들 상당수가 기후위기에 대한 비중을 낮게 잡았다.

녹색연합은 지난 5일 민주당 후보 8명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선에 나설 뜻을 밝힌 9명의 출마선언문과 주요 공약 등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후보가 기후위기를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박용진 민주당 후보가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기후위기와 저출생의 위기에 맞서겠다”는 딱 한문장 뿐이었다. 

   
▲ 지난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후보와 최문순 후보는 공약에서 기후위기를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는 ‘에너지대전환·녹색산업혁신·디지털대전환 등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 및 신성장동력 확보’를, 최문순 후보는 (헌법에) ‘기후변화 대응 조항’ 신설, 빈부격차·불공정·불평등 해소 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이 후보는 성장에 중심을 둔 맥락에서 언급했고, 최 후보도 개헌 내용 중 일부로 언급돼 있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이낙연 후보도 ‘중산층 경제 활성화’를 언급하며 ‘그린 산업 활성화’를 내세우긴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민주당 대표로서 온실가스 과다 배출로 이어질 수밖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진두 지휘해 기후운동진영에는 ‘기후문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과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이 환경과 관련한 에너지 문제를 선언문에 담았지만, 대체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데 그쳤다. 윤 전 총장은 연일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에 대응하는 에너지 정책에 관련 비전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녹색연합은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경제성장’ 자체가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의 수단이나 성장의 동력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점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