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임기 말·대선 앞둔 시점' 여당 단독 강행 처리…언론 검증 무력화 의도?
소관 상임위 문체위원장, 8월말 야당에 넘어가기 전 속전속결 '속내' 읽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시간을 맞춰 놓고 밀고 나간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해 '가짜뉴스'라는 허위조작 보도가 상당히 줄어들지 않겠냐는 예상을 하는데, 미국에서 징벌적 손배제가 운영중인데 줄었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싸우는 것만 봐도 왜곡이라는 표현, 가짜뉴스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굉장히 '정치적인' 수사들이다."

"이것 말고도 언론개혁 과제가 굉장히 많다. 무엇이 급해서 이 법안을 이렇게 서두르느냐? 이러니 민주당이 이 법안을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이냐, 그 질문이 자꾸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이 충분한 논의 과정을 통해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강행해서 통과시켜서 남용될 여지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집권여당 민주당은 강행 처리를 시사한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는 "법안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의 상임위 전체회의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열린 '법 개정안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차분히 공론의 장을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위와 같이 힘주어 말했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에 대한 비판의 중심은 '왜 하필이면 지금?'이라는 질문으로 요약된다.

언론개혁 과제는 윤창현 위원장 언급대로 여러가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여당이 이 법 개정안만을 쫓기는듯이 강행하자 여러 추측이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7월 28일 "법안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의 상임위 전체회의도 속도를 내겠다"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밝히는 모습이다. /사진=민주당 제공
먼저 내년 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언론계는 이 언론중재법이 통과될 경우 곧 치러질 대선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중론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 정부 정책, 후보 공약에 대한 언론 검증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특정 보도가 나가서 어떤 정치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여기고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울 경우 쉽게 해당 보도의 열람을 차단시켜버리고 곧장 소송전에 들어갈 수 있어서다.

또다른 이유로는 언론중재법 소관 국회 상임위를 맡는 문체위원장 자리가 오는 8월말 국민의힘 측에 넘어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 심사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 의사봉이 야당에 넘어가기 전, 숙원 법안을 속전속결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여당의 강한 의지가 지금과 같은 대치상황을 야기했다는 해석이다.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 5개 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언론중재법의) 일부조항은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정치권력이 언론의 기사 편집과 표현을 일일이 사전 검열하던 보도지침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 5개 단체는 민주당이 법 통과를 강행할 경우 즉각 헌법소원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 언론단체들도 모두 "법 개정안을 민주당 스스로 철회하고 모든 원내 정당, 현업단체, 학계, 노동계가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각계각층 전문가와 언론 유관 단체 및 시민단체 의견을 종합하면, 말 그대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징벌법이자 사전검열법으로 작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이 끝까지 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지 주목된다. 언론 전부를 적으로 돌릴 뿐더러 내년 대선을 생각하면 더더욱 불리해지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