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대비 사망자 0.9%대로…몇달째 하락세, 최근 한달 치명률 0.2%
진단검사 많을수록 확진자 더 나와…당국 "현 조치로 확산세 차단 어렵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발령한지 정확히 한 달이 지났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4차 대유행의 기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11일 0시를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는 역대 최다인 2222명을 기록한데 이어, 12일 0시 기준 새 확진자가 1987명 늘어 누적 21만 8192명에 달했다.

현 방역조치 중 최고 단계인 거리두기 4단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확산세가 여전하다. 백신 접종률이 85%에 달하는 주한미군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 4단계 거리두기 조치로는 코로나 방역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더러 현재의 '신규 확진자 중심' 방역체계를 대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기존 확진자가 아니라 위중증 환자수 및 치명률(총 확진자 대비 사망자)을 기준으로 방역 체계를 가동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면서 선을 긋고 나섰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2일 기자설명회에서 "확진자 대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새 방역체계를 만드는 것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며 "이런 수준으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손 반장은 이날 "접종률이 충분히 올라갈 때까지는 확진자 수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접종률 확대에 따라 향후 방역체계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 중"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배경택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상황총괄반장 또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 숫자는 증가했지만 사망자나 위중증 환자의 비율은 감소했다"며 "향후 개편이 필요한 지에 대해 추후 검토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건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치명률을 감안하면 몇달째 계속해서 하락 중이고, 이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위험은 감소했다는 점이다.

   
▲ 7월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근 삼성역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박민규 기자
올해 치명률이 가장 높았던 달은 1월이었다. 원래 1월 1일 0시 기준으로 치명률은 1.48%(당시 누적 확진자 6만 1769명 중 917명 사망)였다가 1월 중순 사이 사망자가 다소 늘면서 1월 29일 1.80%(누적 확진자 7만 7395명 중 1399명 사망)까지 올랐다.

그랬던 치명률은 2월 들어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계속 감소하기 시작해 5월 29일에는 1.399%(누적 확진자 13만 9431명 중 1951명 사망)까지 떨어졌다.

거리두기 4단계가 발령된 7월 12일(치명률 1.208%)부터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 10일 0시 기준 최초로 1%대가 깨졌다(치명률 0.997%). 7개월 전과 비교하면 치명률은 1.8%에서 0.9%대로 급전직하한 것이다.

7월 12일 이후 지난 한달간으로 좁혀서 치명률을 확인하면 0.19%에 불과하다(누적 확진자 4만 9046명 중 94명 사망). 이는 5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동안 1명 사망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양성률에 큰 변동이 없는 등 진단검사를 많이 할수록 확진자가 더 나오고 있어 지금의 방역체계에 물음표가 찍히는 실정이다.

거리두기 4단계 발령일(7월 12일)을 기준으로 앞과 뒤 3주씩 비교해보면, 하루 평균 진단검사는 1.7배 늘었고 신규 확진자는 1.9배 늘어났다.

실제로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 첫 3주간(7월 12일부터 8월 1일까지) 248만 2110명(일일 평균 11만 8196명)이 진단 검사를 받았고, 이중 3만 1741명(일일 평균 1511명)이 확진자로 판정받았다. 양성률은 1.28%였다(표준편차 0.38%p)

앞서 3주간(6월 21일부터 7월 11일까지)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한 기간에는 총 145만 1995명(일일 평균 6만 9143명)이 진단 검사를 받았고, 이중 1만 6897명(일일 평균 805명)이 확진자로 확인됐다. 양성률은 1.16%였다(표준편차 0.38%p).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감염내과 과장인 김 모 교수는 12일 본보 취재에 "상식적인 의사들이면 누구나 고무줄 방역 기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진단검사를 많이 할수록 확진자가 더 나온다는건 상식 중의 상식"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두세달 진단검사 수 대비 확진자 추이를 살펴봐도 이러한 추세가 확연히 드러난다"며 "진단검사를 많이 해 확진자를 쏟아내는게 사실이고, 이러한 점에 기초해 현지와 같은 거리두기 단계를 적용한다는 점을 모두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며 "방역 기준을 사후 조치에 초점을 맞추어 중증 환자 및 사망 방지 관리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미 감염된 결과인 확진자에 일희일비하는건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차원에서도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자칫 새 방역전략을 수립해 대응해야 할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

중국 우한지역에서 시작한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지 1년 7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정부가 백신 예방접종에 집중하되, 중증 환자 관리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실제 위험도를 보여주는 치명률과 양성률 모두 관리 가능한 수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