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64건 완전분석…격차 좁혀졌지만 조사방식 따라 '결과 차이' 커
표본집단·질문 달라 '오차범위 내' 1건만으로 결론 못내…향후 추이 봐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드디어 골든크로스가 이뤄졌다."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해 대책을 만들고 집행하면 '골든크로스'를 할 것이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와 이재명 대선후보가 언급한 골든크로스(대역전), 실제로 일어난 것일까.

본보는 채널A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전국 성인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를 비롯해, 지난달 5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선출된 후 시행된 전국단위 대통령선거 여론조사 64건**을 분석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사진=(좌)민주당, (우)국민의힘 제공
스코어부터 말하자면 63 대 1이다. 하지만 오차범위(±3.1%p) 밖으로 격차가 벌어져서 유의미한 우열이 가려지는 여론조사들만을 놓고 보면 44 대 0으로 윤석열 후보의 우세가 대세였다.

송영길 대표가 자축하고 나선 해당 여론조사(리서치앤리서치 11월 27~29일 조사)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지난 한달간 동일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23건 중 13건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었다. 오차범위 내 초접전은 원래 자주 있어왔던 일이었다.

여기서 1건은 동률(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26~28일간 조사한 결과)이었고 11건은 윤 후보가 단 몇%라도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송 대표 발언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윤 후보가 처음으로 역전을 허용한 것은 맞지만 통계상 무의미하다. 앞서 다른 12건이 그래왔듯이 말이다.

지난 한달간 동일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나머지 10건은 윤석열 후보의 우세를 오차범위 밖에서 점쳤다.

특히 문제의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달 27~29일간 이루어졌는데, 27일부터 30일까지 바로 앞뒤로 이뤄진 다른 여론조사(동일한 전화면접 방식) 2건에서는 양측 격차가 6.3%p 및 6.6%p로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우세하다고 나타났다.

본보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23건에 대해 지난 한달간 펼쳐진 추이까지 확인했다.

   
▲ [표 1] ARS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41건의 양 후보 지지율 격차를 시계열순으로 나타냈다.
   
▲ [표 2]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23건의 양 후보 지지율 격차를 시계열순으로 나타냈다.
   
▲ [표 3] 11월 5일부터 30일까지 조사되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전국단위 전국대통령선거 여론조사 64건의 조사 결과 중,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간 격차를 '시계열순'(좌에서 우로 갈수록 최근)으로 나타낸 것이다. 조사방식은 크게 ARS와 전화면접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표 1]은 ARS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41건을, [표 2]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23건을, [표 3]은 모두를 합친 64건을 시계열순으로 드러냈다. 우하향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표=미디어펜

[표 2]에서 나타났다시피 양측의 격차는 우하향을 보이면서 확실히 좁혀지고 있지만 아직 그것이 골든크로스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추세다.

ARS와 전화면접 방식 모두를 합친 총 64건에 대해 시계열순으로 확인해도 마찬가지다. [표 3]에서 알 수 있듯이 양측 격차는 우하향을 그리고 있지만 이것이 급격하게 골든크로스를 이루는 '제로 지점'을 향하고 있지 않다.

다만 본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들에게 문의해서 얻은 결론에 따르면, 향후 여론조사 4~5건의 추이를 세밀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 이 표는 11월 5일부터 30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전국단위 전국대통령선거 여론조사 중 가장 최근에 조사된 20건을 뽑은 것이다. 표의 상단에 기재된 평균과 표준편차 수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난 5일 이후 조사·등록된 여론조사 64건 결과를 종합해 산출했다. 각 여론조사 결과는 공직선거법 및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따라 등록됐다. 각 조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여론조사결과현황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미디어펜

익명을 요구한 H모 여론기관의 조사분석팀장 A씨는 2일 본보 취재에 "여론조사기관 마다 표본집단과 질문지, 질문순서가 천차만별이라 조사결과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며 "하나의 결과가 절대적일 수 없다는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각 여론기관이 어떤 표본집단을 구성하고 돌리는지는 영업비밀에 속한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상 그룹별 주민등록인구를 맞추지만, 그 디테일은 소상하게 밝힐 수 없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기 때문에 더더욱 여론조사 분야는 대선과 같은 가장 큰 정치 이벤트를 앞두면 경쟁적인 영업의 장이 펼쳐진다"며 "일각에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최대한 편파적으로 표본집단을 돌린다는 제보도 나온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조사기관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경향성이 있는데, 이를 정확히 맞추어서 종합적인 결론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제 값을 추정할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표본오차 밖의 압도적인 격차가 아닌한 예상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본보 취재에 "앞으로 더 나올 여론조사를 지켜보자"며 "하루하루 일희일비할게 아니라 '이재명 선대위'는 묵묵히 더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을 향할 것"이라고 자신을 보였다.

그는 "아직 석달이나 남았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 것"이라며 "선거란 움직이는 생물이다. 이재명 후보는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면서 중도까지 잡을 경쟁력을 더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후보 경쟁이 오차범위 내의 치열한 싸움으로 접어든 이상, 누가 단 몇 %라도 유권자 표심을 갖고 갈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매일매일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양 캠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경쟁은 이제 막 열렸다.


** 각 여론조사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해당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