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HMM, 러시아 노선 운항 중단…"면밀히 검토"
공급망 관련 피해 건수, 최초 집계일 대비 10배로 늘어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촉발된 전쟁 상황이 장기화 됨에 따라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 조치가 심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수출 기업들의 러시아 무역 항로가 막혀 경영상 타격이 예상된다.

   
▲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미디어펜 DB

7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융 제재와 선적 중단을 이유로 러시아향 물품 출하를 멈췄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15년째 러시아 현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로, 지난해에는 지난해에는 33.2%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모스크바에서 서남부 85km 지점에 위치한 칼루가주 보르시노 소재 삼성전자 현지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급망 문제가 장기화 될 경우 경영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연간 1000만대 이상 판매해온 주요 시장 중 하나인 만큼 경쟁사들에게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운송을 담당하는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은 수요일·일요일 주 2회 인천-모스크바-암스테르담-스톡홀름-인천 간 화물편을 띄워왔으나 지난 5일부터 18일까지 2주 간 인천-모스크바 간 항공편을 임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모스크바 공항 지상 조업사들이 정유사들로부터 항공유 수급에 차질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추후 현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시시각각 상황에 맞춰 운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HMM은 지난 3일 로테르담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의 피더선 예약 서비스를 지난 2일부터 중지했다. HMM 관계자는 "극동 지역의 블라디보스토크·보스토치니 2개 노선은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 세계 최대 화물선 알헤시라스호에 수출 물량이 선적돼 있다(좌). 화물기 노즈 도어를 통해 짐이 실리고 있다./사진=HMM·대한항공 제공

한편 미국 정부는 대(對) 러시아 수출 통제 조치인 해외 직접 생산품 규칙(FDPR) 적용 대상에서 한국도 면제해 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국내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FDPR은 미국 외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일 경우에도 미국산 소프트웨어·기술을 사용했다면 미국 정부가 금수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한 제재 조항이다. 여기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7개 분야 57개 하위 기술이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FDPR 면제국에 포함됐어도 관련 품목을 러시아로 수출할 때 우리 정부의 허가를 필수적으로 얻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서방 국가들의 잇따른 대러 경제 제재와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러시아 보이콧'으로 러시아 사업 전망이 여전히 안개 속에 갇혀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곧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조기 종식 때까지는 물류 대란이 발생한 현 상황에 대해 낙관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수출 기업의 피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4일 전무급을 대표로 하는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을 꾸려 피해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30개사 35건으로 최초 집계됐으나 지난 6일 기준 전체 256개사 346건으로 각각 8.53배, 9.9배씩 불어난 상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긴급 애로 접수 현황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금 결제(193건)와 물류·공급망(110건)이 전체 87.6%를 차지한다"며 "정부 차원의 경영 안정 자금과 물류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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