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요청에 EC, 두 항공사에 재무·운항 역량 등 질의
경쟁사 시장 참여 독려, 장거리 국제선 독점 논란 해소 기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새 기재를 새로 들여오고 장거리 노선망을 확충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이 이를 반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거리 국제선 독점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EC)는 최근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유럽 노선 취항 계획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견서를 요구해 답변서를 받은 알려졌다. 이는 LCC들이 한국과 유럽을 잇는 노선에 취항하면 경쟁 제한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대한항공 측 주장을 수용한데에 따른 조치다.

   
▲ 에어프레미아 787-9(위)와티웨이항공 A330-300./사진=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티웨이항공 제공

EC는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에 △재무 상황 △대형기 보유 여부 △장거리 노선 운항 역량 △합병 이후 시장 변화 의견 등에 대해 질의했다. 그 결과 EC는 티웨이항공이 중·단거리에 주로 다니는 LCC임을, 에어프레미아는 신생 항공사인 점을 감안해 향후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역량이 충분한지를 집중적으로 따져봤다.

두 항공사 모두 관계 당국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 승인이 날 경우 유럽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당사는 A330 도입 계획을 세울 때부터 크로아티아 등 동유럽 노선에 항공편을 띄운다는 안을 갖고 있었다"며 "여러 노선 취항에 대한 검토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최근 국토교통부는 당사에 독일 운수권을 배분했고, 내년 상반기 쯤 취항 계획이 있다"며 "현재 787-9 1대가 있는데 올해 3대, 내년 3대, 2024년 3대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LA에 지점을 설립도 추진하며 해당 노선 취항도 준비 중이다.

올해 1월 국토부는 항공 회담을 갖고 2024년부터 스위스 노선을 LCC들에게도 개방할 방침을 밝혔다. 에어프레미아는 향후 해당 노선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국토부는 지난달 '황금 노선'으로 통하는 인천-몽골 울란바타르 구간을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에 배분하기도 했다.

이처럼 항공 관리 당국이 여러 항공사에 운수권을 내주고 있지만 대한항공은 오히려 더 많은 경쟁 항공사들에 시장 진입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각국 경쟁 당국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결합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시장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침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23일 대한항공은 입장문을 내고 "국내·외 항공사들을 신규 시장 참여자로 유치하기 위해 최고 경영진이 직접 해외를 찾아 협력 관계가 없던 경쟁 업체들과도 접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대형기는 각각 A330-300과 787-9로, 각각 최대 347석·309석으로 구성돼 있다. 티웨이항공은 2027년까지 노선별 특성에 따라 A330을 포함한 대형기를 20대까지 늘리고 에어프레미아는 787 10대 규모의 기단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은 이 두 항공사가 유럽 외 장거리에 뛰어들수록 얻게 될 파이가 더 커질 것"이라며 "대한항공은 LCC와 경쟁하면서 독점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고, LCC들은 사세를 키울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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