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철 "JC파트너스, 200억 추가 투자 받고 경영권 약속 어겨"
JC파트너스 "박, 초기 투자 지분 소수화 우려해 현 시점 방해"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내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 박봉철 씨가 투자 계약을 위반했다며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를 상대로 금융 당국에 진정서를 냈다. 이에 JC파트너스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사실 관계 증명 회신을 하겠다고 나섰다.

   
▲ 에어프레미아 B787-9 드림라이너./사진=에어프레미아 유튜브 채널 캡처

박봉철 전 코차이나로지스틱그룹 회장 측은 지난 1일 JC파트너스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30일 밝혔다. 

박 전 회장과 JC파트너스가 연을 맺게 된 건 지난해 2월 17일부터다. 이들은 당시 자금 고갈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했던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에 대해 650억 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박 회장이 우선 150억 원을 직접 출자해 지분 투자를 하면 JC파트너스가 경영 참여형 사모 펀드(PEF)를 조성해 5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양 측은 에어프레미아 최고 경영자(CEO)와 최고 재무 책임자(CFO) 추천·반대권을 나눠 갖기로 하는 등 공동 경영을 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에어프레미아는 3자 간 투자 계약을 체결했고, 기존 주주들은 주식 의결권을 반납하게 됐다.

지난해 3월 15일 박 전 회장은 150억 원을, JC파트너스는 174억 원을 납입했다. 이후 JC파트너스는 박 전 회장과 같은 해 6월 30일 출자 확약서를 체결했고, 10월에는 경영권 확보와 기타 이권을 약속하고 자사 PEF에 유한 책임 투자자(LP, Limited Partner)로 200억 원의 자금을 박 전 회장으로부터 추가로 투자받게 됐다는 게 박 전 회장 측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지난해 8~10월 경 자신이 경영하던 물류 기업 코차이나를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큐텐'의 전문 물류 회사 '큐익스프레스'에 800억 원 수준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이 에어프레미아 투자금이 된 것이다.

박 전 회장은 "JC파트너스가 PEF를 만들고 나서 400억 원을 조달하는 데에 난항을 겪자 나에게 LP로 참여해달라고 요청을 해왔다"며 "이로써 내 투자금은 350억 원"이라고 말했다. 출자 규모로만 따지면 최대 주주인 셈이다.

   
▲ 에어프레미아·JC에비에이션 지분 구조./자료=박봉철 전 회장 제공

지난 6월 기준 에어프레미아 지분 구조는 JC에비에이션1호합자회사(PEF) 40.5%, JC성장지원사모투자합자회사(JC파트너스) 11%, 박봉철 13.4%, 기타 개인 투자자 35% 등으로 이뤄져 있다. JC에비에이션1호합자회사는 박 전 회장의 200억 원 등 총 595억 원을 투자 받았고, 운영권은 무한 책임 투자자(GP, General Partner)인 JC파트너스에 있다. 박 전 회장의 200억 원은 지분율로는 18%에 해당한다. 

실상 박 전 회장의 에어프레미아 지분은 31.4%이나 표면적으로는 13.4%에 불과해 현행법상 51.5%를 가진 JC파트너스가 최대 주주로 분류된다. 통상 GP는 자금을 끌어모아 수익을 극대화 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박 전 회장 측은 총 투자금 650억 원 중 350억 원을 납입하면서 JC파트너스가 △CEO 선임권 △한국 총판매 대리점(GSA, General Sales Agent) 10년 계약 △직접 투자에 준하는 효익의 보장 등을 구두·카카오톡 메신저로 약속했지만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경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JC파트너스가 사실상 출자금을 확보하고, 사적 수익을 남기기 위해 PEF 정관에 위배되는 주식 현물 배분과 경영권 행사 등의 이권을 약속하는 이면 계약을 체결하는 등 위계에 의한 기망 행위를 범했고,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 진정을 넣게 됐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 측은 "펀드를 유치할 때 200억 원을 챙겨 놓고 입을 싹 씻는 건 사탕발림"이라며 "JC파트너스가 진심으로 LP들의 투자금을 제대로 운영해 수익을 배분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인지 매우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어프레미아가 적시에 펀딩을 하지 못하면 상당한 자금 압박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 개연성이 농후해 금융 당국의 긴급한 법적 처리가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JC파트너스가 다른 사업으로 인해 돈이 필요하다며 빌려달라고 요구했다"며 박 전 회장에게 자본시장법에 위배된 이면계약을 작성케 해 출자금을 확보한 후 자신 운용을 통해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려고 했다"고 비난했다.

   
▲ 박봉철 전 코차이나 회장 측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진정서 중 일부./자료=박봉철 전 회장 제공

한편 JC파트너스 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지배 구조 측면에서 총 350억 원 투자금 중 200억 원 추가 납입분에 대해서는 LP 자격으로 간접 투자한 것인 만큼 권리 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JC파트너스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은 최초 투자금 150억 원을 납입하기도 힘들어 해 주변에서 돈을 빌렸다"며 "본인 회사를 팔아 여유 자금이 생기자 우리에게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뜻을 전해왔으며, 관련 증거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는 당초 650억 원의 액면 투자 권리 중 500억 원 분을 확보하고 있었고, 박 회장이 LP로 참여할 것이라면 동의하겠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지난 6월에는 JC파트너스가 에어프레미아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인수했던 MG손해보험이 부실 금융 기관 요건에 해당해 JC파트너스가 평판 리스크에 빠지게 됐고, 이를 타개하고자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털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 측은 JC파트너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와 관련, JC파트너스 측은 "한참 성장해야 할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의 지배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다"며 "회사 경영이 산으로 갈 여지가 있어 펀드를 청산하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우리가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매각하면 박 전 회장의 LP 투자금은 현금으로 돌려줄텐데, 이와는 관계 없이 최초 투자금 150억 원 어치의 지분이 소수로 전락해 경영권을 쥐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박 회장이 현 시점에서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해 당사의 에어프레미아 지분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영권 분쟁 등 각종 이슈가 생길 경우 회사 이미지 실추 등도 우려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JC파트너스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은 주주로서, 또 이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하고 있다"며 "왜 현 시점에서 해사(害社) 행위를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양사 간 갈등이 잘 마무리 돼 경영 차질이 빚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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