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부터 경고등, 국비·지방비 4배 늘려도 '무용지물'
여가부 폐지·지방자치제 회의론까지…예산 집행률 집계도 못해
전북도·조직위 예산 사용·준비에 대해 감찰·감사·형사처벌 필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는 12일 잼버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는데 집중하겠다. 감찰 관련 사안은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이기도 하다. 일단 지금 진행 중인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정부로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대통령실은 8일 파행으로 치달은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의 책임 소재를 놓고 최대한 말을 아꼈다. 감찰 여부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면서, 책임 추궁은 12일 잼버리 대회가 폐막하고 나서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준비 부실로 전세계적인 망신을 당한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2017년 개최 확정 후 준비 기간 6년에 최소 117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야영지 매립사업에 사용된 2508억원은 별도다.

이 예산 중 74%인 870억원이 조직위 운영비 및 사업비로 잡히고, 상하수도-하수처리시설-주차장-덩굴 터널 등 기반시설 조성에는 205억원이 편성되는데 그쳤다는게 첫번째 문제로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 큰 문제로 꼽혔던 화장실-샤워장-급수대 등 숙영 편의시설 설치 등 시설비로는 총 예산의 11%에 불과한 130억원이 집행됐다.

이 전체예산 또한 4년전인 2019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미국 잼버리를 현장 견학하고서 국비 및 지방비 사용액을 최초 추계의 4배로 늘려서 마련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무용지물로 끝났다.

대회 내부적으로, 가장 큰 문제로 꼽힌 배수 문제 또한 지난 2017년 12월 새만금개발청·농림축산부가 해당 야영지 개발을 '농업용지'로 매립을 진행해 직접적인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함으로써 발생했다.

'농업용지'는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야영지를 막상 조성하더라도 물빠짐이 열악해 비만 오면 배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염도가 높아 나무를 심을 수 없어 그늘막이 부재했던 것도 농업용지와 결부된 큰 문제였다.

   
▲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에 대비해 긴급 점검회의를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잼버리 대회 관련 컨틴전시 플랜에 대해서도 참석자들과 논의했다. 2023.08.08. /사진=대통령실 제공


외부에서 바라보기에 가장 큰 문제로 돌출된 것은 바로 전라북도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다.

전북도의 모럴 해저드가 지원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운영을 주관해온 잼버리 조직위 간의 '공무원 카르텔'로 증폭되어, 이번과 같은 최악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2017년 8월 유치 성공 후, 전북도는 잼버리 부지를 이미 간척이 완료된 곳 대신 간척을 해야 하는 해창갯벌로 선정했다. 2015년 일본 잼버리 또한 새만금과 유사하게 간척지에서 열렸지만 이는 1965년 간척이 완료된 부지에서 개최했다. 일본 잼버리와 출발 지점 자체가 다른 것이다.

유치 성공 후 넉달만에 열린 2017년 12월 제19차 새만금위원회는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현재 시행 중인 농생명용지 조성사업에 포함해 임시 매립한다"고 결정했고, 당시 문재인 정부는 "대회 이후 부지를 농업용지로 일정기간 활용한 뒤 다시 새만금개발공사에 양도해 관광레저용으로 개발하게 한다"고 정했다.

농업용지 지정을 통해 환경영향평가 및 관련 인허가를 생략하게 된 것이다.

특히 잼버리는 전북도가 새만금 신공항을 비롯해 고속도로와 신항만 등 인프라를 추가로 조성하기 위한 명분으로 그동안 이용되어 왔다.

2018년 전북도가 새만금 신공항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요청한 이유가 '잼버리 개최'였고,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결정하고 나섰다.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를 통해 어떤 인프라 개발이익을 추구했는지 확인된 지점이다.

현재로 돌아와, 대회 유치 전인 2016년 새만금개발청이 밝힌 초기 계획에 따르면 영지에는 샤워장 417동과 급수대 278개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영지에 실제로는 샤워장 281동(67%), 급수대 120개(43%)만이 마련됐다.

정부는 오는 12일 잼버리 대회가 끝나는대로 대대적인 감찰에 들어갈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전북도 등 지자체의 예산 배정, 집행, 사업 진행 경과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곽에서는 감사원이 잼버리 준비 전반에 관한 감사에 들억달 전망이다. 필요하다면 검찰 측에서 배임죄 등 혐의를 적용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북도·조직위·여가부의 '공무원 카르텔'이 어디까지 어떻게 악영향을 끼쳤는지, 그 진상 규명을 위해서 정부가 모든 수단을 다해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론'에 다시 힘이 쏠리고 '지방자치제 회의론'까지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서 드러날 '공무원 카르텔'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