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와 '생산적 금융' 전환이라는 정책 환경 속에 수익 구조 다변화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을 비롯한 연말 계열사 인사도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쇄신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뒤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올해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 기조가 상시화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억제됐다. 동시에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관성적 성장에서 벗어나 기업금융과 미래산업 투자 등 이른바 '생산적 금융' 비중 확대에 역량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주요 금융지주들은 비이자이익 확대로 수익을 방어하며 올해 3분기까지 누적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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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 기조가 상시화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억제됐다./사진=김상문 기자 |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5조81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실적인 14조 3234 억원 대비 약 10.4% 증가한 규모다. 금리하락에도 꾸준한 이자이익 증가와 투자금융수수료 이익 등 비이자이익의 확대, 대손비용 감소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1217억원으로 지난해(3조3940억원)보다 16.6% 성장했다. 지난해 전체 순익(5조782억원)을 3분기 만에 넘어서며 '리딩금융'의 자리를 유지했다. 신한금융은 3분기까지 4조46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누적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3조4334억원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6.5%(2080억원) 증가했으며, 우리금융은 역시 5.1% 늘어난 2조796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주요 금융지주는 기업금융과 미래산업 투자를 확대하며 생산적 금융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508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토대로 관련 투자와 금융지원을 본격화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에 1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9월 우리금융(80조원)을 시작으로 하나금융(100조원), NH농협금융(108조원)도 생산적 금융 확대 계획을 잇달아 내놨다. 이들은 주담대 등 이자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첨단전략산업 및 유망성장기업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중심의 금융구조를 산업·기업금융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확산을 억제하고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면서 은행의 가계대출 확대 여지는 크게 줄었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 대부분이 목표 초과율을 넘긴 상태로, 초과 은행에는 내년도 대출 한도 축소 등 제재가 적용될 전망이다. 4대 시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정책대출 제외)은 지난달 20일 기준 7조8953억원으로, 금융당국에 제출한 목표치(5조9493억원)를 32.7% 초과했다. 이들 은행 모두 개별 목표를 초과한 가운데 초과율은 최소 9.3%에서 최대 59.5%에 달한다
총량 관리를 위해 시중은행들은 이미 신규 주담대 취급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KB국민은행은 대면·비대면을 통한 접수를 막았고, 하나은행도 올해 실행되는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의 신규 접수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각 영업점의 대출한도를 월별 10억원 이내에서만 신규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 같은 환경을 반영해 내년 경영계획에 가계대출 목표치를 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 총량규제가 리셋되면서 새로운 한도가 부여되긴 하지만, 대출 공급이 올해보다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함께 올해 총량 기준을 초과한 일부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출 한파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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