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급감에도 R&D 1579억원 쏟아
'네오뷰티' 사업부문으로 기동성 확보
'포스트 더후' 발굴이 실적 반등 키로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LG생활건강이 중국 시장과 주력 브랜드 '더후'에 쏠려 있던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하고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연간 1500억 원 이상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LG그룹의 인공지능(AI) 엑사원(EXAONE)을 결합한 '테크 뷰티'로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 여의도에 입점한 LG생활건강의 더후·오휘 매장 전경./사진=김견희 기자


27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3.7% 해당하는 1579억 원을 R&D 비용으로 투입했다. 특히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3% 급감하면서 경영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R&D 투입 비용을 2024년도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LG생활건강은 서울, 뉴욕, 상하이, 도쿄 등 글로벌 5대 거점 연구소와 850여 명의 전문 인력을 통해 '피부 장수', '두피 건강' 등 고부가 영역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AI 엑사원을 활용한 맞춤형 설루션 개발을 통해 단순 화장품 제조 기업을 넘어선 하이테크 뷰티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 5대 사업부 체제 개편...'네오 뷰티' 선봉

LG생활건강은 이러한 기술적 투자와 함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글로벌 시장 선점을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선주 대표 체제 전환과 함께 기존의 뷰티사업부와 HDB(홈케어 앤 데일리뷰티)사업부를 △럭셔리 뷰티 △더마 앤 컨템포러리 뷰티 △크로스카테고리 뷰티 △네오 뷰티 △HDB 등 5개의 전문 조직으로 재편했다.

가장 주목할 곳은 '네오 뷰티' 사업 부문이다. 이 조직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특정 브랜드를 단기간 내에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구성된 글로벌 전략 조직이라는 게 LG생활건강의 설명이다. 

네오 뷰티 사업부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헤어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와 구강 전문 브랜드 유시몰을 핵심 브랜드로 낙점하고, 이를 집중 육성해 글로벌 시장 속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특히 단순 세정제나 치약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R&D 기반 데이터로 고객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설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사진=LG생활건강 제공


◆ 국가별 맞춤 공략 집중...북미 성과 '청신호'

조직 개편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닥터그루트를 필두로 북미 헤어케어 시장을 선점해나가고 있다. 닥터그루트는 북미 코스트코 682개 전 매장 입점에 성공한 데 이어, 오는 8월부터 미국 전역 400여 개의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에 순차 입점한다.

CNP와 빌리프 역시 미국 뷰티 유통 업체인 얼타뷰티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동시 입점하며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는 단순한 온라인 판매를 넘어 현지 소비자의 일상과 밀접한 대형 리테일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실질적인 매출 기반을 닦았다는 분석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큐텐(Qoo10)'과 도심형 드럭스토어를 정조준했다. 자사의 뷰티 브랜드 VDL은 올해 일본 내 4000개 이상의 드럭스토어 입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더마 브랜드 CNP는 현지 선호 성분인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 등을 특화한 제품으로 일본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인 태국은 아이돌 그룹 GOT7의 멤버 '뱀뱀'을 구강 브랜드 유시몰 모델로 기용해 현지 팬덤 밀착 마케팅을 잇고 있다.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 '히어로 제품' 중심 선택과 집중 전략도 병행한다. 단순히 품목 수를 늘리기 보다 임팩트 있는 히어로 제품 개발에 역량을 결집해 고수익 구조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재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정상들의 선물로 제공한 LG생활건강의 더후 환유고 라인./사진=김견희 기자.

◆ '포스트 더후' 발굴, 실적 반등 열쇠로

다만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지역별로 공략 브랜드와 채널이 파편화돼 있다는 점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운영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10대 핵심 브랜드 위주의 개편을 단행했으나, 여전히 더후의 빈자리를 메울 단일 메가 히트 브랜드가 부재하다는 점은 LG생활건강이 직면한 뼈아픈 대목이다.

더후는 지난 2018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단일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했다. 한때 뷰티 사업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슈퍼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으나, 중국 시장의 환경 변화와 단일 브랜드 의존 리스크가 맞물리며 실적의 발목을 잡는 양날의 검이 됐다.

연간 1600억 원에 육박하는 R&D 자산과 글로벌 5대 거점 연구소라는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매출로 실현되느냐가 실적 반등 여부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장의 시각이 우세하다. 닥터그루트와 유시몰을 필두로 한 네오 뷰티 사업 부문의 기동성이 시험대에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에 매몰되지 않고 다변화한 포트폴리오 속에서 제2, 제3의 더후를 민첩하게 키워내는 것이 LG생활건강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1600억 원에 달하는 R&D 자산이 이러한 신규 메가 브랜드 육성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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