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비판과 환호가 교차한 그라운드… 대한축구협회장(KFA) 잔혹사 복기
"완벽한 결정은 없다, 오직 확률과 직관이 만든 최적만 있을 뿐"
50년 K-산업사를 관통한 경영 철학, "선택은 순간이지만 책임은 시간 속에서 증명된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비즈니스 세계에서의 결정은 숫자가 적힌 재무제표와 주주들의 평가로 성패가 갈린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 특히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는 축구 그라운드 위에서의 결단은 매 순간이 날 선 칼날 위를 걷는 것과 같다. 승리하면 영웅이 되지만, 패배하거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온갖 비난과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가혹한 전장이다.

올해(2026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출간된 IPARK현대산업개발(구 HDC현대산업개발)의 공식 사사《결정의 순간들》부록에는 정몽규 회장이 오랜 기간 대한축구협회(KFA) 수장으로서 겪었던 격동의 세월과, 그 안에서 마주했던 리더십의 고독한 명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정몽규 IPARK현대산업개발·대한축구협회 회장./사진=대한축구협회
 
유튜브 시대의 여론재판과 리더의 침묵
정몽규 회장의 축구 행정가로서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나 협회 운영을 둘러싸고 축구 팬들과 미디어, 그리고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맹렬한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사사에서 저자는 이 논란의 순간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는 자극적인 소재로 구독자를 모으는 뉴미디어 생태계 속에서 "감독이 능력이 없다는 프레임을 짜고 비난을 쏟아내는 유튜버들의 영향력으로 여론이 얼어붙었다"고 털어놓는다. 당시 협회가 일일이 해명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는 "해명조차 또 다른 논란의 미끼로 이용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함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많은 대중이 이를 사실로 믿게 되었다"며 소통의 한계에 대한 아쉬움과 고뇌를 덤덤히 기록했다.

"사업도 축구도, 완벽이 아닌 '최적'을 찾는 확률 게임"
수많은 비난 속에서도 정 회장이 리더의 자리를 지키며 결단을 내려야 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사사를 통해 "인사 감각은 마치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바둑돌을 놓는 확률 게임이자, 사람과 사업의 내일을 믿는 직관"이라고 정의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세상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100% 완벽한 결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영이든 축구 행정이든 리더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조직의 미래를 위해 가장 나은 대안인 '최적(Optimized)'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비록 그 과정에서 엄청난 비판과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의 무게를 견디는 것 자체가 리더의 숙명이라는 뜻이다.

   
▲ 정몽규 회장의 '결정의 순간들'./사진=IPARK현대산업개발
 
선택은 순간이지만, 책임은 시간 속에서 증명된다
7편에 걸쳐 살펴본 IPARK현대산업개발의 반세기 역사는 결국 '책임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감당해 왔는가에 대한 거대한 기록이다. 1999년 현대자동차의 운전대를 내려놓았던 순간, 1기 신도시의 황무지 속에서 벌인 토지 매입 전쟁, 해운대 바다를 메워 올린 초고층 마천루의 기적, 그리고 광주의 뼈아픈 참회와 2026년 사명 변경이라는 배수의 진까지. 정몽규 회장이 사사를 관통하며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는 묵직하다. "결정은 누구나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만이 책임을 진다. 대책 없는 남 탓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신뢰 범위 안에서 책임의 윤곽을 잡아야 한다." 단기적인 재무제표나 당장의 비난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시간을 견뎌낼 때 비로소 무너진 신뢰가 다시 쌓이고 기업의 이름이 가치를 얻는다는 장기 경영 철학이다. 50년의 영광과 과오를 솔직하게 박제한 이들의 기록은, 오늘날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경영자들에게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선 리더십의 지침서로 읽힌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