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확실성 속 공정 효율화 필수
디지털 전환 성과로 경영 능력 입증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국내 주요 패션·의류 제조기업 2세 경영인들이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를 앞세워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패션 산업 패러다임이 테크 중심으로 급변하는 가운데,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제조 혁신이 2세들의 경영 능력을 입증할 새로운 시험대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 김익환 한세실업 부사장이 지난달 8일 서울 강남구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섬유패션클럽에서 '퓨처 웨어 미디어 데이(Future Wear Media Day)'를 개최하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사진=김견희 기자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패션 기업의 2세 경영인들은 AI와 로보틱스 도입을 통해 원가 절감, 납기 단축, 공급망 리스크 해소를 위한 핵심 경영 전략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과 인건비 상승이 맞물린 시장 속에서 기술을 통한 공정 효율화가 생존 필수 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 한세실업은 AI를 활용한 비용 절감과 바이어 수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차남인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 주도하에 지난 2023년 R&D 조직 내 AI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보다 앞선 2019년에는 업계 최초로 버추얼 디자인 조직을 꾸리고 3D 가상 샘플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연간 실물 샘플 제작 규모를 기존 50만 장에서 30만 장으로 줄이면서 비용 절감을 꾀했다. 또 바이에게 제공하던 실물 샘플 대신, 생성형 AI 모델이 자사 옷을 입고 걷는 영상을 구현해 막대한 샘플 제작 비용과 소요 시간도 줄여나가고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로보틱스를 통한 제조 원가 혁신에 승부수를 던졌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부회장은 섬유 제조업의 오랜 난제로 꼽히는 '봉제 자동화'를 로봇 기술로 구현한다는 복안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최근 전북 고창군에 2000평 규모의 의류 봉제 로보틱스 실증 및 연구개발(R&D) 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부드러운 원단을 다뤄야 하는 까다로운 봉제 공정을 자동화해 인건비 부담을 낮추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 지난 1월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열린 로봇 전문 자회사‘형지로보틱스’ 출범식에 참석한 최준호 형지엘리트 대표이사의 모습./사진=형지엘리트 제공


신원그룹 박성철 회장의 셋째 아들인 박정주 신원 대표는 AI·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전 단계 추적 플랫폼 '리트레이스드'를 도입한데 이어 3D 가상 샘플링과 예측 설계 도구로 납기 단축과 자재 낭비를 절감하고 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의 차녀인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은 3D 디자인 툴에 AI 비주얼 기술을 접목해 소재의 질감·실루엣 착용 시 움직임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성 부회장은 한국패션협회장으로도 활동하며 국내 패션 산업의 AI·DX 전환에 힘쓰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2세 경영인들의 이러한 행보를 단순 기술 도입으로 평가하지 않고,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경영 능력을 입증하려는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리더십을 시장에 증명해야 하는 2세 경영인들에게 AI와 로보틱스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라며 "도입된 첨단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원가 절감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향후 이들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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