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파운더즈, '닥터자르트' 역인수 타진
수천억대 몸값에도 캐시카우로 인기
동원·hy 이종 산업도 뷰티 시장 진입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국내 뷰티 업계의 핵심 성장 전략이 자체 브랜드 육성에서 인수합병(M&A)으로 재편되고 있다. 탄탄한 해외 유통망과 확실한 현금창출력을 입증한 이른바 '인디 브랜드'가 자본시장 최대어로 부상하면서, 화장품 대기업과 사모펀드(PEF)는 물론 식품 대기업까지 M&A 쟁탈전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 무신사 뷰티 홍대 1층에서 국내외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기사와는 무관./사진=무신사 제공


3일 업계에 따르면 수년에 걸쳐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고 자체 육성하던 뷰티 업계의 전통적인 사업 공식이 저물고 있다. 그 빈자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즉각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 검증된 브랜드를 거액에 인수하는 전략이 채우고 있다.

이러한 체질 변화를 입증한 대표적인 사례는 아모레퍼시픽과 구다이글로벌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1년 코스알엑스(COSRX) 지분 38.4%를 1800억 원에 사들인 뒤, 2023년 잔여 지분을 7551억 원에 추가 인수해 지분율을 93.2%로 높였다. 

이를 통해 코스알엑스의 디지털 경쟁력, 에스트라의 더마 스킨케어 전문성, 라네즈·이니스프리의 기존 인지도 등 각 브랜드의 강점을 결합해 북미 시장 내 멀티 브랜드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조선미녀' 운영사인 구다이글로벌 역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2024년 티르티르와 라카를 잇달아 사들이며 신흥 뷰티 공룡으로 단숨에 사세를 확장했다. '스킨1004' 운영사였던 크레이버 역시 지난 2024년 구다이글로벌에 약 2456억 원에 경영권이 매각되며 뷰티 업계 대형 딜의 주인공이 됐다. 

나아가 구다이글로벌은 코스피 상장을 앞둔 지난달 재무적투자자(FI)들의 크레이버 잔여 지분까지 모두 사들이며 지분율을 77%대로 끌어올려 연합군을 구축했다. 자회사로 편입된 크레이버는 글로벌 유통 사업 확장을 위해 현지 유통망과 마케팅 등 브랜드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릴레이 M&A는 피인수 대상이던 인디 브랜드들의 위상을 뒤바꾸고 있다. 과거 대기업의 인수 타깃이었던 브랜드가 이제는 수천억 원대 체급을 갖춘 바이어(인수 주체)로도 자리하고 있다. 

최근 '아누아' 운영사 더파운더즈는 막대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M&A 시장을 주도하는 큰손으로 자리했다. 지난 2024년 기준 14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더파운더즈는 뷰티 디바이스 및 의료기기 기업 인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스티로더가 매각을 검토했던 1세대 브랜드 '닥터자르트' 인수를 역으로 타진했던 점은 신흥 인디 브랜드들의 막강해진 자본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비록 지난 14일 에스티로더 측이 매각 추진을 철회해 실제 인수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뷰티 M&A 시장의 주도권 변화를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최근에는 내수 정체를 돌파하려는 이종 산업의 진출까지 겹치며 K뷰티 M&A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동원그룹의 식자재 유통 계열사인 동원홈푸드는 최근 서울회생법원 관리 아래 진행 중인 매각 절차에서 1세대 화장품 기업 '참존'의 조건부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hy(옛 한국야쿠르트) 또한 자체 개발한 특허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HY7714'를 앞세운 뷰티 브랜드 '아이오셀' 을 론칭했다. 식품 기업이 자본력과 독자 기술을 앞세워 뷰티 시장에 직접 참전하면서 뷰티 업계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M&A 이후 인수 주체들이 풀어야 할 과제도 뚜렷하다. 인수한 브랜드의 지속 성장성을 입증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북미 시장에서 확보한 K뷰티의 경쟁력을 유럽, 일본 등 여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느냐도 브랜드 가치를 가를 핵심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나 일본 등 핵심 국가의 현지 유통망을 이미 뚫어낸 인디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은 시간과 리스크를 돈으로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실적 방어가 시급한 화장품 대기업부터 신사업 확장이 절실한 식품사까지 합세하면서 뷰티 M&A 시장의 판은 당분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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