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재개발로 사라진 도시의 기억을 신화적 서사로 복원해온 김진 작가가 여섯 번째 개인전 '감자설화 II'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의식주’에서 3월 21일부터 4월 5일까지 열리며, 지난 2023년 경기도 광명시에서 진행된 첫 번째 전시 이후 2년여 만에 이어지는 후속 작업이다.
김진 작가는 그동안 개인의 미시적인 삶의 궤적을 인류 보편의 신화나 민담과 연결해 집단적 기억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 전시의 모태가 된 ‘감자설화’는 작가가 재개발 구역이었던 광명시 철산4동 주민들로부터 받은 환대의 경험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했다.
작가는 문자 기록 이전의 구전 방식에 착안해 지인 5명을 ‘설화 잇기’에 초대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그 이후 확장된 이야기들을 물질과 몸의 언어로 풀어낸다.
김진 작가의 개인전 '감자설화 II' 포스터. /사진=김진 작가 제공
전시의 핵심은 사라진 장소에 잠재된 ‘땅의 감각’을 탐색하는 데 있다.
작가는 철산4동 재개발 현장에서 흙알을 입에 물고 설화를 낭독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이때 사용된 301개의 도자 흙알을 가마에 구워 전시장에 배치했다. 이는 인간의 호흡과 언어가 흙이라는 물질로 응결되고, 다시 불을 통과하며 영구적인 사물로 남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재개발 공사 현장의 흙과 작가가 채집한 각지의 흙을 섞어 만든 ‘감자설화 화분’을 통해 파괴 이후에도 지속되는 생태계와 관계의 순환을 은유한다.
기록 매체를 활용한 작업도 눈에 띈다. 작가는 하프 프레임 필름카메라로 설화를 이어 쓴 지인들의 일상을 기록한 뒤, 인화된 사진 위에 트레이싱지를 덧대고 불로 그을리는 제의적 행위를 더했다. 이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기억을 변형하고 재번역하는 과정을 가시화한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증식하는 감자의 땅속줄기처럼, 김진의 작업은 작가 개인의 경험을 넘어 타인의 서사와 결합하며 멈추지 않고 확장되는 새로운 서사의 형식을 제안하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