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원유 도입은 속도전, SMR은 제자리…"원전 수출 모멘텀 꺾이나"

입력 2026-04-13 16:29:02 | 수정 2026-04-13 16:29:00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정부가 원유수급 위기 타개를 위해 카자흐스탄 등 대체선 발굴에는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미래 에너지 안보의 핵심인 소형모듈원전(SMR) 생태계 수출 논의는 지연되며 국가 에너지 공급망 정책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단기적인 수급 안정화에 매몰돼 미래 무탄소 밸류체인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울산석유화학단지.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발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카자흐스탄 원유 도입 논의가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카자흐스탄 원유 도입과 관련한 긍정적인 상황을 시사했다. 이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국내 산업계의 공급망 붕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나온 다급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실제 물량 도입으로 이어질 경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라는 시급한 과제에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정유업계 내부의 셈법은 복잡하다. 

주로 중동산 원유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는 기존 상압증류설비(CDU)에 황 함유량과 비중 등 성상이 전혀 다른 카자흐스탄 원유를 대량 투입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자칫 수율이 하락하거나 추가적인 탈황 공정 부하가 발생할 수 있어, 업계는 새로운 원유 혼합 비율을 도출하고 이것이 최종 정제마진에 미칠 경제적 실익을 다각도로 재계산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통 화석연료 밸류체인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또 다른 한 축인 차세대 무탄소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출 모멘텀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핵심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한국형 SMR(K-SMR)의 캐나다 수출 논의가 최근 일관성이 부족한 정책 기조 등의 영향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기적인 원유 수급에는 사활을 걸면서도,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SMR 상용화 및 수출 로드맵은 상대적으로 동력을 잃고 방치되는 정책적 모순이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정책적 불확실성은 K-SMR 밸류체인에 속한 원전 제조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SMR 핵심 주기기(원자로 용기 등) 제작 시장에서 위탁생산(파운드리) 경쟁력을 입증해 온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해 수백 개의 원전 부품 협력사들은 장기적인 일감 확보를 위해 안정적인 수출 트랙레코드(수주 실적)가 절실한 상황이다. K-SMR의 첫 해외 진출 무대로 기대를 모았던 캐나다 수출이 지연될 경우 활기를 띠던 원전 주기기 및 부품 생태계 전반의 조업률 하락과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주도의 SMR 육성 정책이 정체된 사이, 생태계를 이끌어야 할 국내 주요 에너지 지주사들은 해외 원천 기술 확보로 눈을 돌리며 자본 이탈 현상마저 가속화되고 있다. SK그룹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의 '테라파워'에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GS에너지 역시 미국 1위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 중심의 컨소시엄에 참여해 사업권을 확보했다. K-SMR의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해지자, 민간 자본이 글로벌 무탄소 전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자구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단기적인 원유 수급 안정망을 구축하는 것은 최우선 과제가 맞다"면서도 "하지만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데 매몰돼 미래 에너지 경쟁력을 좌우할 SMR 등 무탄소 생태계 육성을 놓쳐서는 안 되고 화석연료 도입을 위한 속도전만큼이나 원전 부품 생태계를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이고 일관된 에너지 밸류체인 마스터플랜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